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원총회, 소통 위한 해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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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원총회, 소통 위한 해답인가
  • 승인 2013.08.29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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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욱승

장욱승

goyuo11@hanmail.net


장 욱 승
경기 용정경희한의원 원장
22일 협회장 명의로 9월 8일 사원총회 공고가 정식으로 발표되었다. 지난번 7월 14일 대의원 임시총회에서 첩약건보 시범사업 논의 참여를 결정한 후 김필건 대한한의사협회 회장과 집행부는 곧장 임시총회 자체의 무효를 주장하고 그 결과물인 첩약 건강보험 시범사업 TFT(이하 첩약건보TFT)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 과정을 지켜보면서 한의계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됐냐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올초 41대 집행진이 선출된 이후 시평에서 협회장 직선제 선출은 소통의 결론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작금의 현실을 살펴보면 소통에 대한 문제가 제대로 극복되지 못하고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고 보여진다. 여러 가지로 분화된 한의사협회 내부구성원들을 이끌고 가기 위해서 제도적 개선과 내부정치력 강화가 꼭 필요하다. 작년부터 계속 강조해온 바이지만 불행하게도 현재 상황은 직선제로 선출된 회장과 기존 협회 시스템이 불협화음을 내는 형상임에는 틀림없다.

그런데 ‘사원총회’가 이것을 풀 해답인가?

형식적으로 사원총회는 성립될 수 있다고 한다. 사원총회 자체로도 법적으로 논란이 있지만 더 큰 문제는 위임장 관련된 사안이다. 직접투표를 정관에서 언급하고 있는데 위임장만 가지고 총회 성사나 투표권 행사를 강행하면 두고두고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그러므로 현실적으로는 대의원 총회에서 정관을 고치고 사원총회를 성립시켜야하는데 이번 사원총회 성격상 이게 어렵다보니 절차를 무시하는 면이 있다. 또 다른 논란을 불러올까 두렵다.

절차적 문제가 전혀 없다고 해도 내용이 더 큰 문제다. 사원총회에 상정된 안건을 보면 1, 2, 3안은 현재 첩약건보TFT와 대의원총회를 무력화시키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물론 첩약건보 시범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은 문제가 크다. 그러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이런 방식을 도입하면 폭력적인 수단이 된다. 대화와 타협을 충분히 하지 않고 투표나 선동으로 해결한다면 한의계내에서 건전한 토론문화는 상실하게 된다.

5안인 정관개정 역시 꼭 필요한 부분이긴 하다. 그러나 이 내용도 모든 회원들이 숙지한 것도 아니고 알려진 내용을 보면 완성된 것도 아니다. 세부내용은 대의원 총회를 거쳐서 정관개정이 이루어져야 된다고 밝히고 있다. 결국 대의원 총회에서 대의원을 설득하고 제대로 된 안을 만들어야 될 사안인 것이다. 사원총회 자체를 위한 명분용일지는 몰라도 실제로 어떻게 이루어질지는 미지수다. 온라인 투표나 회원전체투표를 한다고 해도 안건은 누가 상정할 것이며 대의원 총회에서 결정해야 할 것과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 우려스러운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첩약건보 시범사업 참여를 막기 위해서 협회가 빠른 길, 지름길을 택한 모양새이나 아무리 봐도 정작 협회 운영이나 한의계에게 장기적으로 이익이 될 만한 사안이 아니다. 화합의 장이라고 아무리 떠들어봐야 ‘사원총회’의 내용은 폭력적인 수단이 될 가능성이 높고 내실로 따지면 전임 집행진 때의 ‘한의사대회’같이 알맹이 없는 쇼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협회에서 진행한 온라인투표에서 한조시약사 및 한약사가 포함된 첩약건강보험 시범사업은 반대하는 한의사 여론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여론을 충분히 이해했다면 첩약건보TFT측에서도 더 이상 무리한 진행은 삼가야한다. 반면 협회 역시 물리적 실력행사만이 해법은 아닐 것이다. 소통을 강조했던 초심으로 돌아가서 절차를 제대로 거치는 모습을 보여야만 한의계의 큰 혼란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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