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전대보탕 – 면역능저하 상태 개선자!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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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전대보탕 – 면역능저하 상태 개선자!①
  • 승인 2021.02.26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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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승원

권승원

mjmedi@mjmedi.com


일본 CPG 속 한방약 엿보기(32)
권승원 경희대학교한방병원순환신경내과 조교수
권승원
경희대한방병원
순환신경내과
조교수

<전형증례>

4세 여아.

반복되는 중이염을 예방하고 싶다며 어머니와 함께 내원했다. 체형은 매우 마른 편이며, 항상 콧물을 흘리는 경향이 있다. 연 3회 이상의 중이염을 경험하고 있고, 이 때 마다 이비인후과에서 치료를 받고 있지만, 점차 증상 발생 시마다 치료기간이 길어진다며 걱정을 하고 있다.

연령과 체중, 신장을 고려하여 A엑스제를 통상 용량의 1/3로 하여 1일 2회 투약해보기로 했다. 4주 복용 후 내원했는데, 한 달 간 중이염 발생은 없었다고 한다. 복약하며 특별한 불편감은 없다고 했다. 부작용은 없는 것으로 판단하여 3개월분을 처방했다. 이후 3개월 간 복용을 유지하자, 식사량이 증가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체력도 개선된 것 같다고 한다. 또한, 총 4개월간 한 차례도 중이염 재발이 없었다. 이후, 2개월간 복용을 유지한 뒤, 중이염 재발이 없어 추가 복용은 하지 않았다.

2년 뒤, 친구들과 뛰어놀던 중 발목염좌가 생겨 내원했는데, A엑스제 복용 후 현재까지 한 번도 중이염 재발이 없었다고 한다.

 

오늘의 주인공 A는 바로 십전대보탕(十全大補湯)이다. 십전대보탕의 출전은 몇몇 설이 있으나 중국 송대(宋代)의 『태평혜민화제국방(太平惠民和劑局方), 이하 화제국방』이며, 당시에는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한 허손(虛損)에 사용할 수 있는 처방으로 제안되었다. 이후 단순한 허손 외에, 화농성 염증질환인 옹저(癰疽)에도 활용되었으며, 점차 그 활용범위를 넓혀 ‘면역능저하’가 기저에 있는 다양한 신체이상상황에 활용되는 자리매김했다.

 

십전대보탕 개요

구성약물: 인삼, 백출, 복령, 감초, 당귀, 작약, 숙지황, 천궁, 황기, 육계, 생강, 대조

효능효과: 병후 체력저하, 피로권태, 식욕부진, 도한(盜汗), 수족냉증, 빈혈 (일본 내 허가사항)

주요 약리작용: 면역증강작용, 면역억제상태 개선작용, 감염예방효과, 발암억제작용, 암 증식 및 전이 억제효과, 항암제 부작용 경감, 빈혈에 대한 작용, 간절제 후 혈중 암모니아 농도 상승 억제

 

십전대보탕 활용의 발전사

십전대보탕은 지난 연재에서 살펴 보았던 육군자탕만큼이나 그 형성과정이 복잡한 처방이다. 십전대보탕은 송대(宋代)에 출간된『화제국방』의 [권지오(卷之五)-제허부족(諸虛不足)]에서 그 첫 모습을 보였는데, 이미 익숙한 십전대보탕이라는 이름으로 한 번, 구성약물은 동일하나 처방명은 다른 십전음(十全飮)이라는 이름으로 또 한 번, 이렇게 총 2번 등장하고 있다.

먼저, 십전대보탕은

“治男子ㆍ婦人諸虛不足, 五勞七傷, 不進飮食, 久病虛損, 時發潮熱, 氣攻骨脊, 拘急疼痛, 夜夢遺精, 面色萎黃, 脚膝無力, 一切病後氣不如舊, 憂愁思慮傷動血氣, 喘嗽中滿, 脾腎氣弱, 五心煩悶, 幷皆治之. 此藥性溫不熱, 平補有效, 養氣育神, 醒脾止渴, 順正辟邪, 溫暖脾腎, 其效不可具述.”

이라 하여 남녀 구분없이, 오로칠상(五勞七傷)이나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병을 오래 앓아 발생한 발열, 통증, 몽정, 안색불량, 하지위약, 기침이나 호흡불편, 번열감 등의 다양한 증상을 치료할 수 있는 처방으로 소개되었다.

이어서 십전음은

“治諸虛百損, 榮衛不和, 形體羸瘦, 面色痿黃, 脚膝酸疼, 腰背倦痛, 頭眩耳重, 口苦舌乾, 骨熱內煩, 心忪多汗, 飮食進退, 寒熱往來, 喘嗽吐衂, 遺精失血. 婦人崩漏, 經候不調. 凡病後未復舊, 及憂慮傷動血氣, 此藥平補有效, 最宜服之.”

