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보건사업] 디지털 헬스케어(2) 디지털 치료제로 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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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보건사업] 디지털 헬스케어(2) 디지털 치료제로 하시겠습니까
  • 승인 2022.08.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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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경

한은경

mjmedi@mjmedi.com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의료기관에서 처방이 가능한 디지털치료제가 없지만, 올해 안에 식약처가 첫 번째로 인허가하는 디지털치료제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들려옵니다. 환자가 선생님, 저 디지털 치료제 처방받을 수 있어요?” 하고 묻는 것도 어쩌면 그다지 먼 나중 일이 아닐지 모릅니다.

디지털치료제는 디지털 치료기기’, ‘디지털 신약이라는 단어와도 종종 섞여서 쓰입니다. 다만, 먹는 약이 아니라 의료기기로 보심이 타당합니다. 국제적으로 쓰이고 있는 정의와 분류가 몇 가지 있습니다만, 202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식약처는 인허가 심사를 하려는 대상으로서 디지털 치료기기를 장애나 질병을 예방·관리·치료하기 위해 환자에게 근거기반의 치료적 개입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SaMD, Software as a Medical Device)”1)라고 보며 의료기기심사부에서 담당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모바일 앱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소프트웨어의 형태(VR, 인공지능, 게임 등)으로 가능합니다만, 우리가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첫 예시로서 전편에 이어 모바일 앱을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앞서 건강행동을 돕는 모바일 앱의 종류가 다양함을 살펴보았는데요, 사용자들이 실제 써 본 결과,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에 특별히 효과가 뛰어난 것들이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식단 관리를 통해 다이어트를 하려는 사람들을 위한 앱으로 출발했던 눔(NOOM)의 사용자들을 관찰해 보니, 눔을 사용하지 않았던 사람들에 비해서 체중 감량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당뇨 전단계 환자들을 대상자로 포함하는 등 다수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2017년 미국 CDC에서 세계 최초로 눔을 모바일 당뇨병 예방 프로그램 (DPP, Diabetes Prevention Program)으로 공식 인증하게 됩니다.2)3) 이제 눔은 단순히 식단을 관리해줄 뿐 아니라, 당뇨를 예방하는 효능이 있는 디지털치료제인 것이죠.

◇그림 출처: 디지털치료기기 허가심사 가이드라인(민원인 안내서). 식품의약품안전처. 2020.
◇그림 출처: 디지털치료기기 허가심사 가이드라인(민원인 안내서). 식품의약품안전처. 2020.

디지털 치료제는 인지행동치료법을 위주로 개발되어 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불면증이나 중독장애를 치료하는 시장이 먼저 형성되었습니다. 미국 FDA에서 치료목적으로 허가를 받은 최초의 디지털치료제인 페어 테라퓨틱스(Pear Therapeutics)사의 디지털치료제 리셋(reSET)은 알코올·약물중독을 치료하기 위해 개발되었으며, 같은 회사의 또 다른 주력 상품인 솜리스트(Somryst)는 만성 불면증 치료제입니다. 디지털치료제의 개발 분야를 “1) 인지행동치료 (수면장애, 우울장애, 불안장애, PTSD, 알코올 및 약물 중독, 통증 완화, 공황장애 등) 2) 당뇨, , 고혈압 등 생활 습관 개선의 효과가 큰 질환과 중증질환자의 예후 관리가 중요한 질환을 위해 생활 습관을 교정, 또는 복약 순응도를 관리(천식, 만성폐쇄성폐질환, 조현병 등과 같이 지속적인 복약이 중요한 질환에서) 3)약시, 뇌졸중 및 외상성 손상으로 인한 신경 손상, ADHD등을 위한 신경 재활 치료4)로 나누어 보기도 합니다.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하는 과정은 통상적인 신약개발과 비교하면 시간과 비용이 절감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역시 임상효능을 입증해야 하며, 인허가를 받는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수가가 책정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개발 기업으로서는 여러 가지 고민이 있겠습니다. 한편 의사가 처방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 마침내 모든 절차를 완료했다고 하더라도, 우리 모두에게 아직은 생소한 이 디지털치료제가 과연 적극적으로 처방될지에 대해 의구심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환자들은 과연 처방받은 디지털치료제를 잘 이용할까요? 복약 여부는 어떻게 측정할까요? 치료의 시공간 제약을 극복할 뿐 아니라, 약물복용 시 가능한 부작용이 없는 안전하고 새로운 수단으로 떠올랐지만, 디지털치료제가 실제 임상환경에서 어떤 위치를 점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르는 부분이 많다고 하겠습니다.

이러한 부분을 자세히 고민한 사람은 미래의료학자 최윤섭 박사입니다. 일찍이 임상, 인허가, 보험, 의사 처방, 환자 사용, RWE(Real World Evidence)”5) 측면에서 앞으로의 과제를 구분하고 있습니다. 개발단계에서는 필요한 임상연구의 종류와 디자인, 인허가를 받을 것인지의 결정, 수가의 적용가능성 및 지불방식에 대해서 고민이 필요할 것이고, 실제 활용에서는 의사의 처방 및 환자의 사용, 실제 의료현장에서 근거를 구축해 나가는 과정에서 다른 요소들과의 호환 등이 계속 이슈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치료제가 뚜렷이 보여주고 있는 것은 치료수단을 구성하는 인프라 자체가 다양화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면, 누군가 보기에는 그저 스마트폰을 하고 있을 뿐인환자는 실제로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인 것입니다. 그 과정에 의료인이 어떻게든 결부되어 의료행위에 대한 보험수가를 받게 되는 것이고요. 의료인으로서는 과연 어떻게?” 그 과정에서 나의 전문기술을 이용하여 환자를 케어하고 그 대가를 받게 되는가가 큰 관심을 갖게 될 만한 부분입니다.

디지털 헬스케어를 주로 다루는 네이처 계열 학술지 NPJ Digital Medicine6)에 따르면 이것은 더이상 뭔가 특별한 풍경이 아닐지 모릅니다. “(이 학술지를 창간한) 우리의 활동들이 성공적이라면, 더이상 디지털 의료라 부르지 않고 그냥 의료라 부르게 될 것이다라고 쓴, “Digital medicine, on its way to being just plain medicine이라는 짧은 에디토리얼이 있으니 한번 읽어 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건강증진뿐 아니라 질병의 진단, 예방과 치료까지, 디지털 헬스케어는 특수한 영역이라기보다는 우리 의료환경에서 가시화되기 시작한 인프라입니다. 종래 우리에게 익숙했던 방식의 의료의 과정과 결과에 모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며, 관련 R&D 연구 예산 책정이 계속 필요한 분야라 하겠습니다.

한은경/호영보건의료연구소

각주

1) 디지털치료기기 허가심사 가이드라인(민원인 안내서). 식품의약품안전처. 2020.
2) 최윤섭의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https://www.yoonsupchoi.com/2019/11/11/digital-therapeutics-4/
3) 눔, 미국 CDC 모바일 당뇨병 예방 '공식 인증', 미국 CMS 의료 수가화 요건 충족
https://www.medipana.com/article/view.php?news_idx=198061&sch_menu=1&sch_gubun=5
4) 디지털 치료제의 현황 분석 및 발전 방향. 한국전자통신연구원. 2020.
5) 최윤섭의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http://www.yoonsupchoi.com/2018/09/29/dtxdm-2018/
6) Steinhubl, S.R., Topol, E.J. Digital medicine, on its way to being just plain medicine. npj Digital Med 1, 20175 (2018). https://doi.org/10.1038/s41746-017-0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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