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685] 여름철 건강식 칡냉면의 원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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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685] 여름철 건강식 칡냉면의 원류
  • 승인 2015.06.26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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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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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刊救荒撮要」③


약용으로 사용하는 葛根이 좋은 식재료로도 쓰이는데, 칡뿌리를 깨끗하게 씻어 껍질을 벗기고 짓찧어 물에 풀어 뿌리의 섬유질 건더기를 건져낸 다음, 맑은 물속에 가라앉은 침전물이 굳거든 물을 따라내고 그 가루를 쌀과 섞어 버무려 죽을 쑤어 먹으면 좋다고 하였다. 갈근 속에 함유된 전분만을 추출해서 식용으로 응용한 것이다.

 

 

 

 

◇ 「신간구황촬요」

 

 

그런데 이 조문의 아래 세주에 ‘杆城葛粉最好 …… 沙土中者良’이라는 문구가 들어 있어 지금의 강원도 고성군에 위치한 간성 지방의 모래밭에서 자라난 칡이 품질이 좋기로 유명하였음을 알 수 있다. 또 이 갈분에 녹두가루를 섞어 면을 만들어 먹으면 능히 갈증을 풀어줄 수 있다고 적혀 있다.

이 항목에 대해 작은 글자로 “간셩 츩블희 장 됴흐니 녹두  석거 면을 글면 능히 목디 아니니라”라고 적혀 있으니 이것이 오늘날 여름철 더위로 잃은 입맛을 달래 줄 시원한 칡냉면을 즐기게 된 시초가 아니었을까 짐작케 한다.

이 책에서 각 조항마다 출전 근거로 밝힌 여러 가지 다양한 문헌의 명칭이 보이는데, 그 가운데 ‘本草’라고 밝힌 출전이 가장 자주 등장하는 문헌이고 그 다음은 ‘俗方’이다. 다시 말하면, 구황법에 있어서는 본초약물학적인 약초지식과 오랫동안 대대로 전승되어온 경험지식이 가장 중요하게 작용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외에도 「의방유취」(‘類聚’), 「의학입문」(‘入門’), 「壽世保元」(‘壽世’)과 같은 전문의학서가 쓰였는데, 시대가 흘러감에 따라 늘 새로운 지식으로 보완하여 개편되었음을 알 수 있는 실증적인 증거라고 할 수 있다.

본문 가운데 재미난 내용 몇 가지만을 살펴보도록 하자. 不畏寒法에는 엄동설한에 추위를 타지 않고 견딜 수 있는 방법이 수록되어 있는데, 천문동과 백복령을 같은 양으로 등분하여 가루 내어 2돈씩 술에 타먹기를 하루에 2번씩하면 大寒 추위 속에 홑옷[單衣]을 입어도 땀이 나게 된다고 하였다. 일반적인 약물 효용과는 다른 용법이며, 굶주리고 헐벗은 백성에게 아주 절실했을 문제 해결책이었을 것이다.

언해한 번역문이 마련되지 않은 채 한문 원문만 제시된 구절도 들어 있다. 아마도 세부적인 사항이 일반 백성들에게 모두 필요치는 않다고 여겨 구태여 일일이 번역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한편 救荒補遺의 권미에는 한문원문에 한글로 된 구결을 달아 이해하기 쉽게 배려한 곳도 있다. 이와 같이 누대에 걸쳐 다양한 내용을 편집하다보니 많지 않은 본문이라도 각기 풀어서 보여주는 방식이 서로 다른 부분이 존재하는 점도 이 책의 특징 가운데 하나라고 하겠다.

구황의 본질을 설파한 다음과 같은 내용이 권미에 수록되어 있으니 비록 배고프지 않고 먹을 것이 남아돌아도 어려울 때를 대비해야 하는 이유가 잘 설명되어 있다.

“農家이 無遠慮하야 秋收之後에 恃其穀賤하야 姑息放心하야 取飽朝夕하며 釀酒作餠하야 濫用殆盡故로 春夏農務之時에 必苦飢窘하야 未得力業하나니 一甁之酒와 數器之餠이 可活一朔이라. …… 濫費會飮이 亦有罪焉하나니라.”(出金思齋 警民編)

농가에서 훗날을 생각하지 못하고 농작물을 수확한 다음에 곡식이 지천으로 있는 것만을 믿고 당장에는 탈이 없고 편안함만을 따라 마음을 풀어놓아 아침저녁으로 배불리 먹고 술을 빚고 떡을 만들어 함부로 곡식을 모두 다 써버린다.

이렇기 때문에 봄여름, 농사일로 힘들 적에 반드시 굶주림으로 고생함이 군박하게 되어 생업에 힘쓸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니 술 1병과 떡 몇 접시가 보름을 먹고 살 수 있는 것이라고 하였다.

쓸데없이 낭비하고 모여서 술 마시는 것도 역시 罪惡이라고 하였으니 오늘날 풍요를 구가하고 뒷날을 대비하지 않는 풍조가 후세에게 죄업을 저지르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앞선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기념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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