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드라마 ‘허준’ 다시 방송 한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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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드라마 ‘허준’ 다시 방송 한다는데…
  • 승인 2013.03.07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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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갑

최병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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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갑
금강산 한의원 원장
3월부터 MBC에서 드라마 ‘허준’이 방송된다고 한다. 그동안 한의학 관련 많은 방송이 있었지만 2002년의 ‘허준’만큼 많은 호응이 있었던 드라마도 드물다. 그때를 아는 많은 한의사들은 ‘허준’ 드라마가 한의학 홍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사람들의 발걸음을 한의원으로 몰리게 한 것을 기억할 것이다. 물론 60%라는 경이적인 시청률도 한 몫을 했다. 이제 다시 ‘허준’이 방송된다는 것에 한의사로서 많은 기대감을 갖게 한다.

 

드라마는 매우 중요한 홍보수단이 될 수 있다. 진단, 검사, 치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자연스럽게 연결 지으며 국민들에게 홍보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드라마 속에서 어떤 사람이 질병에 걸렸을 때 다른 사람이 “너 왜 진작 건강검진을 받지 않았니?” 또는 “왜 암검진을 받지 않았니?” 하면 드라마를 본 많은 사람들이 ‘아! 나도 건강검진을 받아봐야지’ ‘나도 암 검진 받아봐야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새로운 치료법이 개발됐을 때도 마찬가지이다. 드라마 속에서 절망적인 주인공에게 새로운 치료법을 적용하고 치료하는 것을 보여주면 사람들은 그것을 금방 인식하게 된다. 양의사들은 드라마를 양의학 홍보수단으로 매우 잘 이용하고 있다.

양의학 관련 드라마는 매년 꾸준히 몇 편씩 방송되고 있다. 또 그 드라마의 협찬에는 의사협회가 항상 들어가 있다. 아니면 개별학회가 들어가 있을 때도 있다. 이런 협찬은 단순히 장소제공이나 내용자문에 그치지 않는다. 많은 협찬금이 제공되고 있는 것이다. 내용에 따라 다르겠지만 많게는 한 드라마에 2억~3억원 정도의 협찬금을 제공한다고 한다. 그 정도의 금액을 주었을 때는 대본을 쓰는 단계에서부터 본인들이 원하는 내용을 추가할 수 있다. 양의학적인 질병, 진단, 치료법이나 아니면 단순한 검진 같은 내용들이 자연스럽게 대사 속에 삽입되는 것이다. 이는 고스란히 양의학 홍보와 양의사들의 지위, 소득향상에 도움이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MBC 드라마 ‘허준’에 갖는 기대가 크다. 한의학을 제대로 홍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고 꼭 그렇게 돼야 한다. 이는 단순히 신문광고를 몇 번 하거나 뉴스에 나오는 것보다 훨씬 지속적으로 큰 효과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한의사협회에서도 단순한 한의학 자문에만 머물러서는 안 될 것이다. 양의사협회처럼 협찬금을 제공하고 대본 단계에서부터 넣을 수 있는 내용을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의 드라마제작 시스템에서 드라마 제작사는 항상 적자에 머물 수밖에 없다. 방송사에서 제공되는 드라마 1회분 제작비는 거의가 1억원 미만이고 아주 특별한 드라마가 1억5000만원인데 실제 제작비는 그 이상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스타 주인공 1명의 몸값이 몇 천 만원에서 많게는 억대가 되는 상황이니 방송사에서 제공되는 제작비는 전체 출연자들의 몸값도 안 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제작사에서 나머지 제작비를 마련하는데 가장 유용한 것이 PPL 즉 간접광고이다. 현재의 드라마는 간접광고를 하지 않으면 제작되기 힘든 상황이다. 의사협회는 이런 상황을 잘 이용하는 있는 단체이다. 물론 돈이 많기도 하다.

한의학은 드라마 제작의 소재가 적다. 현재까지 본격적인 한의학 드라마 소재로는 허준, 이제마 등이 있었다. ‘마의’ 같은 경우도 좋은 경우지만 그 치료법이 외과적 수술을 많이 보여주는데 이런 외과수술은 현재 양의학이 훨씬 앞서므로 한의학 홍보로는 적합하지 않은 분야이다. ‘마의’보다 ‘허준’이 훨씬 기대감을 주는 이유이다.

그럼 ‘허준’ 드라마 방송에 앞서 한의사협회에서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당연히 충분한 제작비를 지원하고 그에 따른 것을 요구해야 한다. 내용 자문을 통해 되도록 적극적으로 한의학을 홍보할 수 있게 유도해야 한다. 예를 들면,

1. 양의사들은 환자들에게 한약을 먹으면 간이 나빠진다고 한다 - 드라마 속에서 허준은 간이 나쁜 환자, 황달에 걸린 환자를 한약으로 치료한다. 그러면서 “한약은 간을 나쁘게도 할 수 있지만 간이 나쁜 환자를 치료할 수도 있다. 한약을 먹으려면 한의사와 상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2. 감기 독감이 걸린 환자를 한약으로 가볍게 치료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 감기 관련 보험공단비가 연간 전체 보험약 의료비의 20%인 2조원을 육박한다. 10%만 한방으로 유도해도 연 2000억원이다. 한약으로 감기, 독감을 치료한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

이 외에도 한의사가 원하는 많은 내용을 삽입할 수 있다. 이런 내용은 공론화를 통해 급한 것부터 추려낼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을 협회 차원에서 잘 인식하고 대처를 해야 하는데 지금 한의계가 협회와 비대위로 나뉘어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드라마 제작사에서 공식기관인 협회에 연락을 해도 연락이 되질 않는 상황이라니 무슨 말을 하겠는가. 협회장 선거를 감안해도 그렇다. 새 집행부만을 기다리며 시간만 허비할 것이 아니라 현 집행부에서 조금이라도 일처리를 해 놓아야 차기 집행부에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다. 협회나 비대위에서 이 글을 읽는 임원들이 있다면 회의에서 공론화 시켜 주기를 바라며 좀 더 적극적으로 대처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드라마는 3월 18일부터 방송될 예정이다. 시간이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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