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재의 임상8체질]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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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재의 임상8체질]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 승인 2019.11.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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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재

이강재

mjmedi@mjmedi.com


8체질의학을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_4

(1) 변화(變化)는 이해하기 쉽다

  한동안 영화잡지 『씨네21』을 정기 구독했던 적이 있다. 그때 생긴 건지 책장에 「봄날은 간다」의 시나리오가 있다. 안을 열어 보니 2002년 10월에 『씨네21』의 특별부록으로 제작된 것이다.

「봄날은 간다」는 「8월의 크리스마스」1)에 이어 허진호 감독이 두 번째로 만든 영화이다. 배우 이영애와 유지태가 주연을 맡았고 2001년에 개봉하였다. 사운드 엔지니어인 '상우'(유지태 분)는 지방방송국 라디오 프로그램 프로듀서인 '은수'(이영애 분)와 업무 때문에 만나게 되고, 소리를 채집하며 녹음되는 소리가 늘어가면서 둘의 사랑이 싹트게 된다.

  이 영화에는 아주 유명한 대사(장면)가 나온다. 상우의 대사인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이다. 2019년 6월 15일에 시흥시 신천동주민센터에서 ‘8체질의 특징’이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했다. 그때 강연준비를 하면서 영화 영상도 다시 찾아보고 시나리오도 자세히 보게 되었다.

  대부분의 시나리오가 촬영 현장에서 여러 부분 수정된다고 하는데, 상우의 저 대사가 나오는 장면도 실제 영화 내용과 시나리오는 많은 부분에서 달랐다. 일단 장면(scene)의 설정에 큰 차이가 있다. 시나리오에서는 (100번째 scene인데), 상우의 차 안에서 둘이 대화를 나눈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은수가 버스를 타고 떠나다가 버스를 세우고 내려서, 두 사람이 길에 서서 대사를 나누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 영화 속의 대사는 아래와 같이 표현이 압축되고 간결해졌다.

  은수 : 우리 헤어지자.
  상우 : 내가 더 잘 할게.
  은수 : 헤어져.
  상우 : 너 나 사랑하니?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헤어지자.

  이 장면을 표현한 시나리오의 내용과 실제 영화 속의 느낌도 다르다. 시나리오에서는 은수가 상우에게 미안하다고 하지만, 실제 영화 속에서는 은수가 상우에게 훨씬 쌀쌀맞고 단호하게 행동한다.

  은수의 사랑은 변했고, 시나리오의 내용과 감독의 생각과 느낌도 영화로 만들어지는 동안에 변했다. 

  그래 봄날은 간다. 세상에 변(變)하지 않는 것은 없는 것 같다. 우리 눈앞에 보이는 것, 우리 옆으로 지나가는 것은 모두 변한다. 우리 스스로도 계속 변하고 있다. 그래서 변한다는 현상은 이해가 쉽다. 사실 남녀 사이의 사랑도 그렇다. 열정적인 사랑에 빠진 당사자에게는 둘의 사랑이 영원무궁할 것만 같지만, 시간의 흐름 앞에서 무너지지 않는 것은 없다는 것을 우리는 나중에, 삶을 통해서 깨닫게 된다.

 

(2) 체질은 변하지 않는다

  지금 막 세상을 향해서 첫울음을 터뜨린 아이는 자신의 부모(父母)에 대한 선택권이 없다. 아무개와 아무개가 이 아이의 부모라는 사실(fact)은 고정(固定)되어 있고 절대적으로 변하지 않는다. 아이는 태어나면서 이 아이에게 생명(生命 火)을 전한 부모가 지녔던 인자(因子)를 물려받는다. 그것이 바로 유전적(遺傳的) 인자이고 아이의 선천적(先天的)인 특성을 결정하게 된다. 

  8체질론에서 규정한 체질(體質 constitution)은 바로 위와 같다. 아이의 체질은 어머니 혹은 아버지 한 쪽으로부터 물려받는 것이다. 즉 체질은 유전한다. 그러므로 체질은 스스로 선택할 수도 바꿀 수도 없다. 그리고 죽는 날까지 변하지 않는다. 체질이란 인간 개체(個體)에 절대적으로 고정된 특성인 것이다.  

  체질(constitution)이란 다른 말로 구조(構造 혹은 組織)인데 8체질론에서 이것은 내장구조(內臟構造)를 말한다.2) 8체질이 개별적으로 타나내는 체질적인 특성, 즉 체형, 체취, 음성, 성품, 기호, 취미, 행동, 재능, 질병, 필체 등은 바로 이로부터 발현된다.   

 

(3) 고정(固定)과 이동(移動)

  출근길에 시흥톨게이트가 가까워지면 네비게이션에서 “고정형 이동식 카메라 단속구간입니다”라고 알려준다. 그런데 고정과 이동이라는 이율배반적인 개념을 함께3) 가진 이 단속카메라 박스는, 내가 이 노선을 달린 지난 8개월간 늘 덮개로 닫혀 있었다. 규정된 속도를 위반하는 자동차를 단속해야 할 고유한 임무는 수행하지 못하는, 멀리서 보이는 외형만 그럴 듯한 장치라는 것이다.     

 

(4) 체질이동론

  박성일 원장4)은 홍채진단과 사상의학, 그리고 8체질 분류와 체질침의 치료이론을 결합하여 임상에 활용하는 한의사이다. 1998년 7월 12일에 한의사, 의사, 과학자, 교수 등 80여명과 함께 대한홍채의학회(KIMA)5)를 설립하였고, 2015년에는 대한홍채유전체질의학회를 창립하였다.

