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구사법이 거론될 때마다 화들짝 놀란 나머지 온갖 회세를 동원해 막았지만 과거의 관성적 방식으로는 한계에 도달한 느낌이다.
한의계는 침구사법이 제정되어서는 안 된다고 그렇게 주장했지만 입법을 담당하는 사람들 중에는 아직도 韓醫와 鍼을 별개로 인식하는가 하면, 한의사전문과목에 침구전문의가 포함돼 있다는 사실에 의문을 나타내는 의원도 있다고 한다.
국민들은 국민대로 한방의료기관에서의 침시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실정이다. 일반적으로 침은 삔 데 효과가 있다는 인식이 많아 침으로 쉽게 치료할 수 있는 질환을 수술요법으로 치료하여 직접비용과 기회비용을 합쳐 비싼 댓가를 치르고 있다. 치료를 못한다면 몰라도 몇 회의 침시술로 완쾌되는데도 정보를 몰라서 한방이용율을 떨어뜨린다면 침구사법 제정의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대언론대책이 부재한 것도 커다란 문제다. 학술행사가 개최될 때마다 우수한 침구학술논문은 쏟아지는데 언론에는 알려지고 있지 않다. 그럴만한 이유도 없지 않다. 솔직히 말해 논문만으로는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다. 가령 ‘침 자극이 뇌기능변화에 미치는 연구’라고 했을 때 그것이 어떤 질환에 어떤 효과가 있다는 것인지 일반국민이나 언론인이 알 수 있을까 의문이다.
한의학논문과 치료효과를 쉽고 간결하게, 그리고 대중적으로 설명할 필요성은 오래 전부터 제기되어왔다. 그러나 대중적인 설명은 전문가인 한의사들 개개인에게 직접적인 이익이 와닿지 않아 외면된 감이 없지 않았다. 설사 있더라도 대내홍보에 그쳤다. 또 홍보담당자가 한의학 연구성과와 치료효능을 쉽게 풀어 설명할 만한 지식과 훈련이 되어 있지 않아 기대한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도 전담 홍보맨 부재를 장기화시켰다.
한의협은 홍보이사는 있지만 손발역할을 할 상근직원이 없어 마음은 있지만 몸이 따르지 않는 형국이고, 일반 한방병원도 개개 교수의 연구성과를 알리는 차원에 머무를 뿐 대중적인 한방지식을 생산, 가공하는 일과는 거리가 먼 실정이다.
다소 늦었지만 이제라도 홍보조직을 가동해야 한다. 가급적 팀을 구성해 국민이 실용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침구정보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한의협 등 한의관련 단체는 침구사법 문제가 더 이상 ‘연례행사’가 되지 않도록 홍보조직을 포함한 종합대책을 마련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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