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방60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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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방60수
  • 승인 2017.09.01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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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행

이원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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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한론, 금궤요략, 온병 서평 시리즈 ⑦

 

1899년 3월 6일은 해열진통제 aspirin의 특허가 등록된 날이다. 2017년 현재, 수많은 약들이 그 후로 개발되고 또한 사라져 갔지만 aspirin은 아직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 약물이 얼마나 다양하게 사용될 수 있는지 여러 연구들이 보여 주었고, 현재 처음에는 의도하지 않았던 혈전 용해의 목적으로도 많이 사용되게 된다.

물론 약물이란 것이 인종과, 성별, 연령, 체질의 차이를 넘어 모든 인간에게 항상 동일한 효과를 내어 주지는 못한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는 aspirin을 사용할 때의 목표를 알고 있다. 또한 그 약으로 인해 초래될 수 있는 부작용과 한계점 또한 처방시 고려사항이 될 수 있음을 안다. 실체가 명확하기에 일본인이든, 중국인이든, 한국인이 사용하든 모두 예측한 만큼의 효과와 부작용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aspirin은 110여년간 사용되어 왔지만, 한약은 2000여년간 한중일 삼국을 중심으로 다양한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되어 왔다. 그 사이 아주 많은 처방, 조합법들이 만들어져 왔으며 사용 경험을 전달하고자 만들어진 서적들도 매우 다양하게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 길에 입문하는 초심자들이 마음 놓고 읽어볼만한 서적은 생각보다 드물다. 필자는 그 이유를 두 가지 정도 들어본다.

첫 번째는 aspirin이 가진 실체처럼 한약의 ‘실체’에 대해서 재대로 기술한 서적은 생각보다 드물다는 것이다. 책을 쓸 때 다양한 의서들의 글을 모아서 용량을 불리기는 쉽다. 그렇지만 이 처방이 무엇을 하는 것인지, 대상자는 누구인지, 제한점은 무엇인지, 부작용이 발생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등, 직접 사용하면서 맞부딪히는 처방의 실체에 대해 알기 쉽게 기술한 서적은 생각보다 적다.

두 번째는 한 서적에 수록된 처방의 개수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각 처방들의 차이점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다면, 분류가 잘 되었다는 전제 하에 많이 수록되어 있는 것이 좋다. 하지만 초심자는 각 처방들의 차이점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그 처방의 실체, 그 처방이 가진 능력, 제한점을 드러내는 데 주력하는 일이다. 이것은 aspirin의 기전, 사용법, 주의사항을 배울 때와 다를 것이 하나도 없다.

“환자의 몸은 마르고 약한 편으로 절대로 살찌거나 건장하지 않고, 면색은 백색, 황색, 혹은 청색이며 한열왕래(寒熱往來), 흉협만민(胸脇滿悶), 식욕결핍, 심번희구(心煩喜嘔), 구고(口苦), 인건(咽乾) 등 소양증(少陽證)의 표현이 나타나기 쉽고, 동시에 한출, 오풍, 심계 등의 위표불화(衛表不和)의 표현도 나타나기 쉽다.

본 처방은 용량이 작은 편이고 작용이 부드러워서 장기 복용하면 환자의 체질을 개선할 수 있다.” 시호계지탕(柴胡桂枝湯) 부분의 설명이다. 처방의 실체를 명확히 알고 있다면 일본인이든, 중국인이든, 한국인이 사용하든 그가 알고 있는 내용은 동일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책에는 심오한 깊은 내용이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다루는 내용에서만큼은 ‘aspirin 설명서’와 같은 명확함이 있다.


다만 이 책을 읽을 때 주의하여야 할 부분이 있다. 첫 번째는 용량규정에 관한 것이다. 이 책에서는 상해중의약대학(上海中醫藥大學) 가설범(柯雪帆) 교수의 용량고증을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는 여러 설들이 있으므로, 초심자는 현대 임상 참고 제량만 기억해 두고 용량 환산량은 추후 검증할 내용으로 남겨 두는 것이 좋다. 두 번째는 현대 한의사들에게는 다소 위험할 수 있는 생각이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부분이 용담사간탕(龍膽瀉肝湯)에 포함되어 있는 목통(木通)에 관한 내용이다.

“목통과 관련하여 원방에 사용된 목통이 도대체 어떤 조류인지 이 점을 분명히 하기가 아마 매우 어려울 것이다. 비교적 분명한 것은 2004년 이전에 생산된 용담사간환에 사용한 목통은 마두령(馬兜鈴)과 식물로 동북 마두령의 등경(藤莖), 즉 관목통(關木通)이며, 꽤 많은 양의 마두령산(馬兜鈴酸: aristolochic acid)을 함유하고 있는데, 신장에 대해 꽤 강한 부작용을 가지고 있어서 급성신부전을 일으킬 수 있다... 이것은 우리들에게 유독한 약물이라고 반드시 금지할 필요는 있는가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약물에 독이 있는 것은 약물의 잘못이 아니며, 우리 의사들이 사용할 줄 모르는 것이 잘못이다.”

편저자인 송영강(宋永剛)선생은 분명 중의학에 큰 애정을 가진 사람인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한의학이든 중의학이든 현대 사회의 규칙에 맞추어 활용되어야 함은 분명하다. 위에 예를 든 목통의 경우,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 사람의 예측이 변증의 범위 안에서 가능하다는 것이 입증되지 못했다. 따라서 “우리 의사들이 사용할 줄 모르는 것이 잘못이다.”라는 말은 명백한 잘못이다. 


몇 가지 문제점이 있기는 하지만, 이 책은 추천할 만한 책이다. 특히 한 번도 방제학 책을 읽어보지 않은 한의대생들에게 맨 처음 읽어 보라고 권할 만한 책이다. 하지만 초심자라면 용어가 이해가 안 되는 일이 많이 생겨날 것이다. 그냥 넘어가지 말고 여러 자료를 참조하여 그 용어가 무슨 뜻인지 명확히 알면서 읽는 것이 좋다. 이것만 해도 많은 공부가 될 것이다.
 

aspirin 설명서와 한의학 처방을 설명하는 책은 근본적으로 다를 이유가 없다.


한의사 이원행(대한동의방약학회 학술국장, 일산 화접몽 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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