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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794> - 『醫方類聚』⑥
병도 주고 약도 되는 음식으로 食治
2017년 09월 30일 () 07:05:52 안상우 mjmedi@mjmedi.com
 
지난주 『의방유취』를 중심축으로 이루어지는 한중의학 교류와 국제학술행사를 예고해 드리고 나선, 정작 필자는 지금 멀리 캐나다 밴쿠버에 와있다. 이곳의 명문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 아시아센터 측의 초청으로 ‘戰亂期 구황식품과 전통 한의식치 문화’에 대한 주제발표와 전문연구자들의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또 향후 식치에 대한 양측의 연구협력 방안도 다양하게 모색되었다. 바야흐로 이제 오랫동안 준비해 온 『의방유취』기반연구를 토대로 각 분야에 걸친 심화연구를 폭 넓게 전개할 시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 『의방유취』
그래서 이번 기회에 세종시대에 조성된 食療사상과 食治문화에 대한 필자의 소견 몇 가지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우선 세종시대의 식치문화에 대해서는『의방유취』편집체계 안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데, 3권으로 이루어진 총론을 먼저 싣고 나선 120여 부류의 각 병증문마다 이론과 처방, 그리고 식치, 침구, 금기, 도인이 각기 별도의 치법편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바꿔 말해서 모든 병증에 약을 처방하기에 앞서 음식으로 양생과 치료를 병행하는 방법이 藥治에 우선하여 고려되었다는 점이다.
 
우리는 세종시대 음식양생 문화의 가장 기저를 이루는 기반 사상 가운데 하나로 음식에 대한 인식의 척도가 달랐다는 점을 먼저 주목해야만 한다. 총론편에는 “음식이란 백성을 살아가게 하는 하늘이요, 인간의 목숨을 살리는 근본이다.(食者, 生民之天, 活人之本也.)”라고 전제하고 있다. 민초들에게는 ‘밥이 하늘이다.’라는 말과도 일맥상통하는 언급이다. 삶을 영위하기 위하여 어떠한 사상이나 신념에 앞서 가장 기본적인 생명유지의 수단으로서 음식이 필요하다는 대전제이자 인간의 숙명적인 속성을 말하고 있다.
 
따라서 날마다 중단할 수 없는 음식섭취 과정이 반드시 반복 수행되어야 하며, 음식으로 인해 발생하는 질병(飮食內傷) 또한 불가피하다는 것이 문제이다. 그리하여 이러한 식원성 질병의 치료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섭식의 제한과 五味의 조절에 주의를 기울여야만 하는데, 바로 이 점에 착안하여 養生方이자 치료대책으로 고안된 것이 食治가 필요하게 된 시발점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의방유취』총론편에서는 “만약 몸 안에 아픈 곳이 있거든 먼저 음식으로 치료할 방법을 살펴보고 그 증상을 따져보아 음식으로 치료해 보고 식치(食療)로 낫지 않게 된 뒤에야 약을 처방하라”고 권유하였다. 또한 그 이유는 바로 장부의 기혈이 손상을 입을까봐 두렵기 때문이라고 말하여 인체에 내재된 자연치유력과 항상성의 회복에 주안점을 두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노인이 병을 앓게 되었을 경우, 마땅히 먼저 음식으로 치료해 보고 그래도 낫지 않거든 그때서야 약을 처방하는 것이 노인을 봉양하는 大法이라고 말하였다. 아울러 병을 잘 고치는 의사보다는 아프게 될 것을 미리 조심시키는 의원이 훌륭하다고 전제하면서, 이에 대비하여 약을 잘 써서 치료하는 의사보다는 음식으로 치료하는 것에 능통한 사람이 훌륭한 의원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하여 마침내 ‘五藏食治’편에서는 “의원은 모름지기 먼저 병의 원인을 꿰뚫어보고 몸 안에 손상을 입은 부위를 살펴보아 음식으로 치료하고 음식으로 낫지 않거든 그때서야 약을 써야 한다”고 말한다. 또 병이 다 치료된 이후에도 음식조리에 유념해야 하며, 食補를 염두에 두는 것이 진정한 保身策이라고 강조하였다.
 
이웃처럼 가까워진 지구촌이지만 연일 먹거리로 인해 벌어지는 사회문제와 잘못된 식생활에 기인하는 식원병의 폐해로 온 세계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날마다 먹는 음식에 대한 근원적인 인식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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