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계가 100% 합의하거나 혹은 전문의 8개 학회의 동의만 있으면 개원의에게도 응시자격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해보겠다고 한 이전의 태도와는 사뭇 다르다.
논의가 시작되자 그간 기회상실로 절망감에 빠져 있던 개원가에도 조금씩 희망이 살아나는 듯하다.
그러나 복지부가 개선 의사를 밝혔다고 해서 전문의 응시자격문제가 단숨에 해결되리라고 낙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넘어야할 산이 많이 남아 있다. 응시자격을 어디까지 개방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를 여하히 푸느냐가 해결의 열쇠가 될 것이다.
과거에도 전개원의에 응시자격을 주려다가 학생들의 반발에 밀려 전면 포기한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수련하고 싶어도 수련할 병원이 없어 다수 학생이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는 게 주장의 핵심이었다.
개원의의 당위적인 주장과 일반적인 희망사항이 현실 앞에서 설득력을 발휘하지 못한 셈이다.
두 번째 관문은 기득권자의 태도다. 1, 2, 3차 전문의시험을 통해 말 그대로 전문의라는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한방병원협의회, 전공의협의회, 8개 분과학회 등 기득권자들은 전문수련기관에서의 교육과 근무를 내세워 자신들만이 응시자격이 있다는 논리를 굽히지 않을 것이 예상돼 기득권자들의 협조가 없이는 모든 개원의에게 응시자격을 주는 일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전문의 해법이 이렇게 어렵지만 풀지 않으면 한발자국도 내디딛을 수 없는 것이 한의계의 현실이다.
외부의 문제라면 일치단결해서 싸울 수도 있지만 내부의 갈등은 싸울 수도 없고 그렇다고 방치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냥 내버려두면 피해자의 입장에선 상실감을, 한의계 입장에서 회세의 약화를 초래할 것이다.
바야흐로 한의계는 중대한 시련에 직면하고 있다. 한의학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 전문한의사, 일반한의사로 나뉘어 싸울 겨를이 없다.
한의사제도가 위협받는데 전문한의사라는 자격증이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한의사제도를 살리는 길은 한의계가 하나가 되는 길 이외에 달리 대안이 있을 수 없다. 그 하나로 되는 길은 상호간의 이해와 양보다.
그 중에서도 기득권자의 이해와 양보가 해결의 첩경이다. 지금 한번의 양보가 미래 한의학을 살릴 수 있음을 가슴 속에 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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