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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간의 방글라데시 한의의료봉사를 마치고…
2018년 11월 23일 () 06:00:50 김재범 mjmedi@mjmedi.com
   
김재범 한의사

세계 인구 8위의 도시 방글라데시. 하지만 세계최빈국이자 행복지수 1위라고 잘못 알려진, 자살률이 우리나라보다 4배가 높은 나라. 고생이 될 것 같고 느끼는 게 많을 것 같다는 예감만으로 공보의 1년차의 연가를 몽땅 쓰고 다녀오기로 결심했다.

방글라데시에 떠나기 전날 밤 방글라데시에 대해 구글 검색을 해보는데 방글라데시는 관광명소의 아름다운 사진이 하나도 없었다. 기차지붕에 사람들이 가득 올라타 있는 사진, 맨발로 걸어 다니는 아이들, 배들의 무덤이라 불리는 곳에서 일하는 아이들, 그리고 뎅기열과 말라리아모기를 조심하라는 글들(그게 전부였다 내가 방글라데시를 떠나기 전 알아본 것들로는).

광저우를 거쳐 열 시간에 가까운 비행을 한 후 도착한 방글라데시는 건기여서 그런지 생각보다 많이 덥지도 습하지도 않았다. 다만 가끔씩 보이는 모기가 눈에 거슬렸을 정도였다.

우리가 의료지원을 갔던 곳은 방글라데시의 마타바리라고 하는 작은 다리로 연결된 조그만 섬이었다. 수도 다카에서 비행기를 한시간정도타고 육로로 세 시간 가량 이동해야 갈 수 있는 곳이다. 현재 그곳은 포스코와 여러 업체가 2조정도 투입된 규모의 화력발전소를 짓고 있는 곳이다. 마타바리 현지에서 의료지원활동 요청이 들어왔고, 듣기로는 당국에 허가를 받는데 까지 꽤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고 했다.

   
 

■진료일기1

여긴 의료혜택이란 게 거의 없는 곳이다. 아픈 걸 참고 사는 게 일상이어서 불면의 이유가 통증이 대부분인 이곳에서 사람들은 아마도 지푸라기라도 잡는 기분으로 생애 첫 침시술을 받으러 온다.

어차피 일회성일 수밖에 없는 일이라 뭘 해야 효율적으로 치료대상 범위를 넓히면서 감동으로 이어질지가 고민거리라면 고민이랄까.

이곳의 여성들은 발목을 외간남자에게 보이는 것을 매우 쑥스러운 일로 여긴다고 한다. 하지만 의료시술을 받기가 워낙 어려워서 그런지 그래도 조심스럽게 내어주는걸 보면서 새삼 더 책임감이 느껴졌다.

진료가 이뤄지는 곳은 마을의 초등학교인데 몇몇 아이들이 환자안내를 돕는다. 그저 외국인들이랑 같이 무언가를 해서 즐거운 표정으로 일하는 아이들이 참 사랑스럽다.

 

■진료일기2

침 한번 맞아보려고 한나절 기다리는 이들을 진료실에서 마주하면 기분이 묘하다. 나와의 5분정도의 시간을 위해 그만큼의 시간을 공 들였다는 게 감사하고 마음이 무거워진 달까.

오늘은 오전엔 예진하고 오후엔 진료를 봤는데 진료 볼 땐 오히려 환자들한테 고마움이 느껴졌다. 간절해하는 좋은 기운을 얻어서 그런지 덜 힘든 것 같은데 예진은 진료보다 바빴는데도 정말 몇 번 졸음의 위기가 왔다.

통역을 하면서 진료를 하다보면 내가 진료 중에 어떤 말을 많이 하게 되는지 알게 된다.

오늘도 진료를 도와주는 자원봉사자 아이들 덕분에 참 수월했다. 그 아이들이 그렇게 재밌게 일하면서도 원하는 건 그저 같이 셀카 찍는 거랑 생수 한 병이다. 느끼는 게 많아서 돌아가면 잠시라도 낯설어지는 게 좋은 여행이고 이대로 간다면 단명할 것 같은 고생이 따르는 봉사가 좋은 봉사라면 이번 방글라데시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 같다. 끝나니까 곰장어에 소주한잔하고 자면 너무 좋겠다싶다.

