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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형원 칼럼] 몸맘하나 멘탈클리닉(Mommamhana Mental Clinic) <19> 핵심신념(core beliefs) 알아차리고 재조직화하기
2017년 11월 17일 () 08:16:20 강형원 mjmedi@mjmedi.com


“당신은 사랑받을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습니다.”

   
강 형 원
원광대산본병원
한방신경정신과
교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말을 들으면 진심으로 기뻐한다. 참으로 기분 좋은 말이다. 그러나 같은 반응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 말을 마음챙김 상태에서 들었을 때 사람들은 크게 두 가지 상반된 반응을 보인다. 말 그대로 ‘그렇지’ 맞장구를 치듯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것이다. ‘그래, 내가 그런 존재이지’ 하면서 일상의 어려움을 상대화 시켜버린다. 그에게는 큰 위로의 메시지가 된 것이다. 또 다른 반응은 ‘뭐라고?’, ‘정말?’ 하면서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 말로 오히려 불신하거나 저항의 반응을 보인다. 심지어 즉각적인 반응으로 “거.짓.말!” 이라고 하거나 “거기 그 명단에 제 이름은 없는 거 같아요” 라고 냉소적인 부인을 하며 분노를 표현하기까지 한다.

이러한 다양한 반응들은 심리치료 장면에서 빛과 그림자처럼 존재하고 있다. 사랑, 가치, 의미의 개념으로써 인간존재를 긍정하고 수용하듯이 그것을 거부하는 인식의 틀 또한 엄중히 공존하는 것이다. 왜 이런 상반된 반응이 존재할까? 누구는 감격해 눈물을 흘리며 위로를 받고, 또 다른 이는 거부와 분노의 눈물을 흘리며 절망한다.

하코미세라피의 창시자 론 컷츠(Ron Kurtz)는 핵심신념(core beliefs)이라는 용어로 이런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핵심신념은 반복적인 경험들에 의해서 만들어지며 외부세계로부터 자신을 지탱하기 위한 고유의 신념을 축조하는 것이다. 이러한 신념들은 세상과 자신을 바라보는 태도와 방식을 규정한다. 개인의 행동, 사고, 인간관계, 가치관, 세계관 등의 모든 영역에 영향을 주게 된다. 한 사람의 삶을 지탱하는 틀이 되는 것이다.

어릴 적부터 좌절된 사랑의 경험이 반복된다면 그는 자신이 사랑받을 만한 존재라는 사실을 거부하고 거짓으로 받아들이는 마음이 자리 잡게 된다. 발달과정에서 마땅히 경험하고 왔어야할 것들 즉 인정,사랑,존중,안전,성취,따뜻함 등을 경험하지 못하고 성인이 되는 과정 속에서 형성된 신념들은 왜곡된 결과를 낳는다. 이러한 ‘놓쳐버린 경험(Missing Experience)’ 속에서 형성된 핵심신념들은 치료의 관계성을 통해 안전한 핵심신념들을 재경험할 수 있게 된다. 물론 기존의 핵심신념이 재조직화 되는 과정을 경험하는 것이다. 심리치료는 핵심신념에 안전하게 접근해 그것을 알아차리고 심화시켜 다루고 통합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어려서부터 흔히 듣고 자란 얘기가 있다. ‘말 들어라’, ‘착하게 살아라’. 이 말들이 우리의 일상을 다소 힘들게 했다는 것은 ‘착한아이 콤플렉스’라는 용어가 생겨난 이유로 충분히 설명이 된다. 나보다 남을 위하고, 내가 손해보고 남에게 폐가 되는 행동은 결코 하지 않는, 내 욕구를 억제하고 남의 필요가 우선되는 억지스런 요구들. 그 결과 내적 갈등과 억울함이 시간과 함께 쌓여 반동형성(Reaction formation)처럼 표현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느낌이나 감정보다 타인의 욕구에 더 민감하다. 내적으로는 소심하고 불안하고 우울한 감정으로 매몰되기 쉬우며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는 것에 익숙하고, 미움받을까봐 혹은 갈등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아 주변의 요구에 그대로 따라가게 된다. 뒤돌아서면 내 인생은 없는 삶이라 금방 지쳐있지만, 끊임없이 자신이 착하게 행동하고 있는지, 다른 사람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지 확인하게 된다. 거기에는 "착하지 않으면 사랑받을 수 없고 버림받을 것이다"는 신념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자리잡고 있다.

