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전(血栓)에 대한 한의약적 치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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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전(血栓)에 대한 한의약적 치료법
  • 승인 2021.01.08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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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만기

황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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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지식인 한의학 관련 다빈도 Q&A (16)

본 기고문에서는 네이버 지식인 서비스를 통해 진행되었던 한의학 관련 질의 중 사람들이 가장 많이 문의했던 내용을 간추려 이에 대한 한의사의 답변을 함께 게재한다.

황만기 서초 아이누리 한의원 대표원장 황만기(한의학박사))
황 만 기
서초 아이누리 한의원 대표원장 (한의학박사)

Q. 저희 친정 어머님 혈전 상담입니다. 너무나 오랫동안 만성적인 스트레스에 많이 시달리셨어요. 모 한방병원에서 2년 전에 홧병 진단도 받으셨습니다. 그런데, 최근 5개월 전 우측 고관절 골절 수술 이후로 계속 거동이 많이 불편하셔서 그랬는지, 다리가 많이 저리고, 쥐도 잘 나고, 무엇보다 손발이 너무 차다라는 호소를 많이 하셨습니다. 병원에 가서 초음파 검사를 받았는데요, 심부 정맥 혈전증이 아주 심한 상태이니까, 혈관(특히 혈전) 관리에 매우 주의해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정신적 스트레스도 중요한 원인일 수 있으니 마음을 편하게 가져야 한다고도 말씀하셨어요. 저희 친정 어머님 혈전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좋은 한의학적인 방법을 꼭 좀 알려 주세요.

A. 친정 어머님의 심부 정맥 혈전증(deep vein thrombosis) 때문에 걱정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제가 하나씩 정리해서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아래의 글이, 친정 어머님의 심부 정맥 혈전증 증세 완화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우선, 생물체의 혈관 속에서 피가 굳어서 된 조그마한 핏덩이를 혈전(血栓, thrombus)이라고 부르고, 혈전에 의해서 발생되는 모든 질환을 ‘혈전증’(thrombosis)이라고 합니다. 혈전(血栓)은 그야말로 ‘생사(生死)를 가르는 죽음의 덩어리’라고 흔히 표현됩니다. 혈전 관련 질환은 전 세계적으로 37초마다 1명이 사망할 정도로 매우 치명적입니다. 유럽에서 매년 정맥혈전색전증(venous thromboembolism, VTE : 정맥에서 만들어진 혈전이 다른 기관으로 가서 색전으로 기능하는 것으로서, 정맥혈전색전증에는 DVT(deep vein thrombosis, 심부 정맥 혈전증)와 PE(Pulmonary embolism, 폐색전증)가 있음)으로 인해서 사망하는 사람의 수는, 교통사고/에이즈/유방암/전립선암으로 인한 총 사망자수를 모두 합친 것의 약 3배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되어 있습니다.

혈전이 생기면 1차적으로 혈관이 죽습니다. 그 이후로 심혈관질환과 뇌혈관질환이 유발되어서, 결국 사망에까지 이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참고로 색전증(塞栓症, embolism)은, 혈류나 림프류에 의해서 맥관계(脈管系:혈관 및 림프관) 속으로 운반되어 온 여러 부유물들이, 가는 혈관강(血管腔)의 일부 또는 전부를 막은 상태를 의미합니다. 색전증의 원인이 된 물질을 색전(embolus)이라 하고, 색전 중에서 가장 임상적으로 흔한 것이 바로 ‘혈전’(血栓)입니다. 색전은 정맥으로 운반되는 경우(정맥성 혈전증)와 동맥으로 운반되는 경우(동맥성 혈전증)가 있습니다. 정맥성 혈전증은 주로 폐에서 자주 발생하는데 반드시 혈류에 따라 일어나는 것은 아니고, 때로는 혈류의 흐름과 반대 방향으로 색전이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역행성 색전증). 류머티즘성 심내막염(心內膜炎)이 있을 때 뇌색전(뇌연화)을 일으키는 수도 있는데요, 이것은 동맥성 색전증의 예입니다. 

