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계 광고,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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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계 광고,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 승인 2013.11.28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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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왕

김기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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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기 왕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교수
과거와 달리 요즘에는 곳곳에서 의료광고를 만날 수 있다. 버스, 전철, 인터넷 공간 등 다양한 곳에서 의료기관의 자기 자랑이 넘쳐나고 있다. 한의계의 광고도 이곳저곳에 꽤 많이 보인다.

필자는 의료계의 광고가 부정적인 면보다는 긍정적인 측면을 훨씬 많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의료기관의 시술 내용과 수준에 관한 정보가 철저히 통제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나마 환자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 줄 수 있고 중세의 길드나 현대의 노조처럼 자기들끼리만 똘똘 뭉치려 하는 의료인들 사이에 선의의 경쟁을 촉진시킬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료광고가 허용되는 매체의 범위나 의료광고의 내용 범위도 가능한 한 넓혀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치료 성적이나 시술 가격까지 의료광고에 넣으면 좋겠다. 일전에 지하철을 탔다가 쌍꺼풀 15만원, 점 빼기 8만원 등등 시술별로 가격을 주욱 써 놓은 성형외과 광고를 본 적이 있는데, 의료인들은 눈살을 찌푸렸을지 모르겠으나 나는 바로 그러한 광고야말로 의료소비자에게 필요한 것이라 생각한다. 행위별로 가격을 매기는 체계를 택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내 병을 얼마나 안 아프게, 얼마나 빨리, 어느 정도의 가격으로 어디까지 고칠 수 있는가 하는 점은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는 모든 사람의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다행스럽게도(정말 다행스럽게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그러한 정보를 전달하려고 애를 쓰고 있지만 아직 소비자들의 요구에는 턱없이 부족한 정보만이 제공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의료광고는 가뭄 속의 단 비와도 같다.

그런데 이런 광고를 보다 보면 사실관계가 의심스런 광고가 종종 보인다. 난치병에 대한 치료를 확신케 하는 문구나 뻔한 사진 조작이 실려 있는 광고가 그 예이다. 이런 광고들은 보면 볼 때마다 ‘아니 한의사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가 있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잠시 의료소비자의 입장을 떠나 생각해 본다면, 대단히 위험해 보이기도 한다. 언젠가 크게 무너지리라 하는 위기감을 느끼게 된다.

광고는 본질적으로 자신의 장점을 강렬하게 드러낼 수밖에 없는 것이고 어느 정도의 과장은 피할 수 없겠으나 있지도 않은 사실을 홍보하는 것은 일종의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는 것이다.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한방의료기관의 모든 광고는 한의사협회의 의료광고 심의를 거치게 되어 있는 것으로 안다. 협회는 연구기관이 아니므로 각 의료기관의 진료 내용에 대해 임상 연구를 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의심스런 광고에 대해 최소한의 사실관계 입증은 요구할 수 있지 않을까? 즉 광고 내용이 사실임을 입증하는 여러 가지 증거물들이나 이해관계가 배제된 기관 외 복수 한의사의 증언을 요청할 수는 있지 않을까? 물론 지금도 협회는 일부 광고에 대해서 조정자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조정 건은 대개 경쟁 관계에 있는 다른 한의사의 투서에 의해 시작되는 일이 많은 것 같다. 이런 식으로 사안이 있을 때만 ‘강하게’ 심사하는 식으로 일이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 모든 의심스런 광고 내용에 대해 협회 심사팀은 그 내용이 사실임을 입증하는 증거물 내지 증언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한의원 광고와 한방제품 광고가 넘쳐나는 요즘의 웹페이지들을 보고 있노라면 불안하다. 자유로운 광고는 허용하되 허위 사실 유포를 막을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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