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협, 학회 신경전 언제 끝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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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협, 학회 신경전 언제 끝나나
  • 승인 2003.03.17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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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금 보류'에 '학술자문 보류'로 맞대응

한의협 없는 한의학 회무가 불가능하다면 학회 없는 한의협 회무 또한 불가능하다. 양자는 수레의 두바퀴와 같아 함께 굴러가야 1만 2천 한의사회원의 필요와 이해를 반영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두 바퀴가 어긋나게 움직이면서 삐그덕거리는 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3월 정기대의원총회의 결의사항을 위배하고 한의사전문의시험을 강행한 이후로 감정이 악화되면서 한의협이 학회지원예산을 잠정 보류하자 학회도 학술자문 보류로 맞대응, 한의학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

한의학술사업 ‘휴업중’

한의협의 학회지원예산이 끊기자 대한한의학회는 예산이 없다면서 현대해상화재로부터 한의협을 경유해 의뢰받은 5건의 의료분쟁에 대한 심사요청 중 3건을 회신했을 뿐 한의협으로부터 요청받은 사안에 대해서는 답변을 보류하고 있다.

보류된 안건들 가운데는 ‘한방 자동차보험 영역확대 관련 연구자료 협조요청(7월 29일 접수)’, ‘한국한의질병·사인분류 개정 관련 회원교육의 강사진 파악(8월 20일 접수)’, ‘물리치료사 고용 한방요양기관 관련 한의학회의 입장 검토 요청(8월 26일 접수)’, ‘익산경찰서 업무협조의뢰요청(7월 18일)’, ‘보건복지부 WTO 관련 자료요청에 따른 협조 요청(8월 9일 접수)’ 등이다. 한의학회의 중심사업인 한의의료행위개발연구, 한방진단서지침 연구, 한의처방 표준화 연구, 한방전문의제도 연구 등을 시작도 못하고 있다.

한의협, “회원정서상 곤란”

한의협 관계자는 이 문제가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 필요하다’면서 신중한 반응을 나타내면서도 결국은 ‘묶이는 게 당연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의협의 지부로서의 위상을 갖고 있는 학회가 대의원총회의 결의를 받아들이지 않는 이상 예산 지원을 보류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더욱이 이 문제는 대의원과 지부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어 한의협과 학회의 갈등이라고 보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한의협 회장은 대의원총회의 의결을 단순히 집행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의협 전국이사회에서 표출된 일부 시도의 입장은 매우 강경하다. 이런 상황에서 한의협 회장이 결재 도장을 찍을 수는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결국은 대의원과 지부의 정서가 바뀌지 않으면 해결이 쉽지 않다는 얘기로 들린다.

그래도 해결책은 있다

지부와 대의원의 정서가 바뀌지 않으면 해결책은 전혀 없는가? 이 점에 대해 한의협 관계자는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고 말한다. 한의협 관계자는 예전부터 한의협은 학회지원예산의 대해서는 최우선적으로 배려해왔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본연의 임무에만 충실하면 돌파구는 마련될 수 있다고 귀띔해준다. 대의원총회에서 예산의 5% 지원을 결의한 상황이기 때문에 5%지원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으며 단지 지출시기만 잠시 보류시키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 지원시기는 회원과 대의원의 정서에 따라 달라지는데 변수중의 하나가 학술업무 관련 요청시 성실히 답변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예산지원시기가 좀 늦어진다고 해서 학술자문까지 중단시키면 한의협의 지부로서 바른 자세가 아니라는 것이다.

학회, “돈 없어 자문 못해”

그러나 학회도 나름대로 학술자문을 보류하는 이유를 갖고 있는 듯이 보인다. 학회의 한 관계자는 학회가 자문에 응하는 것은 현대해상화재가 한의협을 경유해서 학회로 자문료를 지급하는 의료분쟁에 한정하고 있을 뿐 연구예산이 수반되는 자문은 엄두를 못내고 있다고 말한다. 말이 자문이지 학문적 연구에 입각한 자문을 하려면 연구예산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문이 이 정도인데 하물며 신규학술연구사업은 뻔한 일이다. 지원예산이 없으면 자체 회비수입으로 충당하면 되지 않느냐는 한의협측의 지적에 대해서도 500명의 회원으로부터 걷으면 얼마나 걷겠느냐고 항변한다. 더욱이 4천만원을 기채한 마당에 더 이상 빌릴 여력도 없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자문을 거부한 것이 아니라 돈이 없어 유보한 것이라고 해명한다.

양 단체 한발씩 양보를

지원시기의 일시적 보류든 돈이 없어 자문을 유보한 것이든 어느 주장이나 나름대로 타당한 측면은 있기 마련이다. 양자간의 갈등의 이면에는 한의사전문의시험 강행과 저지를 둘러싼 감정적 대립이 작용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전문의시험은 이미 과거의 일이 되었고 앞으로는 한의학 발전을 위해 모두가 매진해야 되는 상황에서 지금과 같이 마냥 소모적인 명분싸움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양 단체는 한의학을 살리는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사태해결에 나서야 할 때가 되었다. 학문적 권위를 내세워 아쉬운 소리를 하지 않겠다는 학회나, 대의원총회의 결의 준수와 지부로서의 의무를 다하라는 한의협 모두 한발씩 물러나 슬기로운 타협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김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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