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시수(胡希恕) 경방의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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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시수(胡希恕) 경방의안집
  • 승인 2017.06.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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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행

이원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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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한론, 금궤요략, 온병 서평 시리즈 ③

 

빈센트 반 고흐. 그는 ‘해바라기’, ‘별이 빛나는 밤’ 등의 명작으로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후기 인상파 화가이다. 하지만 생전에 그는 미술계에서 알려진 인물이 아니었다. 자신의 대표작이라고도 할 수 있는 '별이 빛나는 밤(1853)'이 소개될 당시 미술계의 반응도 변변찮았다. 하지만 이 그림은 1941년부터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서 상설 작품으로 전시되었으며, 1973년에는 그의 모국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반 고흐 미술관이 설립되기에 이른다. 

◇후시수 경방의안집.

胡希恕(1898-1984)는 중국 경방(經方) 계통에서 원래부터 명성 높았던 의가는 아니었다. 찬란한 수식어가 따라붙는 인생을 보낸 유도주(劉渡舟)와는 달리 바이두(Baidu)백과에 실린 그의 약력은 다소 소박하다. “1958년 북경중의학원 내과교수, 부속 동직문의원 학술위원회 고문 등의 직위를 역임했다”로 그친다. 하지만 그의 사후 평가는 나날이 높아져 최근 트위터의 언급을 살펴보면 어떤 이는 “유도주(劉渡舟) 진백미(秦伯未) 선생도 한 수 접어야 할 정도로 높이 평가된다”라고 말하기도 할 정도가 되었다. 여기에 크게 기여한 것이 그 제자 빙세륜(馮世綸)의 노력이다. 그는 1994년, 호희서 선생이 상한론 조문에 대해 주석한 내용을 『경방전진經方傳眞』 이라는 책으로 펴내어 학계의 호평을 받는다. 이런 평판이 이어져 2012년, 『펑스룬이 쉽게 풀어쓴 《상한론》의 육경과 방증』이라는 책이 한국에 출판되었다. 지금 소개할 『후시수 경방의안집』 은 한국에 들어온 두 번째 호희서(胡希恕)-빙세륜(馮世綸)의 저작이다. 최근에는 『호희서(胡希恕) 금궤요략강의』가 출판되었다.

경방의가(經方醫家)로서 호희서의 특징은 크게 두 가지를 이야기 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상한론』과 『내경(內經)』의 연계성을 부정하는 것이다. 그는 “중경(仲景)의 책은 원래 『내경』과는 무관하다”고 하였다. 빙세륜은 이를 ‘오독전통(誤讀傳統)’이라는 표현으로 규정한다. 산동(山東) 중의약대학의 이심기(李心機)교수는 “중의학계에서 모두가 『상한론』을 논하고 있지만 『상한론』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는다. 이는 『상한론』을 연구하는데 존재하는 오독전통으로 인해 빚어진 결과이다”라고 지적하였다. 오독전통은 먼저 『내경』의 이론이 있고 그 후에 장중경이 『내경』의 이론을 근거로 하여 『상한론』을 썼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해를 통해 『상한론』은 그간 중시되어 온 오운육기, 경락, 장부학설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두 번째는 ‘육경팔강(六經八綱)과 방증(方證)’에 있다. 그는 “방제의 적응증을 방증이라 한다. 즉, 특정 방의 적응증이 특정 방의 방증이며 계지탕(桂枝湯)증, 마황탕(麻黃湯)증, 시호탕(柴胡湯)증, 백호탕(白虎湯)증, 승기탕(承氣湯)증 등으로 표현한다. 방증은 육경팔강변증의 연속이며, 변증의 첨단(尖端)이라 할 수 있다. 만약 중의치료가 효과가 없다면 그 핵심은 방증변별이 정확하지 않은 데 있다”라고 말한다. 치료를 위해 병을 이해하고 분류하는데 오운육기, 경락, 장부학설 대신 사용되는 이론체계가 육경체계의 팔강배속, 그리고 방증이다. 방증 활용의 측면에서 보면 호희서는 일본식의 탕증(湯證) 변별과 중국식 경방의학의 중간 지점에 있다. 탕증을 변별하고 가급적 원방을 사용하지만, 원방끼리의 합방은 자유롭고 약물 가감 역시 수시로 이루어진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본다. 비증론치(痺症論治) 경험 부분에 있는 한 의안(醫案)이다.
 

