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검사가 양방만의 의료기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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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검사가 양방만의 의료기술인가?
  • 승인 2014.02.20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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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주리

최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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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주 리
한국한의산업협동조합 이사장
창덕궁한의원 원장
일전에 필자는 대통령과의 오찬에서 한의원을 내원하는 환자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결과를 진료에 참고하기 위해서 한의사들도 혈액검사기기를 사용해야 한다고 건의드린 적이 있다. 이에 대통령께서는 한의산업의 발전과 국민불안감 해소를 위해서 가능한 방법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현재 의료기관에서 행해지는 의료행위는 모두 ‘건강보험 행위 급여 비급여 목록표 및 급여 상대가치점수’에 등재가 되어 있어야 급여 또는 비급여로 환자에게 비용청구가 가능하고 그 외의 의료행위는 비용청구가 불가능할 수 있다.

이 목록표에 혈액검사, 예를 들어 AST, ALT 등의 검사항목은 등재가 되어있지만 양방 및 치과 의료기관에서만 적용이 되며 한방 의료기관은 적용범위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비싼 기계를 구입하고도 비용을 청구할 수 없으니 한의사는 환자를 위해서 무료로 검사를 해주는 수밖에 없어 검사를 적극적으로 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일부 양의사들은 한의사의 혈액검사에 대해 민원제기를 하여 그마저도 훼방을 놓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사법부에서는 간독성 문제 발생 시 혈액검사를 통해 환자에게 해야 하는 설명의무를 다하지 못한 점을 지적하며 법적 책임을 묻고 있다. 또한 국회에서는 국정감사를 통하여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제한에 대한 부당성을 지적한 바 있다. 이렇게 국민은 물론 입법부와 사법부, 거기다가 대통령까지 모두가 한의사의 혈액검사에 대하여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한의사는 손발이 묶여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한의사가 진료와 국민 불안감 해소를 위해서 혈액검사를 통해 환자의 상태를 알고 싶다는 것이다. 기계를 누가 만들었으며 모델명은 무엇이며, 어떻게 설계된 의료기기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한의사가 한방의료행위를 위하여 혈액검사가 필요하다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은 의료기기와 진단시약을 통하여 한방의료에 맞춰서 사용하면 그만인 것이다. 그런데 손끝 말초혈액 채혈은 인정하면서도 정맥이나 동맥의 채혈에는 제한을 두거나, 또는 이것마저 연구 또는 단순검사만 가능하다고 하여 진료에 대한 활용에 임의적인 경계를 설정하는 것은 납득하기가 어렵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간에 ‘한약을 먹으면 간이 상한다’는 말이 마치 진리인 양 통용되고 있다.

사실 간독성을 유발하는 약재는 따로 있다. 이는 한의사들이 처방하는 한약에 들어가는 전체 한약재 중 5%도 되지 않는다. 오히려 절대적으로 간독성을 유발시키는 약도 정확한 진단을 통해 적절하게 사용되면 독성이 강할수록 약효도 강하듯 특효를 낼 수도 있다.

반대로 간독성을 유발시키는 약재에 분류되지 않은 한약재도 진단이 틀리면 간독성을 유발하기도 한다. 이처럼 한약의 독성은 한약재 고유의 독성유발 물질도 중요하지만, 처방의 적절함이 더욱 중요하다. 이 말을 거꾸로 보면 식품으로 통용되는 한약재들도 안 맞으면 더 위험하게 간독성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근거 없는 불신을 해결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 생각해보면 직접 환자들에게 다가가 간수치를 비교해서 보여주면서 그렇지 않다는 것을 설명해줄 수밖에 없다.

이처럼 당연한 의료인으로서 환자의 건강증진을 위한 노력에 대하여 정부는 정책적인 불합리함을 시정해야 마땅하며, 한의사가 아닌 다른 의료인 단체도 역시나 자신의 직능에 대한 이익보다는 국민의 건강을 먼저 생각하는 태도로 이를 응원해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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