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683] 풍요로운 시대에 饑饉을 대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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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683] 풍요로운 시대에 饑饉을 대비함
  • 승인 2015.06.12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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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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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刊救荒撮要」 ①


‘구황서’는 민생에 긴요하다는 점에서 구급, 창진, 태산과 같은 의약서와 함께 조선시대 對民救活 대책의 하나로 朝代를 거듭하여 지속적으로 간행되어 온 단골 書種이다. 조선 초기부터 흉년에 대비한 구호 사업의 일환으로 구황에 대비한 식물[備荒之物]을 연구하였고 세종대에 이에 관한 지식을 정리하여 「救荒辟穀方」이라는 이름으로 책자를 편찬하여 간행하였다.

 

 

 

 

◇「구황촬요」

 

 

하지만 세종대에 간포된 이 「구황벽곡방」이란 책은 실물이 현존하지 않으며, 다만 현재 후대에 다시 간행된 「救荒撮要」의 본문 가운데 일부 내용이 전해지고 있을 뿐이다.

구황서의 대표작이자 기본서로 알려져 있는 「救荒撮要」에 대해서는 오래 전 이 코너를 시작할 무렵에 개략적인 면모를 소개한 바 있다.

하지만 세월이 오래 흘렀을 뿐만 아니라 당시에 미처 모두 다루지 못했던 내용이 적지 않아 새로 입수한 「新刊救荒撮要」를 대상으로 미진했던 이야기를 풀어나가려 한다.(제14회 500년 이어온 世宗의 濟生偉業 - 「救荒撮要」, 1999년10월18일자 참조)

「구황찰요」는 본래 기근을 구제하기 위하여 賑恤廳에서 언해본(한글)으로 간행하여 반포한 책으로 그 내용은 시대에 따라 여러 차례 새로운 내용이 첨가되어 덧붙여져 있는 상태이다.

이 책의 초판본은 총 17면으로 경주에서 목판본으로 발간되었다고 한다. 이후 효종 때에 이르러서는 申洬(1600∼1661)이 몇 가지 내용을 합편하여 「農家集成」을 간행할 때에 부록으로 포함되기도 하였다.

이 「농가집성」에는 전원생활에서 매우 실용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기에 조선 후기 비교적 널리 보급되었는데, 신속의 저작인 「救荒補遺方」과 원작인 「구황촬요」가 합해져 있다. 다른 한편 1639년(인조17)에는 金堉(1580~1658)이 새로 합편한 「救荒辟瘟方」이 나오기도 했는데, 「구황촬요」에다가 「벽온방언해」를 합친 것이다.

이후 1660년(현종1)에 이르러 原刊인 「구황촬요」에 신속이 펴낸 「구황보유방」의 내용을 합쳐 「신간구황촬요」라는 이름으로 각지에서 목판으로 인출되었다. 그 뒤로도 이와 유사한 책들이 농사나 의약에 관한 내용들과 합편되거나 혹은 별개로 간행되어 내려왔다. 나아가 이 책에 담겨진 여러 가지 내용 중 일부는 「攷事撮要」나 「山林經濟」, 「厚生錄」과 같은 실용서에 폭 넓게 인용되기도 하였다.

이 책 안에는 다양한 구황법과 벽곡방이 한데 모아져 있는데, 본문의 각 항목은 원문과 언해가 번갈아 교대로 구성되어 있다. 또 각항마다 흑백음양으로 나뉜 원점을 본문 상단에 표기하고 한문으로 된 원문을 먼저 적은 다음, 한글로 언해한 번역문을 한줄 아래로 내려뜨려 적어놓았다.

때문에 원문과 역문을 대조하여 한눈에 찾아보기가 용이하다. 번역방식에 있어서는 본문의 모든 내용을 그대로 축조대역하지 않고 원문 가운데 실용적이고 요긴한 내용만을 위주로 간추려 번역하는 방식을 취하였다. 따라서 어떤 항목이나 일부 내용에 있어서는 원문과 역문이 일대일로 대응하여 이루어지지 않은 곳도 있다.

그런데 이 책에서 본문의 내용에 앞서 반드시 되새겨야할 의미가 하나 있다. 다름 아닌 바로 조선시대 최고의 성군 통치시기에도 재난과 구휼에 관한 대비에 골몰했다는 점이다. 해마다 풍년이요, 쌀소비가 줄어 굶주릴 걱정이 없는 시대에 웬 구황타령인가 하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풍요를 구가하는 시대에도 여전히 굶주리고 소외된 계층이 존재하며, 재화의 분배에 있어 양극화 현상은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고 한다. 사회적으로 정신적으로 여전히 굶주림과 소외감에 힘들어하고 있는 사람은 없는지 구석구석 자세히 살펴 내 이웃을 기근으로부터 구할 방도를 찾아야만 한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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