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강솔의 도서비평] 폐허를 통해 이루어지는 유토피아 -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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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강솔의 도서비평] 폐허를 통해 이루어지는 유토피아 -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 강솔
  • 승인 2020.05.22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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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비평┃이 폐허를 응시하라

올해 초 중국 우한을 다녀온 환자가 있으면 연락하라는 보건소 공문을 받을 때만 해도 지금의 상황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죽고, 세계의 하늘에서 비행기가 멈출 줄은 몰랐다. <페스트가 창궐했던>이라는 말처럼 미래엔 <코로나19가 세계에 창궐했던> 이라는 말로 지금의 시간들이 기억될 것이다. 온병을 공부해야겠어, 라는 생각을 하다가 코로나19로 인해 변하는 사회, 각국의 대처 상황, 일상이 무너졌을 때에 사람들의 고통을 보면서 지금의 상황을 그저 질병과 치료만으로 한정 지을 수 없을 것 같았다. 백신이 없는 전염병이 세계를 휩쓰는 이 재난의 시대를 어떻게 살아야할까, 싶을 때 읽게 된 책이었다. 마음에 의문을 품으면 책에서 그 답을 찾게 될 때가 많다. 이 책도 지금, 읽어서 더 흥미로웠다.

레베카 솔닛 지음, 정해영 옮김, 펜타그램 출간
레베카 솔닛 지음, 정해영 옮김, 펜타그램 출간

레베카 솔닛은 인권운동, 기후문제, 반전 반핵운동에 참여해 온 대중적 지식인이다. 이 책은 그가 1906년 샌프란시스코 대지진에서 시작해서, 2005년의 뉴올리언스 허리케인과 홍수까지 다섯 건의 재앙을 심도 있게 살펴 본 책이다. 이런 재앙들 사이에 드러나는 <인간 본성>에 대해서, 조사하였다. 이 책은 최악의 상황이 닥쳤을 때 인간은 어떤 존재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최근 인간의 역사는 사유화의 역사이다. 경제의 사유화뿐 아니라 사회의 사유화는 점점 진행되고 있다. 사람들은 함께 어울려 직접 접촉하기보다 SNS를 통해 소통하고, 개인에게 묻기보다 검색해서 정보를 찾는 데 익숙해지고 있다. 이런 경제적 사회적 사유화는 우리가 서로 보살피는 존재라고 말하지 않는다. 낙원, 유토피아라는 단어는 현실을 떠나 이상적인, 실현가능성이 없는, 이라는 뜻으로 더 많이 쓰이고 있다.

레베카 솔닛은, 이 책에서 재난의 현장에서 일어나는 사람 사이의 자발적인 상호부조, 헌신, 돌봄, 사랑, 용기들에 대해서 수많은 예시를 제시한다. 큰 지진, 집과 살 곳을 잃은 사람들, 갑자기 테러로 무너진 쌍둥이 빌딩, 몰아닥친 홍수와 허리케인에서 사람들은 어떤 모습이었나. 이 책은 많은 자료들와 취재를 통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일들을 했는지, 그 과정에서 재난에서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던 유토피아들이 있었다는 것을, 알려주는 책이었다. 재난 전까지의 공동체는 재난을 통해 새로운 공동체로 변하곤 하였다, 자발적으로 서로 돕는 사람들사이에서. 이 책은 재난에서 만나는 유토피아에 대한 보고서인 셈이다.

물론 뉴올리언스에서 인종차별로 흑인을 살해하던 자경단, 지진의 현장에서 시체에서 금반지를 약탈하느라 손목을 자르는 사람들, 자신을 드러내는 도구로 재난을 이용하는 정치인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 책에서 깨닫게 되는 것은 우리가 재난이라고 하면 떠올리게 되는 혼란과 공포가 <엘리트 패닉>으로 인해 드러나는 경우가 많으며, 그 (익숙한 재난영화의 한 장면같은) 재난스러움이 재난의 전부도, 주요 상황도 아니라는 것이다. 재난의 상황에서 유토피아를 만드는 사람들에 관한 기록을 읽으며,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하는 고전적 질문을 떠올렸다.

요즘 세계는 코로나19 상황을 통해 세계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 서구 선진국이라는 표현은 무색하고- 한겨레 신문에서는 G20이 아니라 G0의 시대라고 말했다 - 첨예한 대립과 갈등이 두드러지고 있다. 코로나19에 대한 각국의 대처 상황들을 보면 레베카 솔닛이 말한 <엘리트 패닉>이 떠 오른다. 이 책을 읽은 뒤에는 이런 정부나 UN같은 기구들 외에 상호부조의 마음, 평상시엔 숨어 있던 용기, 다른 사람을 돕는 이타적인 마음들이 무엇인가 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코로나19가 창궐하는 시대에도, 재난을 통해 성장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인류가 멸망해야 지구가 살아날 것이라는 농담이 농담이 아니라고 생각할 때가 많지만 이 책을 읽으면 그래도 인류는 지구와 공생할 자격이 있을 듯싶다. 왜 이런 유토피아가 재난의 시기에만 드러나고 일상에선 사유화의 삶이 드러나는가에 대해서 생각해봐야한다는 작가의 말에 동의한다.

폐허를 통해 유토피아를 만드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을 알고 믿는 것은 또 다른 연대를 불러 온다. 코로나19로 마음 이 침잠하고 우울한 누군가가 있다면, 레베카 솔닛의 이 책은 위로가 될 것이다.

 

강솔 / 소나무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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