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강습 규제 의료법개정안 돌연 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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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강습 규제 의료법개정안 돌연 철회
  • 승인 2003.09.19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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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앞두고 무면허업자 반발 의식한 듯
朴 의원측, 여론 수렴 거쳐 재추진할 듯


불법의료 행위를 조장하는 의료강습이나 자격증을 남발하는 행위를 막기 위해 의사출신의 박시균의원(한나라당. 경북 영주)이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이 지난 17일 갑자기 철회됐다.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되자 예상했던 대로 반발이 거세게 터져 나오고, 내년 총선을 겨냥해 낙선운동을 벌이겠다는 협박이 이어져 끝내 개정안이 철회되고만 것이다.
이는 총선을 얼마 남겨 놓지 않은 상태에서 관련 단체의 반발을 의식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박시균의원측은 “이 사안은 예민한 사안으로 국회사무처에 법률검토를 의뢰해 놓았고, 공청회 등 여론 수렴단계를 거쳐 법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며 “법 개정에 반대하는 단체들과도 충분한 협의를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의계의 한 중진은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기술이라는 측면과 의학의 발전 측면에서 불법 의료행위를 조장하는 자격증 남발과 의료강습의 규제는 대단히 시급한 사안인데 법안이 철회된 것은 너무나 아쉽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그는 그러나 “의료가 바로 서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사안이니 만큼 다음 회기에라도 다시 발의돼 통과될 수 있도록 범 의료계가 연대해야 한다”는 희망을 나타냈다.

국회법상 개정안의 철회는 심사 과정에서 법안이 폐기되거나 부결된 것이 아니라 발의자가 철회한 것이기 때문에 다음 회기에 얼마든지 발의가 가능하고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될 수도 있다. 다만 법안 폐기에 따른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여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이번 사건을 빌미로 불법의료행위를 조장하는 강습행위와 자격증 남발이 늘어 의료질서를 훼손시킬 우려가 더욱 높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는 지적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이러한 행태가 확대될수록 불법 의료행위의 차단은 더욱 어려워져 법 개정의 필요성을 더욱 증대시킬 것이라는 견해도 제기됐다.

한편, 뜸사랑회는 최근 박시균 의원 외 21명이 발의한 의료법개정안과 관련해 회원들에게 “재야 침구인을 비롯한 대체의학을 하는 모든 사람들의 목줄을 죄는 최악의 의료법개정안”이라면서 “인터넷이나 전화 등을 통해 항의를 조직화해 줄 것”을 촉구한 바 있었다.

또 “이 개정법안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되면 그 동안 우리가 쌓아온 침구사법 부활 노력이 물거품이 될 것은 자명한 일이며 대체의학으로 가는 세계적인 추세에 역행하는 일”이라고 주장, 개정안의 국회통과에 제동을 걸었다.

사실 의료법 개정안대로 확정되었다면 무면허업자들이 우려하던 바와 같이 침, 뜸, 수지침, 안마, 지압, 마사지, 기공, 도인체조 등과 관련한 모든 분야는 민간자격을 신설·운영할 수 없고 교육도 금지될 수 있었다. 아울러 “의료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자가요법 교육”이라고 주장하며 비 의료인이나 단체 등이 실시하는 강습행위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비록 ‘의료행위를 조장하는’ 단서조항이 걸림돌이 되었지만 전문적 학습과정이 필요하고, 자가치료 수준을 넘으며, 불법의료행위를 조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회적 통념과 사회적 상규만으로도 규제의 기준을 확립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한의학에 집중된 불법 의료행위를 조장하는 강습이나 민간자격의 남발을 막는 의료법 개정안은 아쉽게도 이번에 철회되었지만 국내 의료질서의 확립 차원과 한의학을 세계 보편의학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했다는 게 한의계의 중론이다.

한편 박시균 의원은 지난 97년 누구든지 민간자격을 신설·운영할 수 있으며 다만 국민의 생명·건강에 관련된 분야는 개별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제한할 수 있도록 한 자격기본법에 따라 의료행위 관련 국가면허제도를 정비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의료법 개정안은 △의료인이 아닌 자에게 수여할 목적으로 의료행위에 관한 면허·자격을 신설하거나 관리·운영하지 못한다 △누구든지 의료인이 아닌 자로 하여금 의료행위를 하게 할 목적으로 강습 그 밖에 교육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이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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