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730>-『喪禮抄』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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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730>-『喪禮抄』①
  • 승인 2016.05.27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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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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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의 끝, 彼岸의 세계로


인간이 한 평생을 살아가는 동안, 生·老·病·死 이 4가지의 고통을 벗어날 수 없다는 엄연한 사실에 봉착하게 된다. 첨단과학이 극성한 현금에 이르러서도 아직 그 어느 누구도 이러한 실존에 관한 문제에서 완벽하게 벗어낫다는 소릴 들어본 적이 없다. 이번 호에서는 살아서 질병을 다스리고자 애쓰는 의약의 한계와 범주를 넘어 인생 4苦에서 가장 대단원을 장식하는 종결점이라 할 죽음 뒤의 일에 대해 적은 책 한 종을 소개하고자 한다.

◇ 『상례초』

전통적인 삶의 방식에서 생로병사에 대비하여 인생의 가장 중요한 4가지 큰일을 보통 冠婚喪祭, 四禮로 일컬어 왔으며, 어떤 사람이든지 성장하여 인간으로서의 삶을 살아가는데 빠트릴 수 없는 大事라 여겼다. 그중에서도 喪禮는 나머지 다른 대사와 달리 예정할 수 없고 대부분 뜻하지 않게 不時에 닥쳐와 엄청난 시련을 안겨준 다는 점에서 일생 중 가장 힘든 고비라 여길 만하다.

예전에는 향촌사회에서도 내외 집안간이나 師友뿐 만 아니라 과 동네 인근의 상례에 빠지지 않고 參禮하는 것을 인간이 지녀야 할 지극히 당연한 도리라 여겼으며, 이때를 당하여 당황하지 않고 缺禮하지 않기 위하여 몹시 주의를 기울였다. 그래서 어지간한 집안에서는 집집마다 『四禮便覽』이나 『喪禮備要』, 혹은 『喪祭類抄』같은 등속의 禮書를 하나쯤은 구비하고 있었다.

오늘 소개할 자료는 두툼한 분량에 복잡한 체제와 상세한 내용을 담은 정본 예서가 아니라 간략하게 요약하여 소매 주머니나 염낭 속에 넣고 다니면서 수시로 참조해 볼 수 있도록 조그마한 袖珍本으로 제작되어 있으며, 아울러 간단하게 펼쳐보기 좋도록 절첩식으로 만들어져 즉석에서 열람이 용이하게 고안되어 있다.

간략하게 주요 내용만을 요약한 節略本의 성격상, 서문이나 목차는 애초부터 고려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며, 이를 보완하기 위하여 작은 제목 중심으로 책장을 팔랑팔랑 넘겨가면서 쉽게 눈에 띠도록 고안되어 있어 몇 번만 살펴보더라도 어느 내용이 어디쯤 실려 있는지를 금방 알 수 있게 되어 있다. 또 주요한 표제어는 白文으로 묵자를 넣거나 테두리를 쳐서 쉽게 식별되도록 하였다.

하지만 조그만 크기에도 불구하고 상하내향의 화문어미를 넣어 판심을 그려놓았으며, 張次도 기재되어 있어 결코 대충 만든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나아가 貝葉經처럼 자주 넘겨보면서 숙지할 수 있도록 배려해 놓아 은근하고 고아한 품격이 느껴지기도 한다.

내용을 대충 훝어보면 初終具, 易服具, 訃告書, 治棺具, 遷尸具, 沐浴具, 襲具, 飯含具, 靈座具, 魂魄具, 銘旌具, 小殮具, 環經具, 括髮免髽具, 經帶具, 大斂具, 成殯具, 成服具, 奔喪具, 服制, 異姓之親, 殤服, 朝夕哭奠上食, 開塋域祠土地具, 穿壙具, 發引具, 여기까지가 앞뒤 2편 가운데 右便에 배속된 내용이다.

이어 左便에는 祠土地具, 虞祭祝文式, 小祥具, 大祥具, 禫祭具, 改題主祝, 出主告辭, 合祭埋主祝, 合祭祖以上祝, 改葬具, 祠堂告辭, 舊山祠土地祝, 啓墓告辭, 虞祭祝文, 忌日祭具 祝文, 四節日 祝文 등의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앞뒤 각각 24장으로 되어 있다.

좌편의 말미에는 ‘歲在辛丑閏五月日龍城新刊’라는 간기가 붙어 있다. 5월 윤달의 신축년을 소급해 보니, 1781년에 남원부에서 간행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 작은 책자 하나가 무려 230여년의 풍상을 거쳐 전해졌다니 그 사이 여러 차례 주인이 바뀌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긴 세월을 거치는 동안 많은 이의 考終을 지켜보았으리라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절로 숙연해 짐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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