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의료관광이 한의산업의 정수를 모아놓은 좋은 상차림이라는 글을 적은 적이 있다. 상위에 놓여져야 하는 것은 한약재를 이용한 식품과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더 나아가 한약제제, 한의진료에 사용되는 의료기기, 그리고 상차림에서 빠지지 않고 반드시 놓여야 하는 것이 한의진료를 담당하는 한의사이다.
필자가 요즘 의료관광을 위한 상차림을 하다 보니 방송과 인터뷰를 접할 기회들이 있었는데, 되도록 그들이 요구하는 대로 해주기는 하지만 거절했던 적이 두 번 있었다.
하나는 유리부항의 사용이고, 다른 하나는 약재를 직접 손으로 섞는 모습을 보여 달라는 것이었다. 좋은 영상을 얻기 위해서라고 하길래, 반문했다. “불을 붙여서 진공을 유도하는 것 보다는 부항건의 작동횟수로 적절하게 음압을 조절하는 것이 더 합리적입니다. 또한 사혈을 할 때는 일회용 부항을 사용합니다. 진단을 통해 환자마다 다른 처방을 내기는 하지만, 약을 섞는 단순노동은 한의사가 하지 않습니다. 약재를 감별하고 좋은 약을 공급하는 것은 제약회사가 담당하고 한의사는 정확한 진단을 통해 처방의 종류와 약재의 용량을 정해주는 일을 합니다. 그리고 혼합과 전탕은 표준전탕방식에 따라 전문 인력이 따로 진행합니다”라고.
전통지식을 산업화 시킨다고 해서 현대인이 보았을 때 흡사 갓 쓰고 말 타고 가는 사람을 보았을 때의 특이함을 이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
방대한 전통가치의 데이터들 중에 재현 가능하고 보편타당한 정보만을 모으는 것이 진정한 산업화이다.
그런 면에서 다른 산업들은 앞을 보고 좀 더 편리한 것, 좀 더 첨단적인 것들을 추구하지만 한의산업은 의료적인 마인드라는 큰 체를 들고 전통가치 중에 옥석을 가리는 것이 먼저가 아닐까 한다.
다른 나라에도 전통의학을 담당하는 이들이 있다. 이를 접하면서 느낀 것은 다른 나라의 전통가치를 폄훼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의학의 관점에서 걸러져야 한다고 생각되는 것들도 있었다. 마치 한의학의 전녀위남법처럼 말이다.
이런 국가에 한의약산업이 수출된다면 자국의 전통의학을 체계화, 현대화시키는 일과 자국민의 건강증진에 충분히 기여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선결되어야 하는 조건이 바로 면허문제의 해결이다.
타국에서 의료행위를 하기 위해서는 그에 합당한 조건이 충족된다면 한시적이나마 의사면허를 받아야 한다.
다행인 것은 얼마 전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해외로 진출하는 병원들을 위해 진출 국가에서 국내 의사 면허가 인정될 수 있도록 정부 간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지난 3월에는 베트남 정부가 한국의사 8명의 현지 진료 면허를 승인해 준 바 있다.
앞으로 2015년에는 아세안 보건의료시장이 통합되어서 아세안 지역에서 5년간 정규의사면허를 인정받아 활동하고 있는 의사에 한해서 아세안 10개국 내에서 자유롭게 진료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발맞추어 한국의 한의사를 원하는 아시아 국가가 있다면 정부가 나서서 이들 국가와 협조하여 현지에서 한의진료를 함에 있어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적극 도와주어야 한다. 이를 통해 자국에서 한의학을 체험하고 이를 더 심화시키기 위해 한국을 찾게 하는 것, 이것이 한의약산업의 해외 진출과 해외환자 유치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리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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