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혜택 닿지 않는 산간지역에 한의원 책방 열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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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혜택 닿지 않는 산간지역에 한의원 책방 열고파”
  • 승인 2021.04.15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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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현 기자

박숙현 기자

sh8789@mjmedi.com


▶책, 사람을 읽다(12) 김하은 한의사

SNS 시낭송회부터 소설 출간까지…인생의 책, ‘소문대요’-‘의감중마’-‘내 인생의 잔’ 등

 

[민족의학신문=박숙현 기자] ‘책, 사람을 읽다’에서 소개해온 다독가들은 책읽기에 탐닉해 일상 속에 책이 함께하고 있었다. 이번에 소개할 김하은 한의사는 더 나아가 책으로 새로운 일상을 만들어나가는 사람이었다. 자신을 ‘시와 산책을 좋아하는 한의사’라고 소개한 그는 미우라 아야코의 투병과 사랑 이야기를 담은 책 ‘길은 여기에’를 추천 받아 읽고 눈물을 흘리며 큰 감동을 받은 이후로, 한 권의 책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치유의 독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상당수의 한의사들과 마찬가지로 그 역시 어릴 적 ‘허준’, ‘대장금’, ‘태양인 이제마’, ‘허임’ 등의 한의학 드라마를 보며 서양 의학과 달리 인체를 보는 한의학의 관점과 치료법에 매료되어 한의학에 입문했다. 그리고 대학원 석사 과정 당시에는 중국 베이징 한방병원에서 실습을 하면서 중국과의 연이 생겼다고 한다.

그는 “중국 서점은 한 층 전체가 한의학 서적 관련 코너인 것을 보고 놀랐다. 그만큼 중국인들의 건강과 양생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것이 부러웠다”며 “이후 출판도시문화재단에서 기획한 ‘중국서점기행’에 다녀오면서 한의학 서적들을 잔뜩 사 왔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서점기행’의 저자인 출판사 한길사의 김언호 대표와 함께 5박 6일 동안 중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중국의 서점을 탐방한 경험도 있었다. 그는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서점으로 난징의 셴펑서점(先锋书店, https://blog.naver.com/joyhanny/221281682713)을 손꼽았다. 셴펑서점의 전소화(钱小华) 사장은 교통이 발달되어 있지 않고 서점이 없는 빈곤한 산간벽지 마을에 서점을 세우는 일을 하고 있는데, 책을 읽고 싶어도 서점이 없어 읽지 못하는 지역주민들을 위해 그는 '雪中送炭(추위 속에 연탄을 보내는)' 마음으로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전소화 사장님의 철학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내 꿈은 의료 혜택이 닿지 않는 산간 지역에 한의원 책방을 여는 것”이라며 “동네 주민들이 치료 받으러 왔다가 한방차도 한 잔 마시며 책도 읽고 갈 수 있는 동네의 사랑방 같은 한의원에서 동네 주민들의 평생 주치의로 사는 삶을 꿈꿔본다. 내과 의사 트뤼도의 비문처럼 ‘가끔 치료하고, 자주 도와주고, 언제나 위로’해주는 다정한 옆집 친구 같은 한의사로 기억되고 싶다(To cure sometimes, to relieve often, to comfort always)”는 소망을 밝혔다.

김하은 한의사는 평소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으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그가 최근에 빠진 책은 김초엽 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었다. 그는 “SF 소설은 우리를 지구 밖 우주로 멀리 보내 우주의 관점에서 인간을 바라보게 하는 매력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또한 우리가 사는 지구의 환경과 생태계에도 관심이 많았다. 그는 다니카 슌타로의 시 ‘지구의 손님’을 언급하며 “우리 인간이 지구의 ‘손님’인데 언제부터인가 ‘주인’ 행세를 해 왔다며 문명의 무례함을 꾸짖는 책이다. 인간이 저지른 환경 파괴로 인해 우리에게 다시 쓰나미처럼 재앙으로 되돌아오고 있다”며 “특히 세계 전역에 이상 기후로 기후 난민이 생기고 잦은 신종 전염병의 출현으로 인류세의 끝에 와 있음을 느끼는 요즘, ‘녹색 평론’, ‘근대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 ‘2050 거주불능 지구’ 등의 환경 관련 도서들을 탐독하고 있다. 그러면서 우리 인류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고, 우리의 생활 습관을 생태 친화적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러한 그의 문제의식이 발현된 것이 소설이었다. 그는 다양한 글쓰기 수업을 들으며 ‘우리가 지구를 선택할 수 있다면’이라는 제목의 환경 SF 단편 소설을 쓰고, 같이 글쓰기 수업을 수강한 글동무들의 글들과 함께 ‘삶의 무늬’라는 책을 엮어 출간한 작가이기도 하다.

