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정유옹의 도서비평] 人蔘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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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정유옹의 도서비평] 人蔘의 세계
  • 정유옹
  • 승인 2020.05.29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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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비평┃인삼의 세계사

얼마 전에 환자에게 선물을 받았다. 심마니인 환자가 직접 캔 산삼 한뿌리를 한번 복용해보라고 준 것이다. 그걸 처리하기 위해 오랜만에 가족회의가 열렸다. 누가 산삼을 먹어야 할까? 결국, 체질에 맞는 소음인 둘째 아들이 몸통을 먹고 실뿌리 하나씩은 모든 가족이 하나씩 나누어서 꼭꼭 씹어서 먹었다. 산삼 때문이었을까? 그 후 삐쩍 마른 둘째의 식욕이 폭발하더니 부쩍 살이 오르고 있다. 산삼의 위력을 체험하는 순간이었다.

설해심 지음, 휴머니스트 출간
설해심 지음, 휴머니스트 출간

한국이 코로나 19를 성공적으로 대처하자 인삼을 포함한 한약 제제에 국제적인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중에서 인삼은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한약재 중에서 대표적인 것으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고 있다. 도홍경(陶弘景 456~536)의 『名醫別錄』에서는 “백제에서 나오는 인삼을 중히 여긴다.”라고 하여 예부터 한반도에서 나오는 인삼을 최고로 여겼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연세대 사학과 교수인 설혜심은 최근 출간된 『인삼의 세계사』에서 인삼의 역사를 주로 유럽을 포함한 서양 세계의 관점에서 역사를 기술하고 있다. 저자는 미국에도 인삼이 있는 것을 보고 연구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고려 인삼이라고 불리는 한국 인삼, 미국 인삼, 중국 인삼, 베트남 인삼, 일본 인삼 등 전 세계에서 자생하고 있는 인삼에 대해 역사적인 자료를 모아 정리하였다.

유럽에 인삼이 전해진 것은 거의 400여 년 전부터라고 한다. 주로 선교사와 탐험가들은 그들을 후원하고 있는 왕에게 동양의 신비한 인삼을 선물하였다. 왕은 당시 금보다도 비싼 인삼을 먹고 건강을 회복하였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유럽의 학자들은 연구를 시작하였다. 1736년에는 프랑스에서 뤼카 오귀스탱 폴리오 드 생바스가 「인삼, 병자들에게 강장제 역할을 하는가」라는 인삼 최초의 논문을 저술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 논문에서는 인삼의 효능뿐만 아니라 술 먹는 사람, 전염병에 걸린 사람, 개나 뱀에게 물린 사람 등에는 인삼을 금하고 있다고 한다.

저자는 당시 중국에서 유럽에 전해진 인삼이 대부분 한국산이었다고 전하고 있다. 이렇게 인삼을 접한 유럽인들은 18세기부터 북미 대륙에서 인삼을 발견하였다. 캐나다 원주민들이 인삼을 ‘가렌토긴[사람의 다리]’라고 부른다는 점에서 고대에 북미와 아시아 대륙이 연결되어 있었다고 주장하는 근거로 삼기도 하였다. 이후 유럽에서는 미국의 인삼과 한국의 인삼, 만주 지역의 중국 인삼 등으로 종을 구분하기도 하였다.

미국에서 채취되는 인삼은 중국으로 수출하기도 하였다. 저자는 미국에서 수출하는 최초의 품목이 아이러니하게도 인삼이라고 주장하였다. 인삼을 채취하면서 미국 서부를 개척하였다고 하니 인삼의 경제적 가치를 짐작게 한다. 개척과 함께 미국 서부의 항구 도시가 발달하였고, 영국의 중간 상인을 거치지 않고 태평양으로 직접 중국과 인삼 무역을 시작하였다. 미국에서는 모피와 인삼을 중국에 내다 팔고, 차와 도자기를 가져오는 형태의 무역이 성행하였다. 영국에서는 그동안 꿀 빨았던 미국산 인삼의 중계 무역이 막히자 아편을 중국에 팔아 아편 전쟁이 일어나기도 하였다고 한다.

이렇듯 역동하는 세계사 한가운데에 ‘인삼’이 있었다. 저자는 세계사에서 인삼이 역할이 컸음에도 아직 서구인들에게 역사적으로 생소한 이유에 대해 분석하였다. 저자는 인삼이 근대 약학의 발전 과정에 수용되지 않았던 것에 주목하였다. 따라서 인삼은 동양에서만 즐기는 향유물로 전락하게 되었고 지금도 인삼은 차이나타운과 같은 중국풍 동양의 이미지가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인삼을 세계적인 상품으로 개발하기 위해서는 약리적으로 분석하여 서양 의약학의 관점에서 개발해야 한국의 인삼의 역사성을 주목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며 책을 끝내고 있다. 서양에서 추구하는 발전하는 역사관에서 공부한 학자라면 이해가 되는 귀결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코로나 19로 문을 닫았던 박물관이 다시 열었다. ‘조선 역병에 맞서다.’라는 주제로 전시가 있어서 국립중앙박물관을 찾게 되었다. 역병에 관한 조선의 노력을 의서와 기록을 토대로 역사적으로 보여주다가 지석영 선생의 종두법으로 역병을 이겨냈다고 끝맺고 있어서 당황스러웠다. 마치 백신만이 해답이라고 역사에서 교훈을 얻은 듯하였다. 이 역시 역사는 발전한다는 서양의 역사관에 입각한 전시여서 아쉬웠다.

이 책에도 이러한 저자의 역사관이 반영되어 있다. 인삼뿐만 아니라 한의학도 마찬가지이다. 서양의 의학 체계에 통합되지 않은 것이 한의학이 주류가 되지 못한 이유일까? 한의학을 하나의 의학으로 인정하지 않고 계속 폄훼하는 양방 의사들이 원인은 아닐까? 또는 이 사회에서 주류로 인정받고 있는 서양 중심의 사고와 철학이 원인은 아닐까?

코로나 19 이후로 우리나라는 선진국으로 도약하였다. 모든 경제지표가 선진국이었지만 그동안 우리들의 마음속에는 선진국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미흡했었다. 그렇지만 감염병을 겪으며 한국인들의 마음에는 우리가 세계 최고라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문화가 소중하고 최고라는 생각으로 접근한다면 인삼을 포함한 한의학이 주류가 되는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코로나 19 이후 한의학의 역할에 다시 한 번 주목하길 기원한다.

 

정유옹 / 사암침법학회, 한국전통의학史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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