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564) - 「望爲知神觀形察色」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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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564) - 「望爲知神觀形察色」①
  • 승인 2012.12.06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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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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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바라보는 따뜻한 視線

 

고래로 한의학에선 望聞問切 4가지 진단법 가운데서도 望診을 으뜸으로 여겼다. 망진을 의미하는 觀形察色법은 환자의 形色을 살피는 것으로 이는 곧 혈과 기의 상태를 形象과 色澤을 통해서 추찰해 나가는 진찰 과정이다. 이 책은 망진을 기본으로 갖가지 진단법을 모아 편집한 자작본 의서로 독자적인 저술로 간주하긴 어렵지만, 기성 의서의 주요 부분을 임의로 발췌하여 자신의 의도에 맞게 재배열하여 개편한 것이다.

정식으로 출판된 것이 아니기에 전체 분량과 차서도 알 수 없다. 다만 현존하는 것은 권1과 권3 뿐으로 개장한 표지에는 소장자가 자필로 卷次와 함께 ‘望爲知神, 觀形察色’이라고 쓴 큼지막한 제목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첫 장을 들추니 뜻밖에 제목과 달리 ‘傷寒論說略’이라는 몇 장 되지 않는 개설편이 실려 있다. 張仲景 「상한론」의 유래와 상한 六經病의 요체를 개략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내용인데, 아마도 근대 중국에서 펴낸 「傷寒論新釋」이라는 책의 일부를 절취해 붙여 놓은 것으로 보인다.

이어 「醫學入門」·傷寒序와 溫暑纂要가 몇 장 붙어 있는데, 이러한 내용들이 도대체 왜 망진을 말하기에 앞서 나와야 되는지 잘 이해되지 않는다. 다음으론 「增補壽世保元」에서 小兒形色論을 두어 장 오려놓고 이어 본격적으로 「傷寒舌鑑」이 수재되어 있다. 廷賢이 지은 「壽世保元」에 대해서는 새삼 다시 설명할 필요가 없거니와 「상한설감」은 다소 이해가 필요하다.

이 내용은 1668년 청나라 張登이 「觀舌心法」이라는 책을 보고 나서 깨우친 바가 있어 부친의 의안과 자신이 겪은 경험을 참작하여 상한병에 등장하는 갖가지 舌苔의 변화를 중심으로 변증을 시도하고 120폭의 그림으로 그려 표현한 것이다. 張登은 「張氏醫通」을 저술한 명의 張璐의 큰 아들로 동생인 張倬과 함께 부친의 家學을 물려받아 의술로 이름이 알려졌으며, 「淸史稿」·張璐傳과 「四庫全書總目提要」 등에 그에 관한 사적이 전해지고 있다.

그는 일찍이 부친이 지은 「傷寒纘論」과 「傷寒緖論」을 교정하면서 “사기가 안으로 들어오면 병자의 寒熱虛實의 기미가 반드시 혀에 나타나게 되며, 속으로 숨어서 잘 드러나지 않는 맥법과는 다르다”고 하였다. 「상한설감」은 근세에 이르러 우리나라와 중국에 널리 보급되어 읽혀졌다.

그 다음으로는 또 다른 책의 일부가 합철돼 있는데, 애써 지워버린 서명을 한사코 들춰보니 「小兒按摩術」이라는 책의 진단부분이 실려 있다. 이 책 가운데 神氣로부터 審形色, 診面에 해당하는 부분을 ‘面之察色’이라고 이름 붙여 편철해 놓았다. 이어 察眼, 察耳, 察脣口, 察齒, 察鼻準, 驗舌苔, 診指紋, 察手足, 聽聲, 按胸腹, 洵溲便 등의 순서로 각 부위별 진찰법이 수록되어 있는데, 그림과 함께 상세한 설명이 붙어있다.

한편 책의 상단 여백에는 각 편목을 붉은 색깔의 큰 글씨로 적어 놓아 검색이 용이하도록 보강해 놓았다. 또 권미에는 편자가 스스로 人中부위와 齒牙 그림을 손수 그려가면서 본문에서 빠트린 것이나 미진한 내용을 보충해 놓은 것을 볼 수 있다. 이상 여러 가지 특색을 감안할 때, 비록 이 책이 독자적인 기술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충분히 편집자의 의도대로 각색된 것임을 보여준다.

이제 여기에 이르러서야 필자는 이 책을 엮은이의 의도를 다소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는 단순히 망진을 익히기 위한 진단서를 엮은 것이 아니라 말로써 자신의 아픔을 표현하지 못하는 소아의 질환을 낫게 해줄 방도를 찾았던 것이다.

그것도 평소 흔히 볼 수 있는 상습성 질환보다는 상한이나 온서로 열병이 찾아왔을 때, 끙끙 앓기만 해야 하는 어린아이들의 딱한 실정을 관형찰색을 통해 가려내고자 한 것이었다. 이 시기 다양한 종류의 소아 급성열병을 증상만으로 구분해 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을 터이다. 다음 호에서 나머지 잔권의 내용을 좀 더 살펴보기로 한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기념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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