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567) -「西藥活套」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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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567) -「西藥活套」 ②
  • 승인 2013.01.01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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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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水標橋에서 꾸며진 新舊病名對照表

 

이 책이 「(東醫)방약합편」을 본떠 만들었다는 사실은 지난 호에 범례를 근거로 말한 바 있다. 하지만 한의방서의 용례에 따라 이 책을 꾸몄다는 결정적인 증거는 다음과 같은 면에서 찾아볼 수 있다. “각 약방에 健胃散, 健胃水, 規鐵丸 등의 명칭을 付함은 東醫方藥書의 例(平胃散, 大補湯, 六味丸 등)에 의함이니 혹 처방상 便宜한 점이 有할까 함”(이하 원문은 필자 윤문)이라고 하여 당시 약방 명칭에 있어서도 기존의 한약처방명과 유사하게 이름을 붙이는 것이 전문인들 간에도 훨씬 익숙하게 여겨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내복약의 사용량에 있어서는 “主藥의 용량은 병의 輕重을 從하야 隨時加減을 要함”이라고 말하여 절대량 혹은 최적량을 제시하기 보다는 환자의 병세가 심하고 가벼운 정도에 따라 증감할 수 있도록 적시하여 한약 방제에서 君藥의 분량을 증세에 따라 隨意로 가감하는 방법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주사제의 경우, 특별히 사용량이 규정되어 있는데, 1용(筩)이란 1입방센치메틀이라고 정의해 요즘 사용하는 단위로 1앰플의 주사량을 규정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대개 복용량은 대인(20∼60세) 기준 1일 3회 복약하는 것을 기준으로 정하였고, 소아와 노인은 각기 그 연령에 따라 가감하여 정하되 권미에 소아용량표를 부록으로 따로 제시하였다.

본문의 약성편에는 健胃藥 附消化藥 45종, 瀉下藥(下劑) 36종, 止瀉藥 16종, 强心藥 附血管擴大藥 18종, 止血藥 17종, 鎭咳藥 附呼吸鎭靜藥 15종으로부터 滋養劑 28종, 淸凉劑 6종, 治療液 17종에 이르기까지 총 40항목을 두어 갖가지 약제가 차례대로 나열되어 있다.

그중 맨 앞에 실린 健胃藥 附消化藥을 들춰보니, “대저 소화기의 생리적 기능을 항진케 하는 성질이 有한 약물을 건위약이라 칭하나니 苦味性과 芳香性과 苛味性의 三種이 유함”이라고 설명해 놓았고, 이어 “겐티아나根末, 겐티아나丁幾, 龍膽丁幾, 콜롬보根, 苦味丁幾, …… 투립신, 파파인, 팡크레아틴, 팡크레온, 디아스타제 등 개별 약제가 수재되어 있다.

그런데 이 안에도 黃連, 浦公英, 牛膽, 桂皮, 菖蒲, 肉荳 , 丁香, 莪朮, 生薑, 茴香, 胡椒 등속과 같은 한약재가 다수 포함되어 있어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한다. 각각의 약물 아래에는 성상과 약미, 용해 여부, 내복과 외용 여부, 용량 등이 간단하게 기재되어 있다. 예컨대, 規那皮의 경우, “味甚苦, 健胃强壯 [內服 1회] 5.0 煎劑用”이라고 쓰여 있다.

본문은 상하 2단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윗 단의 약성편에는 앞서 설명한 건위약으로부터 치료액까지 40항 약 700종에 가까운 약제가 나열되어 있다. 아래 단은 약방편으로 내복산약 50방, 내복수약 45방, 내복환약 12방, 含漱藥 8방, 흡입약 5방, 法藥 5방, 도포약 8방, 산포약 5방, 점안약 2방, 주사약 5방, 고약(泥膏, 軟膏, 硬膏) 10방, 좌약 附膣球 5방이 수록되어 있다.

약방편 제1방은 건위산으로 重炭酸나투리움 3.0 겐티아나根末 0.5 디아스타제 1.0으로 이루어져 있다. 물론 한글로 적힌 부분의 우측에는 약명을 가타카나로 적어 병기하였기에 당시 식민지 의약계의 실정을 짐작해 보게 한다. 용량은 아라비아숫자가 아닌 한자로 기재되어 있으며 단위인 그람은 별도 표기하지 않고 맨 아래 양수만 기록하여 처방전 양식을 취하고 있다.

제2방은 아예 이름도 평위산인데, 처방 내용을 들여다보니 전혀 다른 약방이다. 單寧酸오렉신 0.5 重曹 3.0 次醋酸蒼鉛 1.0 右混和分作三包한다 하였고, [용법]엔 一日三回食後服한다고 하였다. 또 [主治]에는 食慾不振, 嘔吐, 船暈라 적혀 있다. 아마도 위장관 기능에 나타나는 효과가 한의약에서 쓰이는 平胃散과 유사하다는 생각에서 붙여진 이름이겠지만 그 효과가 확실하고 시원하게 발휘되기를 기대하는 바람이 담겨져 있는 것 같다. 또 부록에는 日本藥局方에 의거한 毒藥表와 劇藥表, 大人極量表가 제시되어 있으며, 소아용량표, 慣用藥名對照表, 新舊病名對照表 등이 첨부되어 있어 일제강점기 의료계 실정을 파악하는데 참고할 바가 많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기념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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