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국제기구에서 일한다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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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국제기구에서 일한다는 것은 어떨까
  • 승인 2015.11.06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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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해인

안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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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의대 학생의 진로 탐색 및 ‘마닐라 현지 인터뷰’ (하) / 동국대학교 한의대 본과 4학년 안해인
 
한의사 평균연봉과 비교해 조금 높은 편
국제기구엔 비정규직, 단기계약직 많아
막연한 기대보다 현실 알고 열정으로 도전해야


안 해 인
동국대 한의대 본과 4학년
저번 글에서는 보건대학원과 그 이후 갈 수 있는 곳, 국제보건과 국제기구에 진출하기 위한 준비사항과 방법을 다뤘다. 그렇다면, 실제로 국제보건 분야 및 국제기구에서 일한다는 것은 어떨까? 직업을 선택할 때에 고려하는 사항들을 위주로 살펴보자.

직업을 선택할 때에 제일 먼저 고려하는 것은 직업의 특성과 자신의 적성이다. 세계보건기구를 예로 들면, WHO는 국제보건분야 업무를 총괄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WHO의 활동은 직접적인 현장에서의 개발활동이 아니라 범세계적인 보건관련 문제를 파악하고 이에 대한 기본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중저소득 국가의 개발활동 및 국가의 보건체계 확립을 위한 기술적인 지원을 제공한다.1)

즉, WHO는 국제적인 공공조직으로 볼 수 있으며 공공조직 운영방식과 동일하다. 직접 현장에서 일하는 활동가가 아닌 행정업무를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업무방식은 국내 공공기관의 방식과 유사하다. 국내 공공연구기관에서 일한 경험이 WHO에서의 업무를 수행하는데 매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주요 고려사항 중 하나인 연봉은 어떨까? 국제기구 직원은 전문직(P급), 고위직(D급), 일반직(G급) 등이 있으며 각 직급에 따른 연봉은 UN 홈페이지에 공개되어있다. 전문직 이상의 보수는 기본급여(base salary)와 근무지 물가 수준에 따른 지역 조정급(post adjustment) 및 각종 수당(other benefits)이 지급된다.

◇마닐라 현지에서 인터뷰를 마치고 기념촬영을 했다. 왼쪽 네 번째가 필자.

UN의 2015년 salary scale에 따른 각 P2와 P4의 1년 차 연봉을 아래 표에 나타냈다. 지난 글에 소개한 몇 개의 파견 프로그램에서 받는 생활비도 함께 표시하였다. 기본 급여만 제시한 것으로 지역 조정급 및 기타 복지혜택들은 다루지 않았다.

P2는 관련 분야 석사 학위 이상 소지하고 관련 경력 2년 이상인 직급으로 국제기구 입문단계(entry level)의 전문직 직원이다. P4는 관련분야 석사학위 이상, 경력 7년 이상으로 과장급이다.

보건분야 역량강화 프로그램(HLDI)은 WHO WPRO에서 보건지도자를 양성하는 2년간의 펠로우 과정이다. 다자협력전문가(KMCO)는 KOICA의 주요 협력 국제기구 국가사무소에 파견되어 주어진 임무 및 연락관 역할을 수행한다. KMCO 현지 생활비는 파견되는 나라에 따라 다르다. 표에 제시된 금액은 UNDP 라오스 국가사무소 파견의 경우로 KMCO 3기 모집공고를 참고하였다. HLDI와 KMCO는 부양가족에 대한 수당이 주어지지 않으며, KMCO의 경우 배우자와 함께 지내기에는 생활비가 다소 빠듯할 수 있어 보인다.

유엔봉사단(UNV)은 만 23세 이상 29세 이하의 청년봉사단과 전문분야 경력이 있는 만 25세 이상인 전문봉사단이 있다. 월 생활수당 기본급(Monthly living allowance base rate)은 청년봉사단은 1243달러이고 전문봉사단은 1554달러이다. 월 생활수당(Monthly Living Allowance, MLA)은 기본급에 지역조정급(Post Adjustment Multiplier, PAM)을 반영하여 책정되며 정확한 계산식은 다음과 같다.

