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기병증과 사상인 질병분류(2) -기교변대론의 구성과 명병(命病)
상태바
운기병증과 사상인 질병분류(2) -기교변대론의 구성과 명병(命病)
  • 승인 2018.07.13 07: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정우

이정우

mjmedi@http://


기교의 의미

《기교변대론(소.69)》의 기교(氣交)는 기(氣)의 교체다. 오기(五氣)의 자리바꿈이며, 승강출입(升降出入)을 통한 에너지의 자리이동이다. 1장의 오운경치, 상응천기(五運更治, 上應天朞)는 기교의 의미를 잘 말해준다. 오운이 천기(天朞), 즉 1년을 번갈아 가면서 다스린다는 뜻이다. 천기(天朞)에 상응하는 오강(五剛-甲丙戊庚壬)ㆍ오유(五柔-乙丁己辛癸)의 오운이 갑-을-병-정의 순서에 따라 1년에 한 번씩 우측으로 자리를 바꾸는 자리이동인 것이다.

오기의 운행은 매우 간단한 음양(陰陽)의 법칙에 기초한다. 《천원기대론(소.66)》 4장은 “유여이왕, 부족수지, 부족이왕, 유여종지(有餘而往, 不足隨之, 不足而往, 有餘從之)”라고 기록하고 있으며, 《지진요대론(소.74)》 1장은 “오기교합, 영허경작(五氣交合, 盈虛更作)”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오기는 태과-불급-태과-불급의 영(盈)-허(虛)로 연속된다는 뜻이다. 갑(甲)-을(乙)-병(丙)-정(丁)의 운행은 긴 걸음-짧은 걸음의 반복인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인체의 걸음걸이 역시 마찬가지로, 좌측이 주축이 되는 좌형(左刑)은 좌측 걸음이 장보(長步)며, 우형(右刑)은 우측 걸음이 장보(長步)다.

 

기교변대론의 태과불급의 병증분석

운기병은 장병(臟病)의 성기병(性氣病)과 부병(腑病)의 정기병(情氣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기교변대론》은 오운병(五運病) 즉 성기병만을 싣고 있다. 삼음(三陰)-삼양(三陽)의 음양의 정기병은 제외하고 풍(風)-서(暑)-습(濕)-조(燥)-한(寒)의 성기로 인한 질병, 오강-오유의 강유(剛柔)의 성기병만을 다루고 있다.

《기교변대론》은 17문답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가운데 병증을 제시하고 있는 것은 4장, 5장, 6장의 3장뿐이다. 4장은 오운태과(五運太過)의 병증이며 5~6장은 오운불급(五運不及)의 병증이다. 오운지화(五運之化)의 병인(病因)은 태과와 불급이다. 태과의 병증은 1장에 통합시키고 있으며, 불급의 병증은 2장으로 분리해서 기술하고 있다. 4장에서는 오운태과의 허사(虛邪)와 실사(實邪)를 한꺼번에 다루고 있지만, 오운불급의 허사는 5장, 실사는 6장에서 따로 논하여 분리시켜 기술하고 있다. 4장의 오운태과론에는 15개의 병증이, 5장의 오운불급론에는 10개의 병증이 제시되어 있다. 6장의 오운블급론 역시 10개의 병증을 소개하고 있으나 사기(邪氣)의 내외(內外) 소재지위(所在之位)만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기교변대론》에 제시된 병증은 모두 35병증이며, 이 35병증은 모두 오기병(五氣病), 즉 성기병이다.

 

기교변대론 운기병증의 명병(命病)

운기병증에서 명병(命病)의 방식은 ①사기의 분석, ②사기를 감수하는 장부(臟腑), ③사기의 표리(表裏) 소재지위를 감별하는 삼위일체(三位一體)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사기(邪氣)는 승기(勝氣)-복기(復氣)의 심미허실(甚微虛實)의 사상으로 분석하고, 감수하는 장기(臟器)가 장(臟)인지 부(腑)인지를 구별하며, 사기의 소재(所在)가 표리(表裏) 어디에 해당하는지 감별해서 부여한다.

