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첩약건보사태가 보여준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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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첩약건보사태가 보여준 교훈
  • 승인 2012.11.29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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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욱승

장욱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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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1일 대한한의사협회 임시대의원총회 의결에 의해 최근 추진되었던 첩약건보 방식은 폐기되었다. 한의협회장 탄핵논란까지 불러온 이번 첩약건보는 시작부터 임시대의원총회까지 불과 2주정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사실 좀 더 심도 있는 논의를 위해 11월 19일 ‘한의약보험,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긴급연합토론회를 제안 받았다. 그러나 그 사이 대의원총회가 이루어졌고, 이미 폐기하기로 결정이 난 상태라 맥 빠진 주제가 돼버렸다.

하지만 주최 측에서 계속 진행은 했고 개인적인 관심으로 필자도 참석했다. 그 자리에서 느낀 몇 가지 점을 독자들과 공유해 보려 한다.
첫째 첩약건보에 대한 한의계 내부 인식이다. 한방건강보험 관련 연구자들이 꽤나 많이 참석했는데, 모두들 과거 설문조사시 한의사 대부분이 첩약건보를 찬성했다는 점을 들었다.
이번 결과 역시 첩약건보에 대한 반대논리보다는 현 한의협 집행부의 불신이 더 컸다는 점을 강조한 분들도 있었다. 한의사의 80% 이상이 찬성한다는 첩약건보가 한조시약사의 임의조제 말이 나오자마자 반대의견에 부딪혀 폐기되었다. 그리고 단순히 한의협 집행부의 불신 외에도 세세한 내용에 대해서 우려하는 목소리도 상당히 많았다. 조사와 현실은 왜 이렇게 차이가 났을까?

당위성만 가지고 정책이 추진될 수는 없다. 실제 정책의 구조를 짤 때 수가나 예상되는 수요계산이 어느 정도 명확해야만 내부 구성원과 정부 및 시민단체도 설득할 수 있는 것이다. 예측 모형이 부재한 상황에서는 지금처럼 혼란이 가중될 뿐이다. 준비가 부족하고 내부 합의도 가능하지 않은 방안으로는 앞으로 어떤 정책도 쉽게 결정되지 않을 것이다. 건강보험과 같이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는 더욱 더 철저한 연구와 대비가 필요하다.

두 번째는 우선순위에 대한 문제다. 이미 한의계는 천연물신약 투쟁을 진행 중이다. 앞으로 한의계의 미래에 한약제제가 중요하며 천연물신약 문제를 매듭지어야만 더 이상의 혼란을 막을 수 있다는 게 여태까지 한의계의 중론이다.
이번 첩약건보 사태에서 상당히 아쉬운 점은 천연물신약으로 시끄러운 상황에서 다시 첩약건보 안건이 나온 점이다. 물론 건강보험정책심의회(이하 건정심)의 결정이 여러 가지 이유로 나왔겠지만, 한의계로서는 가장 안 좋은 시점이었다. 정부도 현재 한의계의 가장 큰 이슈인 천연물신약을 해결해야 함을 명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천연물신약이라는 미명아래 한약제제가 양방의사에게 쓰이게 된다면 한의사의 존립 자체가 위태롭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한약제제는 앞으로 다양하게 발전할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현재 20년째 박제화 된 한약제제를 다시 살리고 제품을 다양하게 발전시켜 한방의료의 질을 다시 한 번 업그레이드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한다.

올해는 다양한 일들이 너무 많아서 정신을 차리기가 힘들다. 다만 첩약건보 사태를 지켜보며 한의계의 준비가 훨씬 더 필요하다고 느꼈다. 앞으로 제기될 의약분업 문제도 그렇고 일부에서 제기된 의료일원화 문제도 그렇다. 개개인이 느끼는 막연한 모습만 가지고 실제 방안은 나올 수 없다. 좀 더 구체적이고 세세한 부분까지 준비하고 논의하지 않으면 시작부터 오해나 쓸데없는 논란만 야기할 것이다.

난리통에 그래도 한의사협회장 직선제는 통과되었다. 직선제가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직선제를 통해서 한의계의 여러 가지 문제들에 대한 논의가 좀 더 활발해지길 바란다. 그런 과정을 통해야만 회원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고, 전문적인 방안도 더 생산될 것이다. 내년 한의사 협회장 선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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