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적증후군 발견으로 원인미상 질환 치료의 한의학 영역 확대 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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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적증후군 발견으로 원인미상 질환 치료의 한의학 영역 확대 기여”
  • 박숙현 기자
  • 승인 2020.04.23 06: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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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회원학회 인준 받은 대한담적한의학회 최서형 학회장

2003년 저체중 위장병 환자에게서 첫 발견…담음 부패로 인한 조직 경화 기전 규명

담 독소 진단 키트 개발 및 인공지능 활용 담적증후군 처방 공유 등 계획

[민족의학신문=박숙현 기자] 대한한의학회는 지난달 서면으로 제6회 평의회를 진행한 가운데, 3개 예비회원학회를 정회원학회로 인준했다. 이에 정회원학회로 인준을 받은 대한담적한의학회의 최서형 학회장에게 그 동안의 학술적 성과와 포부를 들어봤다.

 

▶담적한의학회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부탁한다.

‘담음’ 또는 ‘담’ 독소가 유발하는 적취(담적)와 관련된 여러 가지 소화기 질환을 비롯해 다양한 전신증상과 질환을 ‘담적증후군’이라고 한다. 우리 학회는 이러한 담적증후군의 원인, 증상, 진단 및 치료법 등을 연구하는 학회로 2016년 7월 설립되어 활동 중이며 2017년 2월, 대한한의학회 예비학회로 인준되었고, 올해 정회원학회로 인준 받았다. 현재 회원은 총 222명이다.

 

▶‘담적’은 비교적 알려진 지 얼마 안 된 학술적 개념이다. ‘담적’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담적증후군’은 무엇이며, 이를 발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담적증후군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담’의 개념을 알아야 한다. 사람이 폭식이나 과식 등의 그릇된 식습관을 갖거나 스트레스, 과로 등을 겪으면서 음식의 소화, 흡수, 배설, 해독이 원활하지 못하게 된다. 이 경우 소화되지 못하는 ‘담음’이라는 비대사물질이 발생한다. 이 담음이 부패하면 눈에 보이지 않는 독소가 위장 외벽의 조직에 껴서 조직이 손상되고 경화되는데, 이러한 위장병을 우리는 ‘담적’이라고 정의한다. 한의학에서 배웠던 ‘적취’의 주요 매개물질이 담 독소이고 이러한 담 독소가 매개가 되어서 적취를 형성하기 때문에 담적이라고 명명한 것이다.

왜 위장이 딱딱하게 굳어지는가에 대한 의문이 있을 수 있다. 우리는 서양의학의 위장과 관련된 기초연구를 선정해 점막이면조직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 이를 한의학에서 말하는 담음, 적취와 연계한 것이다. 위와 장의 점막에는 현미경으로 봐야 보이는 gate가 있다. 이 gate는 평소에는 굳게 닫혀있어 독소의 침입을 배제하지만 음식을 먹고 소화를 하는 과정에서는 gate가 열리면서 영양분을 흡수하게 된다. 위장은 본래 흡수하는 장기가 아니다. 그런데 위장의 gate가 문제가 생기면 열리면 안 되는 때에 gate가 열려 독소가 침입하게 되는 것이다.

담음은 노폐물을 의미하는 것이고 이것이 더 심해지면 ‘담궐’이 된다. 담궐이 조직에 끼면서 조직을 경화시키거나 암으로 만들어내는 작용을 한다. 그런데 담 독소가 위장외벽에 끼면 그 자리에 머물러있지 않는다. 혈액이나 림프를 타고, 전신을 유주하면서 사람마다 약한 부위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러면 두통, 어지럼, 심근경색 등 다양한 전신 증상이나 질환을 동시다발적으로 유발하게 되는데, 우리 학회에서는 이를 ‘담적증후군’이라고 명명했다.

담적증후군을 발견하게 된 것은 지난 2003년이었다. 나는 모 한방병원에서 진료를 보고 있었는데, 특히 위장에 문제가 있는 환자를 많이 치료했다. 당시 나는 위장병 환자를 위해 약을 써도 곧 재발하는 경우가 많아 회의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60대 초반의 중증 위장병 환자를 만나게 됐다. 그는 키가 162cm에 몸무게가 30kg이 되지 않는 심각한 상태였고, 물 한 모금만 마셔도 식도 밑으로 내려가지 않는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그런데 이전 병원에서 검사를 해보니 내시경 검사로는 위장이 깨끗해 그 병원에서는 이를 환자의 정신적인 문제로 판단한 상황이었다.