이는 《기교변대론》의 성기병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4장의 오운태과의 사기를 승기(勝氣)-복기(復氣)의 심미허실(甚微虛實)로 분석하면, 앞부분은 승허심사(勝虛甚邪)-복실심사(復實甚邪)의 병증이고, 뒤는 승실심사(勝實甚邪)-복실심사(復實甚邪)의 병증인데, 복허심사(復虛甚邪)의 병증은 생략되어 있다. 5장의 오운불급의 사기는 승허심사(勝虛甚邪)-복실심사(復實甚邪)요, 6장의 오운불급의 사기는 승실미사(勝實微邪)-승실심사(勝實甚邪)다.

《기교변대론》은 성기병이므로 오운태과와 불급의 승기(勝氣)-복기(復氣)의 심미허실을 막론하고 사기(邪氣)를 모두 오장(五臟)이 감수하는 오장병이 된다. 사기의 소재지위를 보면, 오운태과의 승허사(勝虛邪)-승실사(勝實邪)는 리(裏)-표(表)며, 복실사(復實邪)-복허사(復虛邪)는 표(表)-리(裏)다. 오운불급의 승허사(勝虛邪)-복실사(復實邪)와 승실미사(勝實微邪)-승실심사(勝實甚邪)는 리(裏)-표(表)다.

표현이 생소하여 언뜻 어려워 보일 수 있지만, 내용은 전혀 어렵지 않다. 다음 연재의 실례를 보면 금방 이해가 될 것이다.

 

독자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연재에 자주 등장할 운기 술어와 용어 몇 가지를 설명한다.

●오운(五運): 토운(土運), 금운(金運), 수운(水運), 목운(木運), 화운(火運) 등을 통틀어 이른 말. 천간(天干; 십간) 가운데서 갑기(甲己)를 토운(土運), 을경(乙庚)을 금운(金運), 병신(丙辛)을 수운(水運), 정임(丁壬)을 목운(木運), 무계(戊癸)를 화운(火運)이라고 한다.《동양의학대사전》

●육기(六氣): 풍(風), 열(熱; 暑), 습(濕), 화(火), 조(燥), 한(寒) 등 6종의 기후 상태를 이르는 말. 육원(六元)이라고도 한다.《동양의학대사전》

●승기(勝氣): 편승(偏勝)한 기운을 뜻한다. 예를 들면 상반기에 어떤 지나친 기후가 발생하거나 오운(五運) 중에 한 운이 편승되는 것을 모두 승기(勝氣)라 한다.《동양의학대사전》

●복기(復氣): 보복(報復)하는 기운을 말함. 한 해의 상반기에 모종의 승기(勝氣; 과성한 기운)가 발생하면 하반기에 이것과 상반된 기운이 치성해지는 것이다. 오운(五運) 중의 어떠한 하나의 운(運)이 편승하면 또 다른 하나의 운기가 이를 보복하므로, 이를 복기(復氣)라 한다.《동양의학대사전》

●승복(勝復): 승기(勝氣)와 복기(復氣)의 관계를 뜻한다. 《유경(類經)》에서 “육기(六氣)의 성쇠(盛衰)는 항상됨이 없어서 승(勝)하는 바가 있으면 복(復)하는 바가 있다.(六氣盛衰不常, 有所勝則有所復也)”라고 하였다. 1년 중의 상반기에 태과(太過)한 승기(勝氣)가 있으면 하반기에는 이와 상반되는 복기(復氣)가 있게 된다. 예를 들면 상반기에 열기(熱氣)가 편성(偏盛)하면 하반기에는 한기(寒氣)로 이를 보복하는 것이다. 또한 목운(木運)이 불급(不及)하면 금기(金氣)가 목(木)을 승(勝)하는데, 억눌린 목은 다시 화(火)를 생하고 화는 금(金)을 이기게 되는 것을 복(復)이라 한다. 승복의 일반적인 원칙은 먼저 승함이 있으면, 뒤에는 반드시 회복되어 그 승한 것을 보복하는 것이다. 승복의 기는 해마다 항상 있는 것은 아니다. 승복에 관한 학설로 옛 사람들은 자연기후의 상승상제(相勝相制) 현상을 설명하고 나아가 질병유행과 병기 및 치료의 관계를 논하였다.《동양의학대사전》

