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말’에 담긴 조선의 생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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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말’에 담긴 조선의 생명력
  • 승인 2020.10.16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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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mjmedi@mjmedi.com


영화읽기┃말모이
감독 : 엄유나출연 : 유해진, 윤계상, 김홍파, 우현, 김태훈, 김선영, 민진웅
감독 : 엄유나
출연 : 유해진, 윤계상, 김홍파, 우현, 김태훈, 김선영, 민진웅

예전에는 10월하면 공휴일이 많은 달이라는 인식이 있었지만 1991년 국군의 날과 한글날이 법정 공휴일에 사라지면서 많은 아쉬움을 준 적이 있었다. 그러나 한글날의 경우 한글 단체 등의 끊임없는 청원에 의해 2013년 법정 공휴일로 다시 지정을 받아 지금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재지정이 되었어도 여전히 한글날의 의미보다는 공휴일이라는 인식이 강하고 특히 올해 같은 경우 추석연휴에 이은 또 한 번의 연휴가 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잊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안타깝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말과 우리글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한글날이 갖고 있는 의미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느껴 2019년 1월 개봉했던 <말모이>라는 영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1940년대 우리말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경성. 극장에서 해고된 후 아들 학비 때문에 판수(유해진)는 정환(윤계상)의 가방을 훔치지만 실패하게 된다. 그 후 판수는 일자리 면접 보러 가게 되고 거기서 조선어학회 대표이자 가방 주인인 정환을 다시 만나게 된다. 뛰어난 입담 소유자인 판수는 다른 회원들의 마음을 사게 되고, 정환은 어쩔 수 없이 그를 받아들이게 된다. 그러나 사전을 만드는 곳에서 일하게 된 판수는 까막눈이었고, 돈도 아닌 말을 대체 왜 모으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다가 판수는 난생처음 글을 읽으며 우리말의 소중함에 눈뜨고, 정환 또한 전국의 말을 모으는 ‘말모이’에 힘을 보태는 판수를 통해 ‘우리’의 소중함에 눈뜬다. 그러나 조선어학회에 대한 일제의 감시는 점점 심해지게 된다.

분명 우리말과 글이 있음에도 맘 편하게 제대로 쓰지 못했던 일제를 배경으로 한 <말모이>는 1910년대에 주시경 선생을 비롯한 조선광문회에서 편찬된 최초의 현대적 우리말사전 원고이다. 당시 출판에 이르지 못하고 이후 조선어학연구회로 넘어가 조선어 사전의 밑바탕이 되었으며 현재 등록문화재로 등재되어 있다. 그로인해 영화 <말모이>는 실존했던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우리말을 지키기 위해 수많은 고초와 시련을 견뎌야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까막눈이었다가 점차 글을 배워나가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전개시키며 감정이입을 이끌어내고 있다. 특히 주인공역을 찰떡 같이 연기한 유해진이 없었다면 <말모이>라는 영화가 이토록 호평을 받지 못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의 연기는 최고였으며, 윤계상을 비롯한 조선어학회 회원들의 연기가 잘 어우러지면서 전반적으로 영화적 재미를 높이고 있다.

물론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하고 있고, 그 시대가 갖고 있는 아픔으로 인해 어느 정도 결말이 예측 되지만 <말모이>는 군더더기 없는 촘촘한 이야기 구성으로 충분한 개연성을 보여주며 관객들의 내재된 애국심을 표출시키고 있다. 항상 사용하고 있기에 소중한줄 몰랐던 우리말과 우리글을 지키고자 노력했던 선조들에 대한 고마움과 함께 계속 잘 지켜나가겠다는 관심과 애정을 느끼게 해줄 영화 <말모이>를 아직 감상하지 못했다면 비록 한글날이 지나갔지만 이번에 꼭 한 번 보시길 추천 드린다. 그리고 영화 속 대사에 나오는 그 어느 나라에도 없는 ‘우리’라는 말이 갖는 의미를 되새겨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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