색전을 형성하는 것으로서 임상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유리(遊離)된 혈전’이구요, 이로 인한 색전증을 ‘혈전성 색전증’이라고 합니다. 이 외에도, 가스 색전증(잠함병·공기색전증 Air embolism)·지방색전증·세포색전증 등이 있습니다. 

가스 색전증 중에서, 특히 동맥 내에서 가스 색전증이 발생할 수 있는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스쿠버 다이빙을 하는 경우인데요, 압축된 고압의 기체를 흡인한 상태에서, 갑작스러운 압력 저하로 혈액 속에 녹아 있는 기체가 폐를 통해 나오지 못하고 혈관 내에서 기포를 형성해서 중요한 혈관을 막을 수 있습니다. 깊은 수중에서 작업하고 있던 잠수부가 급히 해면으로 올라올 때, 즉 고기압 환경에서 급히 저기압 환경으로 옮길 때 흔히 잘 생기는 질병이기도 해서, 영어로는 diver's paralysis라고 부르기도 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잠수병’이나 ‘해녀병’으로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 몸은 여러 가지 ‘혈전 형성 인자’와 ‘혈전 억제 인자’가 역동적인 균형을 이루고 있어서 일반적인 정상 상태에서는 과도한 혈전이 만들어지지 않지만, 혈전 형성과 혈전 억제에 관여하는 복합적인 많은 인자들의 균형이, 운동부족/수면부족/만성피로/스트레스/과도한 음주/흡연 등의 이유로 깨지게 되면, 혈관 속의 혈소판/대식세포/과립구/섬유세포 등이, 영화 부산행에서 부산으로 출발하려는 열차에 좀비들이 막 달라붙듯이, 정말 마구 달라붙어서 결국 혈전이 발생되는 것입니다. 

혈전은 그 색깔에 따라 적색 혈전, 자색 혈전, 혼합 혈전으로 분류되는데요, 혈관내피 손상이나 혈류 정체, 혈액 성분의 변화 등이 흔하게 동반될 수 있고, 동맥과 정맥 어느 곳에서도 모두 생길 수 있습니다.
 
혈전증의 핵심적이고도 대표적인 발병 원인을 3가지로 딱 정리해 보자면, 혈류의 느림과 정체/응고 과다(과응고 기전 작동)/혈관 내피 세포 손상 이렇게 얘기할 수 있는데요, 이 세 가지 원인들이 단독으로 혹은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혈전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것입니다. 혈전증 발생의 위험 요인으로는 암/임신/피임약 복용/골절이나 관절염 등 거동 제한이나 거동 불가로 인한 와상 상태/비좁은 공간에서 장시간 비행기 탑승(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 등이 있습니다. 참고로, 비행기나 자동차에 탑승한 채 장시간 이동하는 경우 비좁은 공간에서 오랫동안 같은 자세를 유지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다리와 복부 정맥이 압박을 받아서 혈액이 원활하게 흐르지 못해서 흔히 혈전이 생기기 쉽습니다. 이런 경우에 혈전은 주로 다리 속 깊숙이 위치한 굵은 정맥에서 잘 생깁니다. 이것을, ‘심부 정맥 혈전증’(deep vein thrombosis)이라고 합니다. 

혈전(血栓)을 한의학에서는 어혈(瘀血, 응어리진 피)라고 부릅니다. 혈액의 정상적인 흐름이 막혀서 경맥(經脈) 내에 혈액이 머물러 있거나, 경맥 바깥으로 새어 나와서 조직 틈 사이에 혈액이 오랫동안 쌓여 있는 경우, 그리고 혈액이 특정한 장부에 오랫동안 쌓여서 제거되지 않은 상황에서, 어혈이 뭉쳐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어혈은 육음(六淫)을 비롯한 칠정(七情), 음식, 외상 등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고, 이러한 원인에 의해 혈액의 정상적인 순행이 교란되면서 생겨나는 병리적 산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한의학에서는 혈전(血栓) 즉 어혈(瘀血)을 다음과 같이 4가지로 분류해서 치료하고 있습니다.