●불천정(不遷正): 사천(司天)의 육기(六氣)가 때에 맞추어 오지 않는 것이므로, 대부분 먼저의 사기(司氣)가 태과(太過; 不退位)함으로써 뒤의 한 사기가 지연되는 데에 기인한다. 이렇게 되면 기후가 실상(失常)하게 된다.《동양의학대사전》

●불퇴위(不退位): 주사(主司)하던 육기(六氣)가 때가 지났는데도 물러가지 않고, 계속 그 자리에 머물러 그 기(氣)가 연장되는 것을 말한다.《동양의학대사전》

●상종(上從)ㆍ하종(下從): 상종(上從)은 사천지기(司天之氣)가 오장(五臟)중 일장부족(一臟不足)의 장(臟)에 필응필용(必應必用)하는 법칙이며 하종(下從)은 재천지기(在泉之氣)가 육부(六腑)중에 일부부족(一腑不足)의 부(腑)에 필응필용(必應必用)하는 법칙이다. “소음사천, 열기하림, 폐기상종(少陰司天, 熱氣下臨, 肺氣上從)”에서, “폐기상종(肺氣上從)”의 상(上)은 사천지기(司天之氣)다. “열기하림(熱氣下臨)”의 림(臨)은 “임할 림”이다. “내려다보다, 낮은 데로 향하여 대하다. 낮은 사람에게로 나아가다. 비추다”의 뜻이다. 하림(下臨)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을 대함, 내려다봄”이다. 뜨거운 열기가 하늘로부터 땅을 향해 쏟아져 내리는 것이다. “폐기상종(肺氣上從)”의 종(從)은 "좇을 종󰡓이다. “좇다, 뒤를 밟아 따르다. 나아가다, 다가서다. 다가가다”라는 뜻이다. 열기(熱氣)가 하림(下臨)하게 되면 오장(五臟) 가운데 오직 폐장(肺臟)의 에너지만이 필응필용(必應必用)하게 되고, 나머지 심장(心臟), 간장(肝臟), 비장(脾臟), 신장(腎臟)의 장기(臟氣)는 모두 불응불용(不應不用)하게 되는 것이다.《동의16형인》

●일장부족(一臟不足): 《본병론(소.73)》은 “인지오장, 일장부족(人之五臟, 一臟不足)”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오장(五臟) 가운데 부족(不足)한 일장(一臟)이 있다는 뜻이다. 간장(肝臟), 심장(心臟), 비장(脾臟), 폐장(肺臟), 신장(腎臟)의 오장(五臟) 가운데 누구나 한 장기(臟器)는 부족(不足)하게 마련인 것이다. 《시종용론(소.76)》은 “일인지기, 병재일장야(一人之氣, 病在一臟也)”라고 외치고 있다. 사기(邪氣)는 한 개의 장기(臟器)만을 병들게 한다는 뜻이다. 사기(邪氣)는 선천적(先天的)으로 부족(不足)한 한 장기(臟器)의 장기(臟氣)만을 삭감(削減)시키게 되는 것이다.《동의16형인》

●필응필용의 법칙: 오운(五運)과 육기(六氣)가 오장육부(五臟六腑) 중 부족한 일장(一臟) 일부(一腑)에만 작용한다는 법칙이다. 예) 풍기(風氣)는 소음인의 비장(脾臟)에만 작용하여 비장기만 삭감한다. 

이 정 우/경희삼대한의원 원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