사례6 우吳씨, 여, 58세, 차트번호: 157498.
초진날짜 1965년 4월 28일; 요관견배산통(腰??肩背酸痛) 2년. 흉민, 심계, 자한, 도한, 불면증, 현훈이 수시로 발작하고 무릎이 시큰거리고 힘이 없으며, 설태는 백하고, 설질은 암하며 맥은 침현세하다. 이는 혈허수성증(血虛水盛證)으로 태양소양합병(太陽少陽合病)에 속하며, 시호계지건강탕에 당귀작약산을 합방한 방증이다; 시호 3전, 계지 3전, 백작약 3전, 복령 4전, 황금 3전, 천화분 4전, 生모려 5전, 건강 2전, 당귀 3전, 천궁 2전, 창출 4전, 택사 5전, 자감초 2전.

결과; 위 처방을 6첩 복용한 후 흉민심계와 무릎에 힘이 없는 증상은 호전되었다. 상기 처방에 산조인 방기 각 5전을 가미하여 6첩을 복용하였더니, 자한, 도한, 불면증이 호전되었다. 처방을 가감하여 1달 동안 계속 복용한 후 제 증상이 모두 사라졌다.
 

이 환자의 치료를 위해 먼저 파악한 것은, 주증은 ‘오래 낫지 않는 비증(痺症)’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증상의 본질을 풍한습비(風寒濕痺)와 혈비(血痺)의 복합으로 보고 이를 치료하기 위한 기본방으로서 당귀작약산(當歸芍藥散)을 활용한다. 위 의안에서는 이를 ‘혈허수성증(血虛水盛證)’으로 표현한다. 하지만 전신 증상은 당귀작약산증과는 일치되지 않는다. 전신 증상의 파악을 위해서는 육경병증 분석이 활용된다. 소양병, 이어서 시호계지건강탕증을 파악해 낸다. 관련 조문은 다음과 같다.


263. 少陽之爲病 口苦咽乾目眩也
265. 傷寒脈弦細 頭痛發熱者 屬少陽 少陽不可發汗 發汗則?語 此屬胃 胃和則愈 胃不和 煩而悸
147. 傷寒五六日 已發汗而復下之 胸脇滿微結 小便不利 渴而不嘔 但頭汗出 往來寒熱 心煩者 此爲未解也 柴胡桂枝乾薑湯主之
 

이어진 두 번째 진료에서는 이 처방으로도 다 개선되지 않은 나머지 증상인 불면증을 치료하기 위해 산조인(酸棗仁)을 더하였고, 비증 치료를 보강하기 위해 방기(防己)를 더하였다.

이 의안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이 책은 이렇게 읽는 것이 좋다. 주증을 치료하기 위해서 어떤 처방이 주로 사용되는지 먼저 파악하고, 전신 증상은 육경의 관점에서 어떻게 연결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이 탕증의 결합을 통해 치료하는 병증 외에 혹여 조금 모자란 증상이 있다면 특효약물들이 어떻게 가미되었는지 분석하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빙세륜은 시호계지건강탕방증은 궐음병(厥陰病)으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그는 “소시호탕은 소양병인 반표반리양증(半表半裏陽證)에 배속하고, 시호계지건강탕은 궐음병인 반표반리음증(半表半裏陰證)을 각각 치료하는데, 그 주요한 변화는 건강(乾薑)의 여부에 달려있다”라고 설명한다. 이 부분에서 스승과 제자와의 학술 견해 차이를 볼 수 있다고 본다. 이 부분은 다음 편, 『펑스룬이 쉽게 풀어쓴 《상한론》의 육경과 방증』에서 더 상세히 다루어 보도록 하겠다.


한의사 이원행
(대한동의방약학회 학술국장, 일산 화접몽 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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