대학 졸업을 앞둔 S양도 그랬다. 늘 모범생으로 좋은 딸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그 결과 작은 성취는 남았지만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아니였다. 부모의 마음에 들기 위해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소진하고 있었다.  예고없이 찾아온 상실감은 그녀를 절망하게 했다. ‘내 인생은 없구나, 엄마 아빠가 시키는 대로 살았구나. 뭔가 혼자 결정을 할 줄 아는 게 없어’ 하는 생각에 눈물이 마르지 않았다고 했다. 그동안 착하고 말 잘 듣던 모범생 딸이 부모에게 소리지르고 냉담하고 반항하는 못된 아이가 된 것이다. 부모의 반응은 더 냉담했다. 널 위해서 한 것인데, 그것도 최선을 다해 뒷바라지했다고 생각했는데 배은망덕하게 다 커서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역정을 내었다. 지금 S양은 이런 부모로부터 독립을 선언하고 집을 나와 혼자 힘으로 살고 있다.

‘그래 미안하구나. 그때는 그게 최선인 줄 알았는데... 네가 이렇게 힘들어할 줄은 몰랐구나.’ 늦었지만 진심어린 부모의 사과가 그녀에게 언제쯤 위로가 될 수 있을지 아직은 모른다.

치료는 기존의 삶의 방식을 부인하고 바꿔 버리려 하는 것이 아니라, 그때는 그렇게 살수 밖에 없는 나를 바라는 볼 수 있는데서 부터 시작된다. 힘들어하는 S양에게 정답을 말하듯 ‘남 눈치안보고 살아도 돼. 그냥 네 맘대로 살아, 하고싶은 대로 해.  엄마 아빠는 널 버릴수도 버리지도 않아.’ 처음부터 이렇게 얘기한다면 어떨까?

핵심신념에 반하는 말을 했을 때는 저항이 온다. 저항은 기존의 방식과 습성을 지키려고 하는 강한 감정반응이다. 지키려고 하는 것을 없애버리려고 접근하게 되면 들어가거나 고착되는 경우가 많다. 저항은 제거의 대상이 아니라 지지의 과정을 통해 소멸된다.  지금까지 나를 지탱해 온 틀은 그 이유와 가치가 존재하는 것이다. 저항의 지지란 그럴 수밖에 없었던 삶의  방식을 순간 공감해주는 것이다. 현재의 감정을 그대로 지지하는 것이다. 저항은 지지 받는 순간 더 이상 저항할 필요가 없게 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힘들고 괴로운 시스템이라도 변화를 원치 않는다. 무의식에서부터 형성된 생존전략이기 때문에 그만큼 강한 생명력이 있다.  강제적으로 접근하게 되면 더더욱 깊은 곳으로 숨어버려 변화의 기회를 잃어버리게 된다. S양도 과거의 모든 삶을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새로운 시스템으로의 전환의 과정임을 인지하고 내면 탐색 중에 알아차려진 핵심신념에서 ‘No’라고 말해보기도 하고, 오로지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해주고, 소중히 여겨주는 연습을 통해 안전하게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중이다. 

핵심신념에 쉽게 접근하고 심화시켜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은 마음챙김 상태에 머무르는 것이다. 의식의 가장 밑바닥에 머물러 무의식에서 일어나는 것들을 알아차리고 안전한 가이드를 통해 대면하고 소통하는데서 부터 핵심신념은 움직이기 시작한다. 

핵심신념의 변화는 작은 물줄기를 하나 내는 것과 같다. 시간이 지나면 멀리 떨어져 새로운 큰 물줄기를 만드는 모습과 같다. 전혀 다른 누구처럼 되는 것도 아니다.  항상, 매일, 늘, 절대 등의 최상급이 붙어 다니던 어린아이 같은 핵심신념이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러기도 하네~?’ 라는 여유있고 숨이 도는 것에서 변화는 시작된다. ‘나는 나대로 살기로 했다’ 이런 멋진 표현을 더 많이 사용하며 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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