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윤정의 우리 숲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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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윤정의 우리 숲 산책
  • 승인 2003.12.30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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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학자의 생명숲 기행기


“작은 통나무 다리로 개울을 건너 얼마의 경사를 가진 등산길로 들어선다. …… 숲은 나무들로 울창한데 숲의 고도가 높아감에 따라 능선에만 주로 나타나는 신갈나무가 자주 출현하고 들메나무, 거제수나무, 박달나무, 층층나무 등이 자주 보인다. 나무들의 아래에는 노란 금마타리가 하늘거리고, 금강애기나리가 꽃의 흔적을 남긴 채 납작하게 바닥에 누워 있다. 사람들에 의해 사라져가고 있는 개시호가 삐죽삐죽 솟아 있어 순간 일행을 긴장시키기도 한다. …… 길은 계속해서 가파르고 이 길을 오르는 사람들의 숨소리가 힘이 든다.”

이렇게 자연과학도인 저자는 직접 몸으로 체험하여 그 감동을 생생하게 전해준다.
완도 갈문리 숲과 지리산, 계방산, 담양 대나무 숲, 선운사 동백나무 숲, 변산반도, 덕유산에서는 식물생태학자로서의 충실한 연구자세를 본다.

서해 연안의 갈대 숲에서는 간척지의 문제를 짚어주기도 한다.
지리산 제석봉의 고사목지대와 유명산 정상의 억새밭은 운치가 뛰어난 멋진 풍경들로만 알았더니 그 내면은 산불로 인해서 나무가 타죽은 나무무덤이며, 불에 탄 나무를 베어낸 자리에 억새가 자라 이루진 것이라 한다.

더구나 제석봉은 불법 벌목업자가 증거를 없애려고 불을 질러 울창했던 주목과 구상나무 군락을 몽땅 재로 만들어 놓았단다.

인간의 욕심이 화를 불러 온 것이라 안타깝기 그지없다.
또한 1996년 고성의 산불 현장에서는 인간이 저지른 재앙과 참사의 현장에서는 통곡을 한다.

그러나 검은 유령의 숲 그 숯덩이에서 피어나는 한 가닥의 희망을 발견하고 있다.
화산의 숲에서는 역사적인 숲의 이야기를 전해준다.

마지막으로 백두산의 식생에서는 유네스코 장백산 생태계 조사단 연구원으로 백두산 식생을 조사하며 가슴으로 느끼는 뿌듯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자연 생태계 조사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민족애와 조국애를 느낀다.
한시 바삐 통일이 되어 그의 소망대로 백두산과 북한지역의 숲도 원 없이 조사할 날이 오기를 빌어본다.

과학적인 사실을 알려줌에 있어 쉬운 문체와 많은 사진으로 독자의 이해를 돕는데 마치 소설을 읽는 기분이 든다.

누가 있어 숲 이야기를 이렇게 흥미진진하게 엮어갈 수 있을까?
활엽수들이 그 화려했던 시절을 잠시 접고 나목으로 서 있는 이 겨울의 중심에서 잠시 시간을 내어 가까운 앞산이라도 찾아보자.
곧 다가올 봄날 푸르른 신록을 그려보면서…

박 근 도(서울 상계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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