  2012년 6월에 그때까지의 연구 성과를 정리하여 소개하는 『내 눈 속의 한의학 혁명』을 펴냈다. 박성일 원장은 홍채진단은 유전적 체질진단법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일단 “홍채진단으로 결정한 체질은 변하지 않는다”6)고 전제했다. “홍채에 나타나는 신호(sign)는 놀랄 정도로 일관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책의 3장에서 체질이동론7)을 말한다. 154쪽에 이렇게 썼다.

  “인간의 타고난 고유체질은 평생 동안 변함이 없다. 다만 성장과 노화라는 시간 축에 따라 오장육부의 기능은 변한다. 그러므로 시간의 변화, 즉 나이 듦에 따라 소양인은 태음인처럼, 태음인은 소음인처럼, 소음인은 태양인처럼 바뀐다. 즉 기질과 체질이 이동하는 것이다. 그에 따라 환경과 영양, 심리적 요소, 유전적 약점에 따라 약간의 생리적•병리적 이동도 일어난다.~어린 시절 성질이 급하고 활달하던 소양인 아이가 성년이 되면서 듬직한 태음인처럼 변하는 것이다.”

  이 내용을 읽는 순간에는 제법 그럴 듯하다. ‘고유체질은 평생 동안 변함이 없다’는 고정인데, 또 ‘기질과 체질’이 이동한다는 것이다.

  박성일 원장이 2004년에 완성하여 2009년 6월 5일에 발명특허를 획득했다는 [R.S.I.A. 홍채유전체질표]8)가 있다. 이 또한 그럴 듯하다.

  소양인, 태음인, 소음인, 태양인에 각각 충동(R), 우울(S), 불안(I), 분열(A)9)을 배당했고, 그리고 열(熱), 습(濕), 한(寒), 조(燥)로 구분하였다. 이 네 가지를 다시 여덟 개(8체질)로 나누었다. 그래서 이 구분에 의하면 금양체질은 AR 조열(燥熱), 금음체질은 AI 조한(燥寒), 수양체질은 IA 한조(寒燥), 수음체질은 IS 한습(寒濕), 목양체질은 SI 습한(濕寒), 목음체질은 SR 습열(濕熱), 토양체질은 RS 열습(熱濕), 토음체질은 RA 열조(熱燥)의 특성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위에서 밝혔듯이 홍채유전체질표에서 목음체질의 속성(屬性)은 습열(濕熱)이다. 이런 규정은 인접한 체질인 토양체질을 열습(熱濕)으로 정한 것과 관계가 있다.   

  『동의수세보원』 권지일(卷之一)10)이나 이하의 사상인 병증론(病證論)을 제대로 살펴본다면 이제마의 태소음양인(太少陰陽人)과 권도원의 8체질은 한.열.조.습으로 구분하여 도식화할 수는 없다. 그것이 가능하다면 동무(東武) 공과 동호(東湖) 선생이 벌써 그렇게 했을 것이다. 이 표는 박성일 원장이 수세보원의 사상인 구분에 서양학자들의 이론과 개념을 무리하게 대입하려고 시도한 결과물인 것이다.

  8체질 중에서 목음체질(木陰體質 Cholecystonia)의 기원(基源)은 태음인 한증(寒證)이다. 즉 태음인의 위완수한표한병론(胃脘受寒表寒病論)이 이 체질의 질병(傷寒病) 특성에 관한 논설이다. 표한(表寒)이 이 체질의 기본적인 속성이고 습을 추가한다면 한습으로 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다. 그래서 처방은 조위탕(調胃湯) 계열이 된다.   

  체질의 이동을 말하면서 “청소년기에는 누구나 소양인 기질이 넘친다”고 했다.11) 이것은 ‘한국인은 누구나 성질이 급하다’와 닮은 편견(偏見)이다. 인격적으로 성숙한 것에, 약물의 부작용으로 정서적인 상태가 변화한 것12)에 체질의 이동을 연결한 것은 무리한 전개이다.

※ 참고 문헌
1) [8체질을 압시다] 『빛과 소금』 113호 두란노서원 1994. 8.
2) 시나리오 〈봄날은 간다〉 한겨레신문 『씨네21』 2002. 10.
3) 박성일 『내 눈 속의 한의학 혁명』 천년의 상상 2012. 6. 11.

 

이강재 / 임상8체질연구회 

각주
 1) 1998년 개봉. 한석규와 심은하 주연.
 2) 8체질이란 심장, 폐장, 췌장, 간장, 신장, 소장, 대장, 위, 담낭, 방광 그리고 자율신경의 교감신경, 부교감신경의 12기관의 기능적인 강약배열의 8개 구조를 말한다.
 [8체질을 압시다] 『빛과 소금』 113호 두란노서원 1994. 8.
 3) 이 카메라가 이런 명칭을 갖게 된 이유와 역사를 이곳에 옮길 필요는 없을 것이다.
 4) 1957년생.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1981년 졸업(28기) 박성일한의원  대전시 서구 문정로 76
 5) The Korean Iridology and Medical Association
 6)『내 눈 속의 한의학 혁명』 p.39
 7) 체질은 변한다. ‘체질진화론’ 『내 눈 속의 한의학 혁명』 p.118
 8)『내 눈 속의 한의학 혁명』 p.220
 9) Response, Stimulus, Intelligence, Awareness
 10)「性命論」, 「四端論」, 「擴充論」, 「臟腑論」
 11) 『내 눈 속의 한의학 혁명』 p.92
 12) 『내 눈 속의 한의학 혁명』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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