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는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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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는 섬
  • 승인 2021.11.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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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mjmedi@mjmedi.com


영화읽기┃올드
감독 : M. 나이트 샤말란
출연 :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 빅키 크리엡스, 토마신 맥켄지, 알렉스 울프

거리에 낙엽들이 즐비하고 2021년 달력도 2장 밖에 안 남았다. 벌써 11월이다. 도대체 한 것도 별로 없는데 시간이 이렇게 지나갔다는 것이 믿기 힘들 정도로 쏜살 같이 시간이 지나가고 있다. 이처럼 우리는 항상 시간의 흐름을 두려워한다. 왜냐하면 점점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에 따른 엄청난 변화와 이별의 순간을 맞이해야 하기에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을 붙잡고 싶어 한다. 이와 같은 인간의 이런 심리는 시간을 자유롭게 다룰 수 있는 영화의 중요 소재가 되면서 시간을 다양하게 변주한 내용의 영화들이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가이(가엘 가르시아 베르날), 프리스카(빅키 크리엡스) 부부는 이혼하기 전에 마지막 가족 휴가로 어린 매독스(토마신 맥켄지), 트렌트(알렉스 울프)를 데리고 열대 휴양지로 여행을 간다. 거기서 리조트 매니저의 권유로 여러 사람들과 함께 외딴 해변을 가게 된다. 그런데 갑자기 한 여성의 익사체가 발견되며 휴가는 비극적으로 변하게 된다. 그 후로도 함께 온 가족들이 죽거나 갑자기 어린 애들이 성장해 버리는 등 이상한 사건이 일어나게 된다. 결국 이들은 해변이 노화를 빠르게 만든다는 걸 깨닫게 된다.

아름다운 해변을 찾은 한 가족들이 아침에는 아이, 오후에는 어른, 저녁에는 노인이 된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는 <올드>는 <식스센스>를 연출한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작품이라는 것만으로도 많은 관객들에게 흥미롭게 다가가고 있다. 2011년 출간된 프랑스 작가 피에르 오스카 레비와 일러스트레이터 프레데릭 피터스의 그래픽 노블인 <샌드 캐슬>을 읽자마자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은 인간과 시간의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하기에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자신의 14번째 작품으로 선택하게 되었다고 한다. 특히 아름답기만 한 해변이 현실 속 시간과 다르게 엄청 난 속도로 진행되는 시간을 가진 미스테리한 장소로 설정되면서 휴가를 떠났던 사람들에게 폐소공포를 유발하는 역대급 빌런 공간이 되어 버린다는 것이 영화의 특징이다.

그러나 <올드>는 시간이 빨리 흐르는 해변이라는 모호한 공간 외에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이 점차 늙어가면서 일어나는 갈등과 화해라는 내용 등이 개연성 없이 진행되면서 미스테리 스릴러 영화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라는 말이 있고, <식스센스>를 봤던 사람들이라면 예측할 수 있는 M. 나이트 샤말란 감독 특유의 반전이 결말 부분에 등장하면서 <올드>는 완전히 다른 영화가 되어 버린다. 그렇지만 영화 초반부에 보여주었던 미스테리한 분위기를 끝까지 가져가지 못하고 많은 캐릭터들로 인해 루즈하고 산만해진 상황이다보니 결정적인 반전이 뒤통수를 때릴 정도가 아니라는 점이 아쉽게 느껴진다. 반면 이 반전을 알고 난 후 오히려 영화를 다시 곱씹어 본다면 <올드>의 내용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치 요즘 우리들의 모습을 보고 있는 듯 하여 씁쓸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유수처럼 지나간다는 말이 무엇인지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지금, 내 가족과 주변 지인들과 보내는 모든 시간이 소중한 순간이라는 것을 깨닫기를 바라며 지금이라도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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