▲장부경락(臟腑經絡)과 조직 간의 혈류가 정체되거나 그와 관련된 복합적인 요인으로 인해 쌓인 어혈 ▲혈액 자체의 어떤 성분 혹은 혈액의 성질이 바뀌어서 유속과 지혈, 청혈 등의 생리 기전에 문제가 생겨서 발생한 어혈 ▲대혈관과 소혈관의 병변으로 인해 정상 혈류가 파괴되고 혈전이 생겨 혈류가 불창(不暢) 되어 발생한 어혈 ▲혈관 밖으로 나온 혈액이 체외로 배출되거나 다시 흡수되지 못하고 피하에 쌓여 발생한 어혈. 

혈전(血栓) 즉 어혈(瘀血)이 발생된 경우, 한의학에서는, 혈맥을 부드럽게 소통시키고 혈어증 상태를 없애주는 ‘활혈거어’(活血祛瘀)의 방법으로 치료합니다. 

활혈거어 효능을 발휘하는 대표적인 한약으로는 강황, 건칠, 계혈등(鷄血藤), 단삼, 도인, 삼릉, 소목, 봉출, 왕불유행(王不留行), 우슬, 현호색, 당귀, 천궁, 백작약, 건지황 등이 있습니다. 또한 사물탕/계지복령환/도핵승기탕/당귀작약산 등 어혈을 풀어주는 대표적인 한약 처방들을 통해서, 오래된 어혈을 제거하고, 정상적인 혈류 흐름을 복원시켜 주게 됩니다.  

또한 오랫동안 밀가루 음식을 먹고 체했을 때 등 소화 장애를 빠르게 치료하고, 산모들의 유즙분비 부족 개선을 위해서 임상에서 굉장히 많이 사용되었던 한약인 ‘맥아’(麥芽)를 어혈과 혈전을 개선하는데 활용하시면 상당한 도움이 됩니다. 한약재인 ‘맥아’에는, ‘클로로필’이라는 성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는데요, 클로로필은, 식물의 엽록소 성분으로서 아주 강력한 항산화 물질입니다. 혈전이 발생되는 여러 원인 중 하나가 바로 혈관의 만성 염증인데요, 이 클로로필은 혈관의 만성 염증의 원인 중 하나인 ‘활성산소’를 억제하고, 몸속의 노폐물을 제거하는데 큰 도움을 주는 물질이기도 합니다. 최근 농촌진흥청 연구에 따르면, 한약재인 ‘맥아’에는 ‘폴리코사놀’ 성분도 많이 함유되어 있음이 확인되었는데요, ‘폴리코사놀’은 우리가 흔히 혈관청소부라고 부르는 중요한 물질입니다. 즉, 우리 몸에 지방 분해 효소를 활성화시켜서, 나쁜 콜레스테롤이 덜 만들어지게 하고, 기존에 있는 콜레스테롤도 더 잘 분해되게 만들어 줍니다. 실제 동물 실험 결과를 보면, ‘맥아’ 추출물을 12주간 매일 섭취하게 한 결과 해로운 콜레스테롤이 약 40% 감소되었고, 혈당은 약 39% 감소되었습니다. 폴리코사놀은 보통 식물 줄기나 잎 표면에 있는 천연 성분인데요, 쌀겨에 2.1mg 들어있는 반면에, 맥아에는 무려 342mg로, 쌀겨보다 무려 160배 정도가 더 많이 함유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매일 계란 1~2개를, 반숙으로 해서 드시는 것도 추천합니다. 계란 하나에는 노른자 속에 고품질의 단백질과 항산화 물질들이 많이 들어 있는데요. 비타민 A, D, E, 아연 등 면역 영양소도 아주 풍부합니다. 이러한 항산화 물질은 동맥과 정맥의 혈전 형성을 억제하고, 특히 비타민 E는, 미국 영양학회 저널(2016년 11월호)을 보면, 심장병 환자의 심근경색 위험을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낮춰 주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또, 좋은 단백질을 섭취하면 근육량을 채우는데 많은 도움이 되는데요, 근육은 혈당을 조절하고 혈압을 낮추면서, 혈관의 전반적인 건강을 지켜줍니다. 한의학에서는 계란 노른자를 ‘난황(卵黃)’이라고 해서 한약재로도 활용했었는데요, 동의보감에서도 추천했던 영양가 만점의 어혈(혈전) 개선 한약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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