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 막걸리 시장의 어려움에서 배워야 할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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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 막걸리 시장의 어려움에서 배워야 할 점
  • 승인 2013.06.13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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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욱승

장욱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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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욱 승
경기 용정경희한의원 원장

이 지면을 통해서 2009년 막걸리 열풍에 대해 소개를 한 적이 있다. 그 당시 잘 나가던 막걸리가 최근 위기를 맞고 있다. 막걸리 시장은 2012년부터 해외 수출액이 감소하기 시작해서 올해는 작년보다 절반도 안 되게 위축되고 있다고 하니 큰 위기라 할 수 있다. 최근 내수시장도 감소해서 여러모로 어려움을 겪는 막걸리 시장을 보면서 이번에도 우리가 주목해야될 점이 몇 가지 있어 써보고자 한다.

 

사실 막걸리 열풍을 소개할 때도 약간 아쉬웠던 것이 대부분 수출이 일본에 의지한다는 점이었다. 지금 막걸리 산업의 위기도 결국 일본 수출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엔저나 한일관계 악화라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결국 일본 내 주류문화 트렌드가 달라지고 있다는 게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저알코올 칵테일이나 무알코올 음료가 핫트렌드로 떠오르면서 막걸리 열기가 식어버린 것이다. 결국 저변 확대에 실패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몇 년 사이 대기업이 뛰어들고 새로운 용기를 사용하고 여러 가지 제품이 선보였지만 결국은 성공적인 결과를 보여주진 못했다.

술과 관련해서 다른 외신 기사를 보면 재밌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프랑스 내 와인 소비량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80년대까지 성인 절반 이상이 규칙적으로 와인을 마셨던 것에 비하면 최근 그 비율이 17%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프랑스 신세대 대부분이 와인을 마시지 않는 경우가 많고 전체 소비량도 예전의 1/4수준이라고 한다. 비단 프랑스뿐 아니라 유럽 전체적으로도 이런 추세라고 한다. 와인이 고급화전략으로 사치품 성격이 강해진 것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식습관의 변화라고 한다. 젊은 세대가 과거의 프랑스식 식사보다는 간단한 식사를 선호하기 때문에 와인을 같이 할 기회 자체가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와인 대신 탄산수나 주스의 소비량은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와인은 해외시장 개척에 성공적이라고 봐야하기 때문에 몇 년간의 특수를 누린 막걸리와 비교불가이다. 그러나 지속적인 시장 개척을 위해서는 연관된 문화와 트렌드를 선도해야 된다는 점에서는 두가지 사례 모두 한의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방 의료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혀왔던 것이 전통이다. 동아시아 고유의 유산이자 한국 한의학만의 특성을 살린 전통이야말로 여태까지 양방과 다른 가장 큰 장점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세대가 변하고 생활환경이나 트렌드가 변화하면서 이 장점 역시 영원할 수는 없다. 실제로 최근 한약에 대한 인식 악화는 기존의 전통적 장점만을 강조한 나머지 시대 조류와 동떨어진 이미지를 구축해왔던 측면이 크다.

의료도 결국 서비스상품이라는 측면에서 한방 의료가 추구하고 선도해야 할 트렌드는 결국 질병이다. 개인 증상의 특성을 변증해서 치료하는 것도 역시 한방의 가장 큰 장점이다. 그러나 이 때문에 질병명에 대해서 소홀히 하거나 명확한 인식이 없다면 환자를 잘 치료하고도 뭘 고쳤는지 모르는 웃지 못 할 일이 생기게 된다. 건강검진이 일상화된 요즘 트렌드에 질병명에 대한 선점 없이는 한방의료 영역의 지속적 개척은 존재하기 힘들다. KCD(Korean Standard Classifi cation of Diseases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를 도입하면서 질병명에 대한 필요성은 더욱 더 커졌다.

앞으로 각종 학회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협회에서 정책을 입안할 때도 우리가 선도할 수 있는 질병을 계속 발굴해내야 한다. 그래야 한방의료가 근골격계 위주로 국한되는 왜곡을 막을 수 있고 내과 및 기타 여러 가지 분야에 대한 치료로 국민 건강에 더 이바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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