 

그의 저작 ‘우리가 지구를 선택할 수 있다면’은 2050년, 지구는 오염되어 살아남은 인간들은 오아시스 거주구에서 인공 생태계를 만들어 살아가는 곳을 배경으로 한다. 인간이 더 이상 지구에서 살 수 없게 되자 각국은 새로운 행성을 찾아 우주 탐사 계획을 세우고, 윰 행성을 탐사하러 간 주인공 범평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일을 담고 있다.

김하은 한의사의 활동은 서점탐방, 글쓰기수업을 통한 책 출간에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각종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서평과 시낭송 영상 등을 올리고 있다. 최근에는 음성으로 소통하는 SNS를 활용해 시 낭송회를 열고 있다. 이러한 각종 SNS를 통해 알게 된 지인들과는 북클럽 활동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인스타그램과 네이버 블로그, 유튜브에 한의학 정보와 서평과 시낭송, 매일 EBS 라디오 영어·중국어를 공부한 것을 올리고 있다. 같은 관심 분야의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SNS를 잘 활용하면 좋은 것 같다”며 “현재 북튜버와 메디컬 아나운서로도 활동하고 있다. 특히, 시 낭송의 매력에 빠져서 클럽하우스에서 매달 새로운 주제로 시인과 음악가를 초대하여 '문학의 밤 시 낭송회'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200명이 넘는 회원들이 함께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금은 문학을 사랑하는 한의사의 길을 걷고 있지만 그에게는 또 다른 색다른 이력이 있었다. 어린 시절 뮤지컬 ‘Sound of Music’ 브리지타 역으로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한 뮤지컬배우이기도 한 것이다. 그는 KBS ‘열려라 동요세상’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고, CBS 엔젤 콰이어, Ace Harmony 아카펠라 그룹의 단원, 시각장애인 오디오북 녹음 봉사 활동 등을 했다. 그는 “시와 음악이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고, 메마른 마음에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며 “제가 시립 도서관 개관식 무대에서 박노해의 ‘너의 하늘을 보아’ 시를 낭송했던 것이 목소리만으로 소통하는 오디오 기반의 플랫폼인 클럽 하우스에서 ‘문학의 밤 시 낭송회’를 기획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최근에는 ‘봄, 새로운 시작 그리고 사랑’이라는 주제로 이상협 시인님과 해금 병창 모래님을 특별 초대하여 한시 특집 시 낭송회를 열었다. 해금 병창 모래님의 ‘사랑 거짓말이’ 정가를 다 같이 듣고, 조선 시대 허난설헌과 동시대에 활동한 시인 이옥봉의 시 ‘몽혼’을 주제로 같이 이야기를 나눴다.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시고 자작시도 발표해주셔서 오히려 제가 더 큰 위로를 받고 있다. 시낭송 배경 음악을 깔고 참여자에게는 추첨을 통해 소정의 상품도 드리고 있다. 시와 음악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함께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렇듯 다양한 활동을 해온 김하은 한의사는 자신의 인생에서 ‘삶의 의미와 소명을 발견한 시기’, ‘한의사의 진로를 향하게 된 시기’, ‘한의사로서 의료의 방향을 가리켜준 시기’에 책이 함께했다고 했다.

그는 학창 시절, ‘나는 앞으로 어떤 일을 하며 살아야 할까’라고 고민하다 미우라 아야코의 ‘길은 여기에’를 읽고 신앙에 기반한 삶의 의미와 소명을 발견하게 되었다고 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그는 “고등학교 때 기도실에서 진로에 대해 기도하고 고민하면서 ‘마음이 아프고 몸이 아픈 사람을 한의학으로 치료하며 영혼을 위로해주는 치료자의 삶을 살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다”며 “몸과 마음과 정신이 골고루 성장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태권도, 요가와 헬스로 체력을 기르고, 원문 번역에 충실한 ‘킹 제임스 성경’을 매일 읽으며 학업에 정진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이 두 책을 “유년기부터 내 삶의 방향을 인도해 준 등대와 나침반”이라고 표현했다.

‘킹 제임스 성경’과 ‘길은 여기에’가 그의 소명을 정해준 책이라면, 진로를 정해준 책은 ‘상도’였다. 대학원 입학 면접에서 조선 시대 거상 임상옥의 생애를 그린 故 최인호 작가의 ‘상도’를 인용해 좋은 평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당시 면접의 인성 구술 문제 중 ‘개인의 이익과 사회의 이익 중 무엇을 우선시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나왔다”며 “나는 ‘상도’에 나온 솥 정(鼎) 자를 말하며 ‘솥의 다리(개인)가 솥(사회)을 지탱하고 있는데, 다리 하나가 너무 짧거나 길어도(개인의 이익을 희생시키거나 한 개인이 욕심을 부려 폭리를 취해도) 솥은 균형을 잃고 넘어지기 때문에 단순히 전체의 이익을 위해 개인의 이익을 희생시켜서도 안되고, 개인의 이익들을 적절히 조율하여 균형을 이루는 것이 사회 전체를 위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결국 한 사회란 개인들이 모여 이룬 것이고 구성원들의 이익을 반영한 집단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교수님들은 고개를 끄덕이시며 흡족해했고, 대학원에 합격할 수 있었다. 그 이후로도 ‘상도’는 제 인생의 힘든 순간들마다 제게 현답을 준 고마운 책”이라고 고백했다.

