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유수유에 친화적인 병원인지 판별할 수 있는 매의 눈을 갖추는 방법
상태바
모유수유에 친화적인 병원인지 판별할 수 있는 매의 눈을 갖추는 방법
  • 승인 2018.04.20 07: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나희

김나희

mjmedi@http://


■아기에게 친근한 병원이란?

아기에게 친근한 병원 만들기 운동(Baby-Friendly Hospital Initiative, BFHI)는 유니세프와 세계보건기구가 주창한 운동으로 전세계적으로 모유수유에 친화적인 의료 환경을 조성하여 모든 아기들에게 엄마젖을 먹을 수 있는 권리를 돌려주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각국의 유니세프위원회는 ‘아기에게 친근한 병원’을 인증하여 공표하는 일을 담당한다.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유니세프와 세계보건기구가 정한 ‘성공적인 엄마젖 먹이기 10단계’를 실천하고, 모유대체품 제조사로부터 무료 샘플과 지원을 받지 않아야 한다. 국제인증수유상담가(International Board Certified Lactation Consultant, 이하 IBCLC)는 모유수유, 산전산후관리, 신생아 케어에 특화된 전문가 직능이며, ‘아기에게 친근한 병원’을 만들고 운영하고 알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근대의 산과 병원은 매우 야만적인 공간이었다. 산욕열로 숨진 산모를 부검한 손을 씻지 않고 임신부를 내진하고 아기를 받아 의인성 산욕열이 대유행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산모의 사지를 묶어 두고 신음 소리를 내지 못하도록 윽박지르고 매질하거나, 전신마취로 의식을 잃은 상태를 유도하여 아기를 겸자로 끄집어내는 등의 아기와 엄마 모두에게 위험하고 폭력적인 처치가 이어졌다. 20세기 중후반에 들어서면서 직접적인 폭력은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과도한 의료적 개입과 상업화된 분유의 판매, 편의를 위한 신생아실 운영으로 모유수유가 방해받고 아기가 엄마젖을 먹을 권리를 침해당하고 있다. 모유수유를 성공하기 위해서는 출생 초기의 경험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세계보건기구와 유니세프가 직접 모유수유를 권장하는 활동을 시작했다. 근거에 입각하여 모유수유율을 높이는 요소들을 10단계로 정리한 <아기에게 친근한 병원 만들기>도 그 활동들 중 하나다.

 

■모든 의료요원은 교육을 통해 모유수유에 대해 배우고 산모에게 이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컵수유할 때, 아기의 머리는 수직방향으로 세워져 있어야 한다. 아기의 아랫입술 전체가 컵과 닿아 있어야 하고 아기 양 입꼬리도 컵과 닿아 있어야 한다. 젖이 아기의 혀에 살짝 닿을 정도로만 컵을 기울인다. 스푼 수유 방법도 비슷하다.

아기에게 친근한 병원 만들기 1단계 : <병원은 의료요원을 위한 모유수유 정책을 문서화한다.> 모유수유를 권고하는 명문화된 정책을 갖고 있어야 의료인을 포함한 직원들이 같은 의견을 가질 수 있다. 명문화되지 않으면 혼선이 생길 수 있고 최종적으로 산모에게 혼란스러운 메시지로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2단계 : <이 정책을 실행하기 위하여 모든 의료요원에게 모유수유 기술을 훈련시킨다.> 어머니, 영아, 어린이와 접촉하는 의료요원은 모두 모유수유 정책의 실행에 관하여 교육을 받아야 한다. 모유수유를 하려는 산모는 젖양이 부족할까, 젖에 나쁜 성분은 없을까, 노심초사하게 되므로, 어떤 병원 직원의 부정적인 말 한 마디나 표정 하나로도 수유 의지가 꺾일 수 있다. 모유수유에 대해 잘못된 편견을 갖고 있는 의료요원들로 인한 피해가 크기 때문에, 모든 의료요원들은 근거에 입각한 이론과 술기 교육을 받아야 한다.

3단계 : <엄마젖의 장점과 젖먹이는 방법을 임산부에게 교육시킨다.> 수유를 본격적으로 개시하기 전인 임신 중에 모유수유에 대해 배운 여성들의 모유수유 성공률이 유의하게 높다. 따라서 아기에게 친근한 병원에서는 산전 관리 부서를 통해 임신부에게 교육을 제공하고 상담을 해주어야 한다.

 

■출산 직후부터 수유를 시도하고 격려한다

주사기+손가락 수유. 적은 양의 모유(예 : 초유)나 작은 아기(예 : 미숙아)에게 보충수유할 때 몇 방울씩 넣어 준다. 아기는 손가락을 빨면서 직접수유 연습을 할 수 있다.