MLA = (MLA 기본급) x PAM + (MLA 기본급)


표에 제시된 것은 라오스 UNV의 자원봉사 생활수당(Volunteer Living Allowance, VLA)으로 2015년 UNV 전문봉사단 2기 UNWOMEN 라오스 파견의 직무기술서에 기초하였다. 자원봉사 생활수당(VLA)은 MLA와 숙박비 수당(Accommodation Allowance, AA)을 포함한 금액이다. 봉사단원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다른 프로그램보다 생활비 지원이 비교적 적은 편이다.

KMCO와 UNV의 생활비는 파견국에 따라 다르며, 비교를 위해 파견국가가 동일한 경우를 선정하게 되었다. KMCO 라오스 파견의 경우 보건분야가 아닌 행정, 공공경영과 관련된 직책이다.
한의사 평균 연봉은 워크넷 한국직업정보시스템 직업정보를 바탕으로 하였다. 직업 당 평균 30명의 재직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로 재직자의 경력, 근무업체의 규모 등에 따라 실제 임금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국제기구 직원의 연봉은 한국의 한의사 평균 연봉과 비교하였을 때 비교적 높은 편이나, 해외에 거주하면서 안전에 대한 돈을 더 지불하게 되기 때문에 모이는 것은 많지 않다고 한다. 다만, 취학연령의 자녀들이 있고 국제학교를 다닌다면 별도의 지원이 있기에 고려해볼 만하다.

이번에는 직업의 안정성 측면에서 살펴보겠다. 국제기구에는 비정규직, 단기계약직이 많으며 다른 직업에 비해 고용 불안정성이 비교적 큰 편이다. 국제기구의 고용 계약에는 세 가지가 있다. Temporary는 일 년 미만의 단기간 계약으로 업무량이 많거나 단기 자문을 받기 위한 것이다. Fixed-term은 보통 1~2년 기간으로, 규정된 기간의 업무를 위해 공채 선발된 경우이다. 이러한 계약은 필요에 따라 연장할 수 있다. 이전에는 5년 이상 지속적인 fixed term으로 근무한 경우 평가에 따라 종신 계약 형태인 continuous appointment로 전환되었다. 다만, 최근에는 이러한 기회가 매우 적다고 한다.

근무하는 곳의 여건 및 환경 또한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국제기구 근무는 탄력근무제로 운영되며 회식이나 야근이 많지 않아 개인 여유시간이 많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제네바에 위치한 본부를 제외하고, 지역사무소나 국가사무소가 대부분 중저소득 국가에 위치하다 보니 한국에서는 당연하게 누리는 공공기반시설이 많이 부족하다. 마닐라의 경우, 도로가 잘 되어있지 않아 교통이 자주 막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또한, 근무하는 분들은 때론 외로워 보였다. 가족과 함께 있는 경우보다 한국에 가족을 남겨두고 혼자 타지에 와 계신 분들이 많았다. 그 외에도, 국제보건 관련 일을 하면 나라 간의 이동이 많아 남성, 여성 모두에게 큰 장벽이 될 수 있다. 또한, 출산과 육아를 위생과 의료시설이 열악한 곳에서 할 수 있다는 점이 힘들 수 있다.

마닐라에서 만난 국제보건 분야 종사자들은 때론 가족, 친구들과 함께하지 못하는 외로움, 타국 생활의 불편함, 맡은 업무의 현실과 한계 등 여러 어려움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을 위한 일을 한다는 보람을 느끼며 한 나라, 한 지역사회에 조그마한 변화를 만들어 나가고 있었다.

인터뷰를 통해, 여러 배경의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조금 더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지금 이 자리에 오게 되었고, 국제기구도 그러한 과정 중 일부라는 점도 알게 되었다.

뜻이 있다면 나아갈 수 있는 길은 다양하다. 해외나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것에 대한 막연한 기대나 환상이 아닌, 정확하게 현실을 파악한 후 국제보건에 대한 열정과 함께 도전해보자.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마음이 이끄는 곳으로 한 발짝 내딛는 것이 아닐까 한다.

※비슷한 고민을 하는 선, 후배, 동기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인터뷰 내용을 정리하여 기고 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기회를 허락해주시고 도움을 주신 안상영 선생님, 김어진 선생님, 김재균 선생님, 조문자 선생님, 필리핀의 모자보건을 위해 애쓰고 계신 또 한 분의 한의사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또한,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 입장에서 서술하여 여러모로 부족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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