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868> - 『圖註脈訣辨眞』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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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868> - 『圖註脈訣辨眞』①
  • 안상우
  • 승인 2019.05.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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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결과 그림이 짝을 이룬, 脈訣圖解
◇『도주맥결변진』

晉代 王叔和가 지었다는 『脈訣』의 원문은 이미 오래 전에 망실되거나 일부 내용만 殘缺된 채 전해졌기에 이름만 假託한 僞本이나 갖가지 異本들이 양산되었기에 역대 여러 의가들이 원문을 校正하고 당대에 유통되었던 傳本을 고증하느라 부단한 노력과 많은 시간을 들여 바로잡고자 하였지만 그 누구도 온전한 定本을 획정하지 못하였다.

조선의 허준 역시 그의 첫 작품으로 내의원에서 의생들에게 진단맥법을 교육하기 위해 역대 여러 주가들이 남긴 『맥결』 주석을 한데 모아 교정한 『纂圖方論脈訣集成』을 가장 먼저 펴내었다.(23회 許浚의 처녀작, 『찬도방론맥결집성』, 2000년2월7일자) 또한 이 책을 펴내기 위해 왕숙화의 『맥결』을 여러 차례 교정하고 제가의 주석을 비교 대조한 사실을 전해주는 『圖註王叔和脈訣』 사본이 발견되어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238회 허준이 註釋한 太醫令의 眞訣 - 『圖註王叔和脈訣』, 2005년3월28일자)

명대 의가 張世賢도 역시 숙화맥결을 고증하고 임상에 적용가능한 맥법을 많은 도해를 곁들여 전하고자 하였다. 그는 자가 天成, 호가 靜齋이며 지금의 절강성 닝보(寧波) 땅인 四明 출신이다. 그래서 주본에서는 四明이란 약칭으로 등장한다. 그는 원래 의원 집안의 가학을 물려받아 전하였는데, 오히려 침구술에 더 정통했다고 알려져 있다.

저자는 한참 의술이 고명해지던 무렵에 『난경』의 주해에 온당치 않은 곳이 있음에 의심을 품게 되었고 또한 도해가 온전하게 갖춰지지 않은 것을 안타깝게 여겨 드디어 여러 의가들의 견해를 절충하고 자신의 견해를 덧붙여 『도주난경』(8권, 1510)을 지어 『난경』의 원래 뜻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고자 하였다. 그러나 그 가운데에는 문장의 뜻이 분명한데도 구태여 그림을 그려 풀어주고자 함으로써 쓸데없이 군더더기 같은 말들을 늘어놓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아울러 시중에 나도는『맥결』을 왕숙화 원작이라 잘못 여겨, 여기에 도해와 주석을 덧붙여『도주맥결』(4권, 附方 1권)을 지었다. 그러나 이 또한 ‘因脈用藥’, 곧 맥상을 용약의 기준으로 삼아 일정한 맥에는 한 가지 정해진 처방만을 쓰도록 고집하는 우를 범하였다. 훗날 2가지 저술을 합해 『도주난경맥결』이란 이름으로 간행했는데, 후대 여러 판본이 나돌게 되었다. 서명과 내용도 각각 다르며, 혹은 한데 합하거나 혹은 여러 개로 나누어 한결같지 않다. 하지만 판본이 널리 유통되어 후세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늘 소개할 판본은 후대 중국판본이 한국에 전해져 필사된 것으로 한지에 묵서로 등사되어 있다. 표지 서명은 『圖註王叔和脈訣辨眞論』 으로 되어 있고 권수제로는 『圖註脈訣辨眞』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저작자 항에는 ‘西晉 王叔和 撰, 四明 張世賢 註’로 표시되어 있으며, 또한 목록부에는 張世賢의 이름 아래 ‘具圖’란 용어를 적어 놓고 있어 앞서 말한 그림 설명을 잘 반영해 주고 있다.

허준이 교정한 『찬도맥결』에 도해가 전혀 등장하지 않는 반면에 이 책에는 각종 도해가 풍부하다 못해 자칫 넘쳐날 정도로 지나치게 많다는 느낌을 줄 정도이다. 먼저 권1 첫머리에는 脈賦와 診脈入式歌라는 내용이 배치되어 있고 이어 左右三部圖, 女人背看圖, 六部定位圖, 覆診仰診圖, 三部九候圖, 臟腑各司圖, 智者知治圖, 下指定位圖, 關前關後病脈圖, 息至圖, 實邪圖, 時脈圖, 七表八裏圖, 脈息圖數圖 등의 각종 도식과 해설이 이어지고 있다.

권2에도 오장별로 각 장부맥을 가결로 제시하고 역시 도해를 곁들여 놓았다. 예컨대 心臟歌와 心臟圖에 이어 心脈見於三部歌와 心脈見於三部圖歌, 心脈歌와 心脈圖와 같이 歌訣과 도해가 짝을 이루고 있어 이 책이 얼마나 도해에 집중하였는지를 알 수 있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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