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949> - 『性命圭旨』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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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949> - 『性命圭旨』②
  • 승인 2021.01.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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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聖藥

이 책에 실려 있는 내용을 살펴보기에 앞서 간략하게 전서의 규모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전체는 元亨利貞 4부로 나뉘어져 있으며, 각각 별도의 목록이 붙어 있다. 첫째 권인 원집은 총론격으로 三聖圖, 大道說, 性命說, 死生說, 邪正說, 普照圖, 反照圖, 時照圖, 內照圖, 太極圖, 太極發揮, 中心圖, 火龍水虎圖說, 日烏月兎圖說, 大小鼎爐圖說, 內外二藥圖說 등 내단 수련 과정과 요점을 설명하기 위한 각종 그림과 이에 대한 해설로 가득 들어차 있다.

◇ 『성명규지』
◇ 『성명규지』

또 형집~정집까지는 9개의 口訣로 수련 단계를 나누어 구성하였는데, 涵養本原救護命寶, 安神祖竅翕聚先天, 蟄藏氣穴衆妙歸根, 天人合發探藥歸壺, 乾坤交媾去鑛留金, 靈丹入鼎長養聖胎, 嬰兒現形出離苦海, 移神內院端拱冥心, 本體虛空超出三界 등으로 각각 진입 단계에 따라 그림 설명과 함께 상세한 해설이 이어지고 있다.

본문에 앞서 명말청초의 道士 李樸의 서문을 필두로 刻性命圭旨緣起, 題尹眞人性命圭旨全書 등 4종의 글이 실려져 있다. 1670년에 작성한 이박의 성명규지서에서는 “이 땅의 모든 사람들에게 정수리로부터 발끝까지 통하는 침을 놓아서 곁가지로 빗나간 문도들의 잘못된 습관을 빗질하듯 쓸어내게 되었다”고 말하였다.

또한 청초 吳門(지금의 소주)의 문사인 尤侗(1618~1704)이 쓴 서문(1669년)에는 이 책이 노자의『도덕경』과『주역』64괘와 석가의『四十二章經』을 구슬로 꿰듯 한 줄기로 통하도록 엮어 놓았다고 표현하였으며, 아울러 대표적인 도가수련서인『黃庭經』과 더불어 겉과 속처럼 서로 짝을 이룬다며 칭송하는 말을 남겼다.

본문에 수록된 내용 가운데, 眞土根心說에 따르면, “하늘의 기를 따라서 생겨난 것은 모두 하늘과 땅의 土 안에 쌓이게 되는데, 아무리 써도 다함이 없고, 사람의 기를 따라서 생겨난 것은 모두 사람 몸의 土 안에 쌓이게 되는데 아무리 써도 다함이 없다. 그러므로 인의예지의 뿌리는 마치 풀과 나무의 뿌리가 흙에 뿌리를 내리고 있듯이 마음 속(토)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고 전제하였다.

여기서 유가경전의 경문과 묘하게 결부시켜 설명하고 있는데, 『맹자』盡心章句와 『대학』에서 ‘心廣體胖’이라고 말한 문구와 연계하여 마음이 넓어지면 몸도 다시 살이 찌는 듯 넉넉해지게 된다는 것이니 병이 없어지지 않으면 몸이라는 것이 허망하게 된다고 비유하였다. 한걸음 더 나아가 가지와 잎이 병들고 마르면 오직 그 뿌리에서부터 손을 대서 거름 주고 물을 주어야 다시 살아나는 것과 마찬가지로 생명의 의지가 되살아나야 한다고 했다.

사람의 마음 역시 자연의 이치와 마찬가지여서 마음이 병들면 몸이 병들게 되고 마음이 건전하다면 몸도 역시 병들지 않는다는 얘기로 통하게 된다. 그러므로 몸 안에 생긴 병은 마음의 병으로부터 말미암은 것이니 다시 말하자면, ‘몸이 넉넉해진다’는 말이 저절로 자신의 병을 쫒아내는 聖藥이 될 것이라고 설파하였다.

이러한 논의에 대한 해법은 우리가 잘 아는 『동의보감』본문 가운데 다음과 같은 말에서 찾을 수 있다. “지인은 병이 나기 전에 다스리고 의사는 병이 난 뒤에 다스린다. 병이 나기 전에 다스리는 방법에는 마음을 다스리는 것과 수양하는 것이 있고, 병이 난 뒤에 다스리는 방법에는 약과 음식[藥餌], 침과 뜸[鍼灸]이 있다. 비록 치료법은 다르지만 병의 근원은 하나인 것이니, 병이 마음으로 인하여 생기는 것이 아니라고는 할 수 없다”고 하였다.

같은 몸의 병에 대해 한쪽은 마음을 다스리는 수양법을 제안하고 의사는 약이와 침구로 치료하되 결국 그 병의 원인은 하나이니 마음을 다스려주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는 것이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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