또한 한의사로써 그가 하고 싶은 의료의 방향을 가리켜 준 책은 ‘조선의 작은 예수 서서평: 천천히 평온하게’이었다. 그는 “간호대를 갓 졸업하자마자 조선에 와서 자신의 삶 전체를 바쳐 조선의 의학을 발전시키고, 조선 사람들을 죽기까지 사랑했던 서서평 선교사의 이야기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홀트아동복지회에서 의료 봉사를 한 조병국 원장의 자서전 ‘할머니 의사 청진기를 놓다’를 친구에게 선물받아 감명 깊게 읽었고, 그 영향을 받아 한의 의료 봉사 단체인 동제 의료단에 가입하여 범어사로 의료 봉사를 다녀오기도 했다고 한다. 또한 누가 의료회(CMF)에서 몽골과 키르기즈스탄으로 의료 봉사를 다녀왔고, 안성 외국인 의료 센터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한방 무료 진료에 참여하는 등 봉사활동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었다. 그는 기회가 된다면 한방 해외 의료 봉사 단체인 콤스타(KOMSTA) 의료 봉사에도 참여해보고 싶다고 했다.

자신이 감명 깊게 읽었던 수많은 책들 중 인생의 책으로 ‘소문대요’와 ‘의감중마’, ‘내 인생의 잔’, ‘오늘부터 시작하는 영성훈련’, ‘그리스도교 마음챙김’ 등을 언급했다.

‘소문대요(素問大要)’는 석곡 이규준이 ‘황제내경 소문’을 요약 정리한 한의학 의서이며, ‘의감중마(醫鑑重磨)’는 같은 저자가 허준의 ‘동의보감’에서 중요한 내용을 모아 재해석했다. 이 책에 대해 김하은 한의사는 “석곡 이규준 선생님의 책은 내게 한의학에서 길을 잃을 때마다 다시 펼쳐보는 한의학의 성경 같은 책”이라며 “한의학의 관점에서 바라본 인체의 생리와 병리, 그리고 처방까지, 한방 치료의 맥을 잡을 수 있는 보석 같은 책이다. 나는 ‘소문대요’와 ‘의감중마’를 한의대에서 교과목으로 처음 배웠고, 지금도 소문학회에서 요산 한의원 김태국 원장님과 함께 매주 목요일마다 온라인으로 석곡 이규준 선생님의 저서들을 같이 읽어나가면서 임상에서 만난 환자 케이스를 가지고 토론하며 공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심리치료사인 조이스 럽 수녀가 쓴 ‘내 인생의 잔(The Cup of Our Life)’은 컵을 내면세계의 상징으로 삼아 기도를 통해 생명과 우주에 대한 경외심과 이웃을 향한 자비로 흐르는 온전함을

다룬 책이다. 영성 연구회 평상에서 쓴 ‘오늘부터 시작하는 영성 훈련’은 기독교인의 수련방식을 다루고 있으며, 피터 타일러의 ‘그리스도교 마음챙김’은 그리스도교에서 바라보는 마음챙김 수련을 논하고 있다.

이 책들에 대해 “시중에 불교에 기반한 마음챙김 명상책은 많지만 기독교 기반의 책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가톨릭과 기독교적 마음챙김 명상에 관한 책을 찾다가 깨진 잔을 위한 치유와 회복의 책 ‘내 인생의 잔’을 발견했다”며 “이 책에서는 우리의 인생을 잔에 비유한다. 나는 이 책에 나온 시 ‘때가 되면(In Time)(시낭송 https://blog.naver.com/joyhanny/221625220814)’을 좋아한다. ‘때가 되면 깨진 잔도 치유가 되고 사랑을 받아들일 겁니다’라는 구절이 위로가 되었다. 이 책을 따라 하루에 한 챕터씩 나를 돌아보는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눈물을 터뜨리며 부정적 감정들이 해소되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고 소개했다. 이어 “‘오늘부터 시작하는 영성 훈련’, ‘그리스도교 마음챙김’은 꽃과 나무를 바라보며 감사하는 자연 묵상, 몸과 마음의 욕심을 비워내는 금식과 침묵 기도 등의 명상법에 대해 얘기하고 있습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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