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내 시간이 사냥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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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내 시간이 사냥당했다?
  • 황보성진
  • 승인 2020.05.08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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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사냥의 시간
감독 : 윤성현
출연 : 이제훈, 박해수, 최우식, 안재홍, 박정민

 

코로나19로 인해 늘 집에만 있다보니 계절의 변화도 제대로 느끼지 못한 채 벌써 5월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동안 우리의 생활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특히 지금껏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초유의 사태들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본다면 마치 근미래의 모습을 미리 체험하고 있는 듯한 느낌도 든다. 특히 학생들은 온라인 개학으로 인해 온라인 수업을 듣게 되고, 직장인들은 재택 근무를 하게 되는 등 예전에 나온 SF 영화 속의 한 장면 같은 모습들이 현실이 되어 버렸다. 이러한 변화는 관객의 중요성이 그 무엇보다도 큰 영화계에도 적용되면서 온라인 콘텐츠 플랫폼의 흥행 성공으로 이어지고 있다. 영화 <사냥의 시간> 역시 코로나19로 인해 개봉일을 연기하다가 결국 극장이 아닌 온라인 상영을 선택하게 되었고, 전주국제영화제 역시 관객 없이 온라인으로 영화제를 진행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감옥에서 출소한 준석(이제훈)은 가족 같은 친구들 장호(안재홍)와 기훈(최우식)과 함께 새로운 인생을 위해 도박장을 털자는 위험한 작전을 계획한다. 이를 위해 도박장에서 일하는 상수(박정민)까지 합류하게 되고 이들은 철저한 연습을 거친 후 실행에 옮긴다. 하지만 미래를 향한 부푼 기대도 잠시, 정체불명의 추격자 한(박해수)가 나타나 그들의 목숨을 노리며 뒤쫓기 시작한다.

2011, 10대 청소년들의 삶을 예리하게 조명했던 <파수꾼>은 각종 영화제를 휩쓸며 이제훈, 박정민 등의 배우들과 함께 윤성현 감독까지 주목 받았었다. 그로부터 9년이 지난 후 다시 뭉친 그들이 함께 만든 <사냥의 시간>은 마치 <파수꾼>의 후속편인 듯한 느낌으로 희망 없는 도시에서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청년들의 삶과 그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영화는 폐허로 변해버린 도시를 배경으로 그 속에서 위험한 계획을 벌인 네 명의 친구들과 그들의 뒤를 쫓는 정체불명의 추격자 간의 추격전에서 벌어지는 긴장감 넘치는 서스펜스로 관객들의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이에 윤성현 감독은 숨돌릴 틈 없이 손에 땀을 쥐고 보는 영화이자 관객들에게 특별한 시네마틱한 체험과 서스펜스를 선사할 영화를 목표로 해서 제작했다고 하는데 스타일리쉬한 비주얼을 맘껏 선보인다는 점에서는 충분히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관객들이 원하는 영화는 일정 정도의 스토리가 있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사냥의 시간>은 볼만한 영상은 있지만 따라 갈만한 스토리가 없다는 것이다. 그로인해 초반의 긴장감은 서서히 후반부로 가면서 의문점을 남기며 내 시간을 사냥 당했다는 평점 테러까지 받을 정도로 집중력을 놓치게 된다. 또한 한꺼번에 모이기 힘든 젊은 영화배우들이 함께 한 연기는 향후 한국영화의 새바람을 일으킬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하지만 영화만 놓고 봤을 때는 많은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영화는 감독의 작품일 수도 있지만 관객과의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져야만 기억에 남게 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주는 <사냥의 시간>은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 베를리날레 스페셜 갈라에 한국 영화 최초로 공식 초청 받았다. 과연 <사냥의 시간>이 극장 상영을 포기하고 온라인 플랫폼을 선택한 것이 득이 되었는지 실이 되었는지는 관객 스스로 평가해 보길 바란다. <넷플릭스 상영 중>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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