이라 하여 모든 허손(虛損)에 의한 체중감소 및 신체위약, 안색불량, 통증, 어지럼, 구강건조, 번열감, 흉부불편감, 다한, 식욕부진, 한열왕래(寒熱往來), 기침, 객혈, 유정, 출혈, 여성생식기 출혈, 월경이상 등을 보이는 경우 활용할 수 있는 처방으로 소개했다.

이렇게 십전대보탕과 십전음의 주치증은 대동소이(大同小異)한데, 주목할 점은 십전대보탕과 십전음 모두 지나치게 온열하지 않은 평보(平補)하는 처방이라 소개한 점이다. 그런 이유일까? 그동안 십전대보탕은 많은 의가들을 통해 다양한 한약처방 중 대표적인 보제(補劑)로 여겨져 왔고, 다양한 허증(虛證)에 폭넓게 사용되어 왔다. 지금도 십전대보탕이라고 하면 큰 부작용 없어 손쉽게 복용할 수 있는 처방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며, 그 때문인지 의료 목적 외에도 다양한 형태로 활용되고 있다. 또한, 첫 출전인『화제국방』에서 이미 워낙 자세하고 넓은 활용 스펙트럼을 제시해서인지 후대 의가들의 활용 폭 역시 대개 이 범위를 크게 벗어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화제국방』이전에도 십전대보탕 방의는 지속적으로 사용되어 왔다. 그 대표격이 당대(唐代) 손사막(孫思邈)이 저술한『비급천금요방(備急千金要方)』이다. 비록 십전대보탕이라는 처방명은 등장하지 않지만, 다양한 십전대보탕의 방의를 포함한 처방이 등장한다. [권제십(卷第十)-상한하(傷寒下)-온학제육(溫瘧第六)]에는 학질에 사용할 수 있는 처방으로 십전대보탕에 원지, 길경, 죽엽, 지골피, 반하, 맥문동을 추가한 방의의 대오보탕(大五補湯)이 등장한다. [권제삼(卷第三)-부인방중(婦人方中)-허손제일(虛損第一)]에는 부인의 칠정상에 따른 허증에 사용할 수 있는 처방으로 십전대보탕에서 천궁을 빼고 반하, 원지, 맥문동, 오미자, 택사, 건강을 추가한 방의의 내보황기탕(內補黃耆湯), 같은 [부인방중(婦人方中)-오로제오(惡露第五)]에는 산후 오로가 그치지 않는 상황에 사용할 처방으로 십전대보탕에서 백출을 빼고, 방풍과 세신을 추가한 건지황탕(乾地黃湯)이 실려있다. 마지막으로 [권제십칠(卷第十七)-폐장(肺臟)-적기제오(積氣第五)]에도 허로가 극에 달한 상황에 사용할 수 있는 처방으로 십전대보탕에서 백출을 빼고, 지골피를 추가한 구성의 처방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렇듯 송대(宋代)에 십전대보탕이라는 명칭이 등장하기 전인 당대(唐代)에도 이미 십전대보탕의 방의는 존재했던 것이다.

대개 십전대보탕을 보기(補氣)하는 사군자탕(四君子湯), 보혈(補血)하는 사물탕(四物湯)에 황기와 육계를 추가한 처방으로 방해를 하는데, 조금은 다른 해설을 하는 학자도 있다. 청대(淸代) 유창(喩昌)은 1658년 자신이 출간한『의문법률(醫門法律)』에서 십전대보산(十全大補散)에 대해 “이 처방은 황기건중탕, 사군자탕, 사물탕을 합방한 처방이다”라고 해설했다. 황기와 육계라는 조합을 단순한 약재 가감이 아닌 작약과의 조합까지 고려하여 황기건중탕으로 해설한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십전대보탕은 한대(漢代)에 출간된『금궤요략(金匱要略)』의 황기건중탕에서 그 방의가 시작되었고, 『비급천금요방』을 통해 그 점차 구체적인 방의를 갖추어 갔고, 결국 송대『화제국방』에 이르러 그 명칭과 방의가 확정되었다 할 수 있겠다.

이후, 대부분의 의서에서는 앞서 살펴 본『화제국방』의 내용에 맞춰 십전대보탕을 활용했다. 그 과정에서 몇몇 적응증이 추가되었는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이 화농성염증질환, 곧 옹저(癰疽)에 대한 활용이다. 『설씨의안(薛氏醫案)』, 『섭생중묘방(攝生衆妙方)』,『외과정종(外科正宗)』등의 서적에서 궤양이 잘 아물지 않는 경향의 허증(虛證)에 십전대보탕 또는 십전대보탕가미방을 활용하도록 제시했다. 조선의『방약합편(方藥合編)』에도 십전대보탕의 가미방인 가미십전탕(加味十全湯)이 실려있는데, 십전대보탕에 오약, 진피, 오미자를 추가하여 옹저에 사용하도록 만들어진 처방이었다. 이러한 활용방식은 현대로도 이어져 최근에도 각종 한의학 관련 학술지에 난치 경향의 피부궤양이나 욕창에 대한 처방으로 십전대보탕을 활용하여 좋은 결과를 얻었다는 증례보고가 꾸준히 발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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