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613 「國民小學讀本」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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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613 「國民小學讀本」①
  • 승인 2013.12.12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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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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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호흡을 위한 수면습관과 신선한 공기

대한제국 學部에서 간행한 초등교육 교과서이다. 표지에는 중앙에 제목을 배치하고 그 오른 쪽에는 ‘學部編輯局新刊’, 왼쪽에는 ‘大朝鮮國開國五百四年梧秋’라고 발행시기가 밝혀져 있다. 개국 504년은 1895년 명성황후가 일본의 낭인들에 의해 시해되었던 을미사변이 일어났던 해로 조선은 列强의 틈바구니 사이에서 자립의 길을 찾기 위해 암중모색하던 시점이다. 이듬해 고종은 稱帝建元하고 조선을 영세중립국으로 만들고자 하였지만 일본의 방해공작으로 그마저 여의치 않았으며 나라의 운명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국민소학독본」


이 책은 바로 이런 시대적 상황을 배경으로 조선이 신문물을 받아들여 자력생존을 위해 안간 힘을 쏟아 부었던 실증자료라 할 수 있다. 목차를 통해 전문의 구성을 일괄해 보면, 第1課 大朝鮮國, 제2과 廣智識, 제3과 漢陽으로부터 제40, 41과 成吉思汗까지 총 41편의 내용으로 꾸며져 있다. 내용은 우리나라의 역사와 위인, 윤리도덕과 사회생활, 자연지리와 식생, 과학과 문명의 利器 등 다양한 주제가 들어 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눈에 띠는 점은 세계 여러 나라의 풍속과 자연지리, 외국의 위인과 신세계의 발견에 관한 내용들일 것이다. 예컨대, 條約國, 倫敦(런던), 支那國(중국), 紐約(뉴욕), 흴드(가필드), 亞美利加發見, 亞美利加獨立, 合衆國鑛業 등이 들어 있다.

條約國은 당시 조선과 우호통상조약을 맺고 공사를 파견했던 여러 국가와의 일을 기술하고 있는데, 1876년 일본과 修交通商을 맺은 이후로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오스트리아, 이태리, 그리고 아메리카합중국 등 8개국과 조약을 맺고 대등한 위치에서 교역하게 되었음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 그 이유로는 1636년 병자호란 이후 청의 강압으로 남한산성에서 굴종의 약조를 맺은 이후로 수백 년 동안 치욕을 떨치지 못하고 지내다가 이 때에 이르러 청과 관계를 청산하고 대등한 나라로 지내게 되었음에 자긍심을 피력하고 있다.
다양한 주제 가운데 의약과 관련한 항목으로는 ‘氣息’편이 있다. 제29, 30 두 과에 걸쳐 기술되어 있는데, 氣息(호흡)이란 呼息(날숨)과 吸息(들숨)으로 나뉘는데, 이를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입으로  김을 呼息이라니 然이나 한번  김을 다시 드리면 몸에 害가 젹지 아니하니라.”(필자 띄어쓰기)

신선하고 깨끗한 공기와 호흡의 상관관계에 대하여 매우 예민하게 논설을 펼치고 있는데, 몇 가지 실례를 들어 논증하고 있다. 예컨대, 어린이가 자면서 이불속에 머리 처박고 자면 자기가 뱉은 공기를 다시 마시게 되어 점차 안색이 피로해 지고 장성하면서 병이 들게 된다고 하였다. 또 어느 사찰에서 여러 사람이 모여 철야하면서 창과 문을 모두 꽁꽁 닫고 촛불을 켜고 지냈더니 마침내 일곱 명이 熱病을 앓게 되었고 그중 두 사람이 죽게 되었다고 전한다.

나름대로 실증하는 실험방법도 제시하였는데, 닫힌 櫃 속에 촛불을 켜고 밑바닥에 관을 통해 숨을 내쉬면 얼마 지나지 않아 불이 꺼지게 된다는 것이다. 책에는 그 이유가 사람이 뱉은 숨 속의 탄산가스 때문이라고 말하고 석회수 통에 숨을 불어 넣으면 탄산석회로 결합하여 색깔이 부옇게 변하게 된다고 하였다. 화학지식을 동원해 인체 에너지 대사에 산소공급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편의 끝에 다음과 같은 흥미로운 말이 적혀 있다. “공기 중에 산소와 탄산가스가 있으니 산소는 命門의 火를 태우고 탄산은 그 火를 멸하는 것이니 이 말을 명심할지니라.” 갑자기 등장한 명문의 화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그 답은 이어지는 氣息 2편에 해명하고 있다. 연일 계속되는 스모그에 들숨, 날숨이 모두 어렵기만 하다. 다음 호에서 이에 관한 논의를 좀 더 살펴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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