[문화칼럼] 도전 1000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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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도전 1000곡
  • 승인 2006.09.22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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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처음 노래방에 가본 게 1991년으로 기억한다. 일본의 가라오케가 유입되어 생긴 왜색문화라는 생각에 출입을 하지 않았었는데, 동아리 모임에서 한번 가보고는 굳이 거부할 필요는 없겠다고 생각을 했다. 노래방의 인기가 날로 커지며 우후죽순처럼 생기는 노래방을 보면서, 유행이 식을 때에 막차를 타신 것 같다는 생각도 했었다. 그러나 필자의 예측은 보기 좋게 틀렸고, 노래방은 한국인의 놀이문화로 확고히 자리를 굳혔다.

김운회의 <대쥬신을 찾아서>(해냄출판사)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한국인은 허벅지가 짧기 때문에 (북방계는 춥기 때문에 눈을 헤치면서 걷기 쉽도록 발달되었다고 합니다) 가무음곡(歌舞音曲)을 즐긴다고 합니다. 진수의 <삼국지>에는 ‘부여인들은 길을 갈 때 밤이든 낮이든 노인 어린이 할 것 없이 모두 노래를 부르기 때문에 하루 종일 노랫소리가 끊이지 않는다(<三國志> <魏書> 扶餘傳)’고 합니다. 사실 한국의 노래방과 일본의 가라오케도 그저 나온 것이 아닌 듯합니다.”

대포집에서 탁배기를 한잔 씩 걸치고는 젓가락으로 상을 두들기며 노래를 부르던 문화가, 동아리나 직장에서 회식을 할 때에 한 사람씩 돌아가며 노래를 부르고 박수를 치던 문화가, 노래방 문화로 발전한 것이다.

매주 일요일 아침에 방송되는 ‘도전 1000곡’은 노래방을 TV 속으로 가져온 프로그램이다. 오락 프로그램 중 한 꼭지에 노래방을 도입한 경우가 몇 개 있었지만, 프로그램 전체를 노래방만으로 채운 ‘도전 1000곡’은 다소 무모해보이기까지 했다. 도전 1000곡도 필자의 예상을 비웃는 듯이 꾸준한 인기를 5년째 이어오며 지난 달 20일에는 300회를 넘어섰다. 노래방 기계 반주에 노래를 부르는 단순한 구성이지만, 노래를 좋아하는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는 된장찌개 같은 프로그램이다.

가수보다 노래를 더 잘 하는 연예인을 만나는 건 도전 1000곡의 또 다른 재미이다. 최근에는 뮤지컬 연기자들이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드라마 ‘하늘이시여’에서 얄미운 계모 역으로 큰 인기와 더불어 많은 미움(?)을 받았던 ‘박해미’가 부른 ‘여러분(윤복희)’은 오랜만에 듣는 깊이 있는 노래였다. 가창력이 뛰어난 가수 ‘박혜경’의 노래가 심심하게 느껴질 정도로 탁월한 성량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뮤지컬 맘마미아의 ‘전수경’, ‘이경미’도 출연해서 빼어난 노래 실력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이은하’, ‘이용’, ‘이명훈’ 등 최근 방송에서 보기 힘든 왕년의 가수들의 노래를 듣는 재미도 만만치 않다. 이은하의 노래를 듣고 있으니 자연스레 ‘혜은이’와 가수왕을 다투던 시절이 생각난다. 이은하는 손가락으로 하늘을 찌르는 디스코 춤을 추면서 노래를 부르던, 요즘의 ‘이효리’에 견줄만한 인기의 댄스가수였다. 당시에는 가창력은 가수의 기본이었고, 립싱크도 없었다. 춤과 노래를 동시에 소화하지 못해서, 립싱크를 하거나 아니면 나무토막처럼 가만히 서서 노래 부르는 요즘의 댄스 가수와 비교가 되는 부분이다. 노래를 사랑하는 한국인을 대표하는 가수라는 자부심을 갖고 노래하는 진정한 가수를 만나는 재미가 쏠쏠한 도전 1000곡이 되기를 소망한다.

김호민(서울 강서구 늘푸른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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