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기식과 한의학② - 신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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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기식과 한의학② - 신병철
  • 승인 2004.04.17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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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의 미래 새롭게 개척하자


최근 포천중문의대 대체의학대학원에서 개최한 생약의학 전문과정에 참석하였던 필자의 머리속에서는 한의사로서의 많은 생각과 한의대 교수로서의 느낌이 공존함을 지울 수 없었다.

□ 미국 교수의 한약재 강의

Eric Yarnell 교수(美)가 진행한 Herbal Medicine 과정은 총 30시간의 강의로 수많은 증거 위주의 논문과 체계적 기초이론, 미국과 그 이외 국가들에서 진행된 생약의학의 발전사, 임상적용 및 생화학적 설명까지 빈틈없이 진행되었고, 참석하였던 30명 내외의 수강생 모두가 강의에 몰입하는 모습이었다.

미국에서는 Botanical Medicine이나 Herbal Medicine으로, 유럽권에서는 Phytotherapy로 더 많이 불려지고 있는 생약의학은 현재 우리나라 한의사의 주된 치료수단의 하나인 한약을 이용한 치료방법에 관한 서양의학이다.

우리들에겐 친숙하지 않지만 미국에서는 많이 사용되는 감염성 질환에 응용하는 에키네시아(Echinacea)를 필두로 우리에게 친숙한 승마, 천궁, 당귀, 인삼 등의 한약재를 서양 교수의 입으로 설명되어 질땐 정말 만감이 교차함을 숨길 수 없었다.

사실 식품과 약품을 명확히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약용식물을 증상 개선이나 질병 치료 목적으로 사용했다면 약물의 범주에 넣어야 하고, 맛을 내거나 조미료나 향료 목적으로 사용했다면 식품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마늘은 맛을 내는, 우리에게 친숙한 식품이지만 고지혈증을 개선시키고 혈압 강하 등의 약리적 효과를 낸다.
크랜베리는 주스를 만들어 먹는 과일이지만 요로감염 예방과 치료 효과가 보고 되어 있다.
생강은 음식의 잡맛을 제거하는 음식으로의 목적도 있지만 메스꺼움과 구토, 진경작용을 가지고 있음이 증명되어 있다.

□ 식품이냐 약품이냐

최근 필자의 대학원에서 연구하고 있는 카레의 커큐민(Curcumin)이란 성분은 암세포증식을 예방하는 효과와 항동맥경화 효과가 보고되어 있다.
식품의 건강 증진, 질병 치유 효과가 하나씩 밝혀지면서 식품과 약물과의 구분선은 점차 모호해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증명된 성분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건강기능식품이 국내에 수입되거나 제품화되었을 때 과연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필자를 비롯해 모든 한의계가 한번쯤 고민해 볼 문제이다.

건조된 한약을 1돈, 2돈씩 기미론에 입각한 방제구성만이 한의학인가?
아니면 한의학에서 본초학의 확장과 예방에 입각한 모든 인체에 적용될 수 있는 식물성, 동물성 약제의 투약 및 편리함에 의한 제형변화 제품까지도 한의학의 영역으로 간주할 것인가?

제형의 변화가 단지 편리함을 기준으로 하지는 않는다.
파인애플 속살에 들어있는 브로멀라인(Bromelain)이란 성분은 여행자 설사, 골관절염, 류머티스 관절염에 효과가 있어 제품화되어 저명한 의학전문저서에서 함께 처방할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으로 나오고 있다.

그런데 이의 유효성분량을 파인애플로 섭취하려면 200개를 하루에 먹어야 한다고 한다.
아무리 좋은 효과가 있더라도 장염에 의한 설사를 멈추기 위해 파인애플을 200개나 먹어야 한다면 설사를 유발하지 않을까?
또한 건조를 하면 유효한 약용성분이 날아가 버리는 약초도 있다. 이러한 경우는 건조하여 오래 두게되면 약효가 반감되어 버리며 어떠한 약재는 전탕(물에 의한)에 의해서 전혀 추출될 수 없는 성분을 가지고 있어 다른 용매를 사용해 추출해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제형의 변화는 여러 측면에서 고려되어야 한다.

□ 건기식은 한의사의 몫

건강기능식품에 들어있는 아무리 좋은 활성물질이나 유효성분이라도 안전성이나 용량, 용법, 제품의 질과 판매의 방향에 따라 효과가 좌우될 수 있다.
국민들은 이러한 제품의 구입을 대다수 홈쇼핑 광고나 일부 약국 또는 주위의 권유 등으로 구매할 것이며 제품을 구입한 모든 소비자가 의학의 전문가도 아닐뿐더러 상당수는 정확한 유효기전을 모름으로 인해서 과대포장된 광고에 의해 전혀 엉뚱한 질환을 개선하기 위해 복용하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제 한의사들은 이같은 시대적 상황에 국민의료를 짊어지고 갈 의료인의 한사람으로서 전문가적 견지에서 식물성, 동물성 약제에서 기인된 건강기능식품의 영역에 과감한 참여가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된다.
또한 건강기능식품을 관장하기 위한 법령이 2004년 1월 31일 공포(건강기능식품의 기준 및 규격제정고시)되었다고 하나 급조된 느낌을 지울 수 없으며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 역시 의료계에서 이용하는 데에 대해서는 명확한 법규가 정해져 있지 않다.

한의계에서 이러한 식물성이나 동물성 약제 및 방제의 원리에 입각한 처방이 특정 질병이나 증상을 치료하는데 효능이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입증하기 위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이미 입증되거나 증명된 유효성분이나 복합성분에 의한 건강기능식품에 대하여 한의계가 과연 임상에서 어떠한 적용을 이루어 나아갈 것인가는 앞으로 대한건강기능식품학회의 몫이다.

□ 본초영양학 정립돼야

우리 후학들이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따른 학문을 도입하는데 있어 본초영양학이나 한방식품영양학이란 이름으로 정립되고 이론적인 체계를 갖춘 학문으로 한의대 교과 과정으로 도입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하는 것도 이 학회를 포함한 한의학계의 Solution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아직은 건강기능식품의 도입시기이기 때문에 한의계의 적극적인 개입과 참여가 있다면 우리 한의학과 관련 학문의 큰 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의료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노령화사회로 접어들면서 생기는 만성질환의 관리가 치료보다는 예방중심으로 흘러간다는 시대적 상황과 맞물려 보다 비용-효과적이면서 인체에 이롭고 부작용없는 치료방법을 선호하는 경향이 이를 대변하고 있다.

‘천연’건강기능식품 = 안전 이라는 등식은 성립하지 않으며 건강기능식품의 안전과 건강증진 효과를 위해서는 우리 한의계가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서 국민들의 건강을 지켜나가야 할 것이다. <계속>

신 병 철
원광대 한의대 교수
063-850-2107
shinb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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