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김린애의 도서비평] 보일까 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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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김린애의 도서비평] 보일까 말까
  • 승인 2022.12.23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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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린애

김린애

mjmedi@mjmedi.com


도서비평┃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 태도가 작품이 될 때

제목만으로도 큰 지혜를 주는 책이 있다.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도록>이 그렇다. 일상에서 만나는 감정은 많은 경우 흘러가곤 한다. 하지만 이런 감정에 “태도”라는 형태를 주면 이제 감정은 우리 곁에 머무른다. 심지어 그 책임도 져야 한다.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도록”이라는 문구는 그 책임이며 뒷감당을 상기시키는 강한 힘이 있다.

레몬심리 지음, 박영란 옮김,
갤리온 펴냄

이 책은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도록 하라고 설교하는 책이 아니라 기분을 어떻게 인식하고 어떻게 관리하면 될지에 대한 실용서이다. 자신이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바라볼 것(이 책에서 ‘마음챙김mindfulness’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지만 마음챙김 명상에서 강조하는 부분이다)이 먼저다. 그리고 뚜렷한 이유 없이 기분이 좋지 않다면 몸의 건강을 챙기는 것이 중요하다. 누군가가 나한테 문제를 제기할 때 감정을 분리하도록 버릇을 들여라. 만약 남의 기분이 내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 쳐내는 연습을 해라. 이 책의 간단한 충고들은 구체적이고 매우 유용하다. 실행에 옮긴 자신을 바라보면서 뿌듯한 성취감을 느낄 수도 있다.

만약에 이러한 충고를 따르기 어렵다면 좌절이라는 기분에 빠지기 전에 혹시 자신이 무기력한 상태가 아닌가 돌아보자. 자신이 무기력하고 우울하다면 친한 친구가 우울할 때 해줄 만한 일들을 스스로에게 해주자. 또 의자에 앉아 등을 기대고 두 발을 단단히 디디면서 흔들리지 않는 지지감을 느껴보자. 웅크리지 말고 어깨를 펴자. 몸이 가벼워야 마음도 가볍고, 몸이 어딘가 의지할 수 있다고 느낄 때 마음도 튼튼해지는 것은 자연스럽다.

감정과 태도를 이렇게 갈무리하고 다듬어서 드러내야 할 때도 있지만 때로는 적극적으로 보여주고 싶은 감정과 태도가 있다. 이런 태도들이 담긴 작품을 소개한 책이 <태도가 작품이 될 때>이다. “차별에 대한 분노”의 감정을 "모든 사람은 각각 다르다는 게 유일한 공통점이다.”라는 삶의 태도로 만든 사람(바이런 킴, Byron Kim 1961~)이 있다. 이 사람은 이 태도를 <제유법>이라는 작품으로 만들었다. 이 작품은 작가의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피부색을 보여주는 판 수백 개로 구성되었다. 비슷한 것도 같지만 완전히 같은 색은 찾기 어렵다. 조금 다르거나 크게 다를 뿐이다.

박보나 지음, 바다출판사 펴냄 

“시스템 밖으로 튕겨 나가겠다.” “두 명 중 덜 악랄한 자가 아닌 다른 대통령을 원한다.” 같은 태도는 반발을 살 수도 있다. “사회에 도움이 되는 구성원이 되지 않겠다는 것이냐” 라든가 “인생을 낭비하지 마라”, “내가 지지하는 후보는 악랄하지 않다” 같은 상상만 해도 피곤한 충고와 말씨름과 맞서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태도를 작품으로 창조하면 – 떨어지고 넘어지는 퍼포먼스를 담은 사진(바스 얀 아더르의 <낙하 II>)으로, 자신이 원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그린 문구(조이 레너드의 <나는 대통령을 원한다>로 창조하면 - 충고와 말씨름을 붙이기에 한발 앞서 생각하고 느끼게 만드는 힘을 갖게 된다.

이번에 소개한 두 권의 책은 각기 아쉬운 부분이 있다. <기분이 태도가 될 때>는 일상에서 만날 만한 마음의 문제에 대해 잘 갈무리해 읽기 편하게 쓴 책이다. 하지만 기존에 “마음”에 관심이 있었던 사람이라면 새로운 관점이나 지식을 얻을 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태도가 작품이 될 때>는 반대 방향으로 아쉬운 부분이 있다. 소개하는 작품들이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현대예술작품 들이다 보니 너무 낯선 소재라 집중해서 읽기 쉽지 않다. 물론 내 태도를 바꾼다면 마음에 대해 관심을 두기 시작한 사람에게 추천할 책이고 현대예술로 향하는 시선을 넓혀주는 책이다.

 

김린애 /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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