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905> - 『痘疹藥性論』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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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905> - 『痘疹藥性論』①
  • 안상우
  • 승인 2020.02.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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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을 막아줄 聖藥은 어디에

이 책 『痘疹藥性論』은 이전 세기까지 소아전염병 가운데서도 첫 손가락으로 꼽히던 대표적인 질환, 두창과 홍역에 쓰이는 본초약재에 대한 약성과 기미, 효능, 주치를 논구한 임상약물학서라 할 수 있다. 권차가 분명치 않으며, 여러 가지 잡다한 내용과 앞뒤로 혼재되어 있어 제대로 된 형식체계를 갖추고 있지 못하다.

◇ 『두진약성론』
◇ 『두진약성론』

따라서 서발이나 체계적인 목록을 찾아보기 어려우며, 다만 약재 종류를 그 효능에 따라 氣類(46품)를 비롯한 몇 가지 부류로 구분하여 기술하였던 듯하다. 하지만 연구대상 판본은 무슨 일인지 중간에 등사를 하다말고 그만 둔 채여서, 전체 내용을 한눈에 조망할 수 없는 점이 현전본이 지닌 가장 큰 결함이라 하겠다.

우선 우리가 관심이 많은 첫 대목의 인삼 조문을 읽어보기로 하자. “맛은 달고 기는 따듯하며, 기미가 모두 엷어 위로 떠올라 양기를 끌어올린다.”하였고 또한 수소음폐경과 족태음비경으로 들어가 상초의 원기를 보하는데, 승마를 使로 삼으며, 하초의 원기를 보하고 흉중의 火邪를 쏟아내는 데에는 복령을 사로 삼는다고 하였다. 또한 주로 오장을 보하며, 진액을 생기게 하고 갈증을 멈추게 하며, 정신을 편안하게 하고 비장을 튼튼하게 만들어 준다. 나아가 비장과 폐장의 양기가 부족한 것을 치료해 주며, 위 속이 차가워져 위로 토하거나 아래로 설사하는 것을 다스린다. 또 안으로부터 독기를 밀어내어 고름을 빼내준다(托裏排膿)고 설명한다.

결론적으로 인삼은 두창과 홍진을 치료하는데 있어서 으뜸가는 귀한 약재(‘治痘之聖藥’)로 폐장의 열사로 인해 기침이 심한 경우에는 조금만 쓰되, 찻물을 달인 물(苦茶湯)에 담가 두었다가 쓰면 무방하다. 3일 이내에는 삼가야 하며, 열증에는 꺼린다고 하였다.

이와 마찬가지로 황기는 痘家 즉, 두창에 걸린 환자를 치료하는 경우, 화독(毒火)을 다스리기 위해 생으로 써야 하며(生用), 허한한 증상을 보할 경우에는 꿀로 볶아서(蜜炙用) 써야만 한다고 밝혀 놓았다. 痘瘡이 피어나지 않고 손발에 창종이 생기지 않는 경우에는 계지를 술에 담가두었다가 볶아서 써야 한다고 말하였다.

또한 백출은 두창이 물집이 터져 고름과 진물이 흐르는 경우에 많이 쓰는 것이 좋으니, 종창이 부풀어 오르거나 고름이 차오르는 경우에는 삼가해야 하니 소변으로 수분을 너무 빼내면 곧 고름이 다 차기 전에 진물이 말라붙을 까 두렵기 때문이다.(耗漿) 설사를 그치게 할 때에는 황토와 함께 볶아서 사용해야 한다고 하였다.

창출은 惡氣를 제거하고 疫癘의 기운을 물리치는데 주요한 약재로 健胃安脾하고 寬中進食하며, 땀을 나게 하여 痘瘡과 濕痒증에 딱지가 잘 앉지 않는 경우(結痂)에 반드시 써야 할 약이라 하였다. 황토 흙으로 노릇하게 볶아 쓰면 아주 좋다. 아울러 집안에 항상 이 약재를 불에 태우면 불결한 병기를 물리칠 수 있다고 하였으니, 감염이나 중독에 대비한 전통 예방법의 일종인 셈이다.

그다지 어렵지 않게 물리칠 것으로 전망했던 신종 바이러스 감염병이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은 채 나날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이번 유행은 전에 비해 전파 속도가 빠르고 치료제를 찾지 못해서 방역 당국에서도 대처하기에 몹시 까다로운 처지이다. 발원지 중국에서는 淸熱敗毒湯을 비롯한 전통의약 방제가 훨씬 유효한 치료효과를 보여 한껏 고무적이라는 소식도 들린다.

여전히 급성감염성 질환의 방역 퇴치 전선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이 봉쇄된 한의계로서는 속수무책 발만 동동 구를 뿐이다. 어찌해 볼 도리가 없으니 진료실에 창출이라도 태워 惡氣를 掃除하고 울적한 심사나 풀어볼 요량이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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