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비평 -「마이클 폴란의 행복한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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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비평 -「마이클 폴란의 행복한 밥상」
  • 승인 2013.04.04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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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

안세영

mjmedi@http://


여러분들은 지금 ‘음식’을 먹고 있나요?

마이클 폴란 著
조윤정 譯
다른세상 刊
아침저녁 출퇴근길에 마주치는 병원 정문 옆의 목련나무에 요 며칠 사이 꽃봉오리가 탐스럽게 올라왔습니다. 봄이 온 것이지요. 직업병처럼 ‘신이미신비유체 향취불문통규제(辛夷味辛鼻流涕 香臭不聞通竅劑)’라는 약성가(藥性歌)를 암송해야 마땅할진대, 저는 부끄럽게도 상춘(嘗春)의 참 묘미는 ‘도다리 쑥국’이 아닐까 라며 먹을거리가 먼저 떠올랐습니다. 얼마 전만 해도 늘어나는 뱃살 운운하며 ‘1日 1食’을 소개했던 사람이, 참 염치없지요? ^^ ‘

마이클 폴란의 행복한 밥상’은 상큼한 봄 내음을 음미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구독했습니다. 지은이가 미국의 저명한 환경운동가이기에 대강의 내용은 지레짐작되었지만, 그래도 재삼 확인하고 싶었거든요. 예상은 크게 빗나가지 않았습니다. 상당부분이 식품과학이라는 미명하에 거대 산업화된 현대의 식문화에 대한 비판이었으니까요.

해서, 마이클 폴란(Michael Pollan)의 책이라면 어떤 걸 읽으셔도 무방하시리라 여겨집니다. 그의 대표작은 역시 ‘잡식동물의 딜레마’이지만, 사과·튤립·대마초·감자를 통해 식물과 인간의 기나긴 공(共)진화 역사를 추적한 ‘욕망하는 식물’이나, 버려진 낙농장을 사서 7년 동안 직접 땅을 일군 경험을 바탕으로 쓴 ‘세컨 네이처’도 괜찮으실 겁니다. 아, 시대 조류에 발맞추어 ‘푸드 룰 : 세상 모든 음식의 법칙’이라는 eBook을 구입하셔도 좋겠네요.

책은 3장으로 구성됩니다. 1장 ‘영양주의의 시대’에서는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박혀있는 환원주의적 사고방식 - 음식을 이해하는 열쇠는 영양소 - 에 대한 날카로운 공격입니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호주의 조르지 스크리니스(Gyorgy Scrinis)가 창안한 이후 널리 사용되어온 ‘영양주의’라는 용어는 이데올로기(널리 공유되지만 조사되지는 않는 가정에 따라 수많은 삶과 경험을 조직하는 방법)일 뿐이며, 인간은 영양소를 먹는 게 아니라 음식을 먹는다는 것이지요. 2장 ‘서구식 식사와 문명의 질병’에서는 여러 가지 예를 들며 서구식 식사의 문제점을 적시하는데, 저는 이빨이 썩 좋지 않은 까닭에 웨스턴 프라이스(Weston A. Price)의 발견 - 다양한 전통적 음식을 먹는 고립된 집단들에게는 치과의사가 전혀(혹은 거의) 필요 없다 - 이 제일 흥미로웠습니다. 마지막 3장 ‘영양주의의 극복’에서는 아주 간단한 해결책 - 서구식 식사를 피하라·음식을 먹어라·주로 채식을 하라·과식하지 마라 - 을 제시하는데, 저는 “음식을 먹어라” 부분에서 빵 터졌습니다. 저자는 증조할머니 때의 전통음식만을 음식이라고 정의했거든요(속도와 효율성만을 앞세운 요즘의 패스트푸드와 인스턴트식품은 정크 푸드(junk food), 곧 쓰레기란 말이겠지요?^^).

저자가 언급한 대로 토양-식물-동물-인간의 건강은 모두 연결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들의 먹을거리가 먹는 걸 그대로 먹는 것이지요. 세상만물 모두 상호의존적인 관계론적 실체라는 관점! 이거야말로 생태학적 프레임·한의학적 프레임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그나저나 자연산 도다리와 유기농 쑥만을 사용해서 만든 진짜 음식 파는 곳 혹시 아세요? (값 1만2천원)

안세영 /경희대 한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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