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학신문=전예진 기자] 소외된 이웃과 의료 취약계층에게 꾸준한 봉사를 실천해온 여한의사회가 가을을 맞아 사랑의 인술을 펼쳤다.
대한여한의사회 의료봉사단은 17일 서울 성북구 보문동에 위치한 노동사목회관에서 다문화가족 및 이주민들을 대상으로 의료봉사를 진행했다.
정성이 회장을 비롯해 조영도 부회장, 김영선 수석부회장, 김단희 학술이사, 박미순 현 서울시한의사회 학술이사, 이정아 전 강남구한의사회 이사와 자원봉사자 3명으로 이루어진 봉사단은 이주민 50여명에게 혈압 검사, 건강 상담, 침 및 부항치료, 의약품 처방(보험한약, 소화제, 파스) 등을 제공했다.
이주사목위원회 산하 서울가톨릭상호문화센터(前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이옥희 팀장은 “한의사 분들이 다른 쉼터에서 봉사하는 것을 본 센터장님이 여한의사회와 연계해 인연을 맺게 됐다”고 밝히며 “한의학을 처음 접해보는 외국인들 대부분이 한방 진료 후에 만족감을 표시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대한여한의사회는 보문동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의료봉사 뿐만 아니라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나눔의 집 등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고통받는 여성과 이주민들을 위해 힘써왔다. 특히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모여 살고 있는 광주 나눔의 집을 찾아 진료를 시작한지는 올해로 18년째로, 한 기관 당 적게는 1년에 두 번에서 많게는 두 달에 한 번씩 찾아가기도 한다.
조영도 부회장은 “주로 한국으로 이주한 여성들이나 그 가족을 대상으로 한방 진료를 하는데, 대부분 성공적으로 정착하지 못하고 이혼했거나 사정이 좋지 못한 분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고 씁쓸해하며 “가장 흔한 게 통증질환인데 어깨, 허리, 무릎 어디 하나 성한 곳이 없고 불안장애, 불면증, 스트레스 등 신경정신과적 질환도 꽤 있다”고 설명했다. 베트남 등 동남아에서 온 여성들이 유독 체구가 작고 약하다고 말하던 조 부회장은 “하루 빨리 한국 사회에 잘 정착해서 안정적인 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한국으로 건너와 공부중인 대학생 꾸인 니으 씨(20‧베트남)는 “한국에 온지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는 동안 한 번도 병원에 가거나 진료를 받아본 적이 없었는데 성당에서 한방 진료 봉사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왔다”며 “이렇게 직접 (한의사들이)찾아와서 침을 놔주고 무료로 약도 받을 수 있으니 기쁘다”고 말했다.
정성이 회장은 “국내 노인층을 위한 의료봉사도 중요하지만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이주민들 또한 제대로 된 진료를 못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진료 후에 감사하다는 말을 들으면 보람이 되고 무엇보다 침 치료를 먼저 찾거나 선호하는 외국인이 많아 의료봉사를 통해 한의학 홍보까지 할 수 있어 1석 2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 정부가 들어선 만큼 이주민들에 대한 국가차원의 다문화지원 정책이나 배려가 더욱 장려될 필요가 있고 앞으로도 여한의사회는 지속적인 봉사를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