이 환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젊어서 행상 일을 하면서 길거리에서 급하게 음식을 먹어치우는 식습관이 있었다. 그를 진단하면서 배를 눌러보게 되었는데, 거의 지방이 없다보니 위장이 그대로 만져졌다. 그리고 놀랍게도 부드럽고 물렁물렁 해야 할 위장이 돌처럼 딱딱해서 손이 들어가지 않을 정도였다. 예전에도 위가 있는 위치의 배를 눌러보았을 때 딱딱하게 느껴지는 환자가 있었지만 이는 뼈나 근육이 만져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 환자는 극도로 마른 특수상황이기에 위장을 손으로 느낄 수 있었고, 이 때 나는 위장이 돌처럼 굳어진다는 사실을 확신하게 됐다. 그 이후, 나에게 오는 환자를 진찰해보니 위장이 딱딱한 사람이 굉장히 많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러면서 담적증후군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담적증후군을 진단하기 위해 손으로 하는 복진과 설문조사, EAV(경락공릉진단기)라는 기계를 활용하고 있다. 이는 독일의 의공학자 Dr.Voll에 의해 고안된 진단기기로, 위와 장 외벽의 상태를 관찰해 내시경에 보이지 않는 위장의 문제들을 찾아낸다. 위와 장 외벽에 있는 면역 시스템의 활성 상태와 위장 신경의 변성 상태, 근육의 운동 강도와 혈액순환 상태, 그리고 위장 외벽의 담 독소 정도 등을 관찰하는 기계이다.

◇지난해 개최된 제3회 정기학술대회 기념사진
◇지난해 개최된 제3회 정기학술대회 기념사진

 

▶학회 발족 이후 어떤 활동을 해왔나. 그동안의 학술적 성과는 무엇인가.

우리 학회는 2017년부터 지금까지 총 3회의 정기학술대회를 개최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한의학 업그레이드: 질환별 치료 전략을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소화기 질환뿐만 아니라 부인과 질환, 전립선 질환, 척추질환, 두통, 어지럼증, 공황장애, 심장 질환 등 다양한 질환의 효과적인 치료전략을 다루어서 110명 이상의 동료 한의사들이 참여할 정도로 호응이 좋았다. 이뿐만 아니라 매년 학회 자체적으로 담적증후군의 진단 및 치료에 관련된 10여 편의 임상논문으로 구성된 논문집을 발간하고 있다.

 

▶담적증후군 연구가 가지는 학술적·임상적 가치와 의의는 무엇인가.

담적증후군의 발견으로 내시경으로 제대로 진단이 안 되는 신경성, 기능성, 역류성 위장병 실체를 알게 되면서 치료의 길이 열리게 되었고, 이와 더불어 위암, 대장암을 비롯한 소화기계 암의 예방책을 제시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서양 의학에 없는 담 병리 물질의 발견으로 다수의 원인 미상 질병의 치료에 대한 길이 열리게 됐다는 데 의의가 있다. 담적증후군 치료를 통해 소화기질환 및 원인 미상의 전신 질환 영역에서 한의학 시장 확대에 기여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한의학회 정회원학회로서 앞으로의 포부와 계획은 무엇인가.

우리 학회는 담적증후군 관련 질환별 치료를 표준화하고 치료 효과를 제고할 것이다. 또한 담적증후군 진단기기 개발 및 도입을 통해서 최대한 진단의 객관화 및 한의학의 진일보된 과학화를 이루고자 한다. 이를 위해 현재 내시경이 아닌 외시경 개념의 초음파 진단기기를 개발 중이며, 담 독소 진단 키트 개발(MALDI-TOF 기반 혈액 질량 분석)을 통해 담 독소의 실체에 대해서 과학적으로 규명하려 하고 있다. 이외에도 진단기기(EAV, 맥진기, 설진기 등)를 도입해 디지털 데이터를 축적, 활용하고자 한다. 또한 인공지능(Expert System)을 이용한 담적증후군 처방 방법을 개발하여 전체 한의사와 공유하여 활용할 계획이다.

아울러 학회 회원 등과의 협력으로 서양의학에서 원인미상으로 취급되는 다수 질환이 담적증후군과 관련 있음을 증명하는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의료계와 일반인에게 담적증후군 인식 제고로 서양 의학에서 한계를 보인 임상시장을 대체하고, 한의학 시장과 치료 영역 확대를 통해 한의사의 임상 영역의 극대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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