4단계 : <출생 후 30분 이내에 엄마젖을 빨리기 시작한다.> 출생 후 30분 안에 피부 대 피부 접촉을 하고 첫 모유수유를 시작한 군에서는 모유수유 성공률이 유의하게 높다. 아기에게 목욕을 시키거나 비타민K주사를 맞추거나 몸무게를 재는 등의 처치는 뒤로 미루고,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물기만 닦고 엄마에게 바로 안겨주고 두 사람을 함께 타올로 감싸주어 첫 모유수유를 시도한다. 엄마와 직접 접촉하면 엄마의 생체 신호가 아기에게 '참고문헌'이 되어 아기의 체온, 혈당, 혈압, 반사 등이 정상으로 유지되기 쉬워진다. 어떤 신생아는 엄마 배 위에 올려주면 유륜의 색깔과 유륜의 몽고메리선의 냄새 신호를 따라 기기 반사를 통해 스스로 첫 수유를 시작하기도 한다. 아기가 젖을 잘 물지 못하면 자세를 잡도록 도와준다.

5단계 : <임산부에게 엄마젖을 먹이는 방법과 아기와 떨어져 있을 때 젖분비를 유지하는 방법을 자세히 가르친다.> 첫 수유는 시도 자체로 중요하므로 감격스러운 분위기를 깨지 않도록 조용히 지켜봐주는 것이 좋다. 수유자세나 유축방법을 고쳐주는 교육은 그 뒤에 할 수 있다. 출산 후 6시간 이내에 모유수유를 잘 하고 있는지 다시 확인하고, 젖을 짜내는 방법을 가르치거나 젖 짜는 방법이 명문화된 자료를 배포하고, 필요할 때에 어떻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설명해야 한다. 유축은 유축기로도 가능하고 손으로 짜내기도 가능하다.

6단계 : <갓난아기에게 엄마젖 이외의 다른 음식물을 주지 않는다.> 적어도 2시간 동안 산과 병동에서 산모와 아기를 관찰하고, 엄마젖 이외의 음식을 먹고 있는 아기가 있으면 산모에게 모유수유를 하지 않는지 묻는다. 초유는 워낙 양이 적으므로 젖이 전달되는 느낌이 없더라도 괜찮다고 안심시켜준다. 또한 풍부한 모유 생산이 시작되는 유즙생성3기(산후 3~5일에 시작)까지는 아기가 소량의 초유만으로도 충분히 지낼 수 있는 열량을 체내에 비축하고 나오므로 분유나 포도당 보충이 필요하지 않다고 설명한다. 이 시기에는 초유가 꼭 필요하며 초유만으로 충분함을 알려준다.

 

■엄마와 아기는 같은 방을 쓰고 아기가 원할 때마다 수유하며, 지속적으로 수유할 수 있도록 돕는다.

스푼 수유. 컵수유와 마찬가지로 아기가 삼키는 속도를 스스로 결정하게 한다.

7단계 : <엄마와 아기는 하루 24시간 같은 방을 쓴다.> 건강한 아기를 낳은 경우, 입원실로 돌아온 이후 (제왕절개의 경우에는 의식이 돌아온 후부터) 진료를 위한 1시간 이하의 분리 기간을 제외하고는 밤낮으로 아기가 산모와 함께 있도록 한다. 아기의 수유 신호에 따라 엄마가 즉시 수유를 할 수 있어야 모유 생산이 촉진되며 산모도 젖몸살(유방울혈이나 유선염) 위험이 저하된다. 신생아는 엄마와 떨어져 있으면 스트레스가 매우 심해져, 겉으로 보기에는 조용히 잠든 것처럼 보일 때라도 혈중 코티솔 농도가 상승되어 있다. 또한 면역이 취약한 신생아들이 모여 있는 신생아실은 전염병이 유행할 위험이 높으며 관리의 편의상 분유 보충을 일찍 시작할 위험이 높다. (병원은 아니지만, 산후조리원 선택에서도 모아동실은 매우 중요한 조건이다. 우리 한의사들은 환자들과 상담할 때 모아동실을 운영하는 산후조리원을 권하기 바란다.)

8단계 : <엄마젖은 아기가 원할 때마다 먹인다.> 태어나서 한동안 엄마에게 붙어 다니는 다른 영장류 아기와 마찬가지로 인간 아기도 원할 때마다 수유를 해야 한다. 특히 인간 모유는 모든 포유류 중 가장 묽고 가장 유당 비율이 높기 때문에 아기는 수시로 모유를 섭취해야 한다. 인간 신생아는 체중 대비 두뇌가 커서 흡수 에너지의 무려 60%를 두뇌에서 사용한다. 따라서 밤중 수유를 포함해 아기가 원할 때마다 원하는 만큼 수유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9단계 : <아기에게 인공 젖꼭지나 노리개 젖꼭지를 물리지 않는다.> 아기가 젖병 꼭지나 노리개 젖꼭지를 접하게 되면, 엄마 젖과 인공 젖꼭지를 혼동하는 '유두 혼동'을 일으킬 수 있고, 엄마젖 빨기를 거부할 수도 있다. 유축한 모유를 주게 되는 경우는 컵수유나 스푼 수유를 고려하며, 우유병이나 빈 젖꼭지를 아기에게 주지 않도록 한다.

10단계 : <엄마젖 먹이는 모임을 만들도록 도와주고 퇴원 후 모임에 참여하도록 해준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며 문화적 동물이기 때문에 공동체 안에서 수유를 지속할 수 있도록 돕는다. 자조 모임 역시 모유수유 지속율을 높여 준다.

김나희 / 대한모유수유한의학회 교육이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