   
 

■진료일기3

오늘 전체적으로 1000명이 넘는 환자가 다녀갔고 내방에서만 어림잡아 200명 가까운 환자가 다녀갔다. 오늘만큼은 백종원 식당만큼의 맛은 내 되 질보다도 양이었다. 땀을 많이 흘려서 그런지 화장실도 안갔다.

근데 중요한건 몇 명을 보든 결국 3일간의 ‘봉사 쇼’에 지나지 않는다. 열심히 본다고 봤지만 우리나라로 따지면 어디 군안에 면소재지 한군데에 가서 침을 놓은 것 정도다. 지속가능성이 없다면 호수에 던진 돌이 남긴 파문이 파문이랄 것도 없이 남겨지기 전에 가라 앉아버리듯 박수 받을 정도의 일은 아닌 것 같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아이들에게 가방이라도 사주고 슬리퍼라도 사주면 좋겠다 싶었다. 아니면 침이라도 몇 개 가르쳐서 응급처치라도 할 만한 것들을 전한다던가. 그 정도로 이 곳 아이들 중엔 정말 총명한 아이들이 하나둘 있었다. 커서 별 일이 없는 한 뚝뚝 운전수라던가 농사를 짓고 있겠지만. 미래가 궁금할 정도의 아이들이다.

어디든 외부인의 손길이 잘 닿지 않는 곳에 며칠 체류하게 되면 유독 아련하게 기억에 남는 사람들이 남겨지기 마련이다. 흔한 페이스북 조차 끈을 잇기 어려운 이들을 그저 마음에 담는다. 마지막 날쯤 되니 도움 주던 아이들이랑 대충 한국말로 말해도 문맥상 의사소통이 되는 수준까지 돼서 매우 수월했다. 베트남 시골마을에서 의료지원 활동할 때 몰래 집으로 불러 집 뒷마당의 사탕수수를 베어주고 땅콩을 삶아주던 이빨 빠진 할머니, 이번 활동에서 연을 만났던 똘똘한 아이들, 마음에 별 하나가 또 박혔다.

진료를 마치고 진료단끼리 뒤풀이를 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건강상의 낙오자 없이 무사히 마쳐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하다 보니 진료 중엔 얼굴마주할 일도 없이 바쁘게 보내다가 숙소로 돌아와서 한국음식에 가볍게 맥주한잔씩 하면서 노래도 한 소절씩 하고 그랬던 여유가 좋았다. 의료단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힘 닿는데까지 즐겁게 하자는 쪽으로 기간 내내 이끌어주셨던 김영삼 선배님, 그야말로 앞에서 뒤에서 묵묵히 단원들 챙겨가며 열심히 진료 보시던 손영훈 단장님, 그 외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힘든 내색 없이 해온 동료들 그리고 스탭들(현지 코디네이터 선생님, 콤스타 포스코 관계자분들)께 참 감사하다.

곧 한의사 국가고시가 다가온다. 어차피 혼자 해야 하는 공부라지만, 함께 공부할 때의 기운이 분명 혼자 할 때와 다르다고 느낄 때가 많다 각자 다른 책을 보고 있더라도. 물도 다르고 문화도 다른 이곳에서 그래도 평화로운 마음으로 지낼 수 있던 건 함께 해서였기 때문일 것이다. 울력이란 말이 있다. 보수나 대가를 바라지 않고 촌락사회에서 일손이 모자라는 과부집이나 환자가 있는 집, 초상을 당한 집들같이 어려운 사정으로 노동력이 모자라는 집의 일을 마을사람들이 그냥 도와주었던 걸 말한다. 우리가 지구촌 주민들이라는 명제아래 의료지원을 하러 방글라데시의 시골마을까지 갔던 것도, 그 곳에서 우리를 그냥 좋은 마음에 도와주었던 마을 초등학교 아이들도, 다 울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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