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전문가부터 양성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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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전문가부터 양성하라
  • 승인 2003.03.18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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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27일부터 30일까지 4일간 서울대 천연물과학연구소에서 개최된 ‘한약의 기준과 규정의 조화를 위한 실무그룹회의’에서 한의계가 공식대표에서 빠졌다는 소식은 한의계로 하여금 깊은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회의는 글자 그대로 한약의 국제표준과 법적 틀을 정비하는 포럼을 개최하기 위한 실무자회의라는 점에서 상당히 중요한 회의로 평가되고 있으나 한의계는 일부 교수와 분과학회에서 업저버 자격으로 참석했을 뿐 공식 참석자는 없었다. 정작 한의협에서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대책을 세우지 않아 한의학 국제전선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시점에서 가장 심각한 사태는 서울대 천연물과학연구소 모 교수가 회의의 의장까지 맡아 중국과 함께 한약의 국제표준화작업을 주도한다는 데 있다. 이 회의에서 채택한 권고안 3항에 따르면 한국측 대표는 당국, 연구소, 관련단체의 대표자로 구성될 것을 권고하고 있어 한의계에서 한 사람 정도가 참여할 여지는 있지만 적어도 지금 단계에서 한의계는 아웃사이더로 밀린 형국이다.

한·중·일 3국이 동양의학의 주도권을 둘러싸고 미묘한 관계에 있다는 사실은 지난해 10월에 열린 제11차 국제동양의학학술대회(ICOM)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이때에도 한의계는 한국을 견제하려는 일본측의 작전에 밀려 차기 개최지 선정에서 고배를 마셨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전략적 사고와는 또 다른 문제를 낳고 있다. 회의 참석이 봉쇄되어 진행과정에 의견반영을 못하고, 사후에도 이의제기를 하지 않는다면 한의계가 회의내용과 결과에 대해서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것으로 알고 이후 일정이 진행된다는 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한의협은 표면적으로는 이번 사태에 직접적인 책임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실무대표자의 자격이 정부 이외에는 연구기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의협은 한의계 행정의 대표자로서 어떤 문제가 나오든 간에 자기문제화시켜야 할 당위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참가대상이 연구기관이라면 한의협은 한의학 관련 연구기관이 참석대상자에 포함되도록 정부와 협조관계를 구축하거나 이들 기관에 정보제공 등 행정적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사후 항의도 한의협의 몫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한의계는 국제문제를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이 부재한 게 현실이다. 기관간 유기적인 협조체제도 안 되어 있을뿐더러 국제업무의 핵심요소인 영어와 중국어 실력과 한의학적 지식, 정책적 마인드를 겸비한 전문인력도 없는 실정이다.

한의계의 인력빈곤은 중국과 대조적이다. 중국은 마닐라에 둥지를 튼 첸켄이 있고, 제네바에 장소서가 있다. 주한중국대사관에는 30년간 한반도에서 잔뼈가 굵은 리빈이 대사를 맡고 있다.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한의협은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 사포닌 함량이 인삼의 국제표준이 되는 사태를 눈뜨고 볼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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