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글씨 쓰는 한의사 반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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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글씨 쓰는 한의사 반혜란
  • 승인 2012.11.08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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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슬기 기자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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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들과 문화적 교감하는 갤러리가 있는 한의원”

한의원 곳곳에 직접 그린 서양화가들의 모작과 손수 쓴 다수의 서예 작품들을 전시해 놓아 치료를 받으러 내원한 환자들의 몸뿐만 아니라 마음과 정신까지도 풍요롭게 만드는 한의사가 있어 만나보았다. 그 주인공은 붓글씨 쓰는 반혜란 원장(43·박달나무한의원)이다.

원내 전시된 작품 ‘요한 3서 2절’ 앞에 선 반혜란 한의사.
놓았던 붓을 다시 고쳐 잡고… 
반 원장이 서예를 처음 접한 시기는 초등학교 5학년. 유년시절 교내외에서 다양한 상을 받는 등 그림에 뛰어난 소질을 보여 정식으로 그림을 배우고 싶었지만, 부모님의 권유로 서예학원을 다녔다. 이후 5년간 글씨를 썼고, 1988년 서울대 간호학과에 입학했다.
“서울대 간호학과 시절 ‘동의학연구회’라는 동아리에서 「황제내경」 등의 한의학 고전공부를 하면서 한의학을 공부하기로 결심했고, 동신대 한의대 시절 한문을 접하면서 다시 글씨를 쓰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그렇듯 반 원장도 학업, 병원 수련의 생활, 개원 등으로 바쁘게 살다보니 자신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고, 삶에 있어 나를 위한 무언가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한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랐을 무렵 5년간 했던 서예를 다시 시작했고, 붓을 다시 잡은 지는 3년이 되었다.
“환자를 치료하면서 스스로가 행복해야 환자들도 잘 치료하고 행복할 수 있게끔 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환자를 볼 수 있는 더 큰 에너지를 얻기 위해 자기계발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림이나 서예는 마음을 잘 정화시키고 정돈시켜줍니다.”

그가 쓰는 한자 서체는 ‘전서체’로 한의원 진료가 끝난 이후 밤 9시에서 11시까지 일주일에 2~3번 금헌서예교실을 찾아 글씨를 쓴다. 또 진료실 한켠에 서예도구를 구비해 놓고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고 있다. 겹겹이 모아져 있는 화선지 뭉치에서 그의 열정을 엿볼 수 있었다.

지난 10월 17일부터 23일까지는 인사동 한국미술관에서 열린 ‘금헌묵연전’에 작품 ‘老賢(노현)’과 ‘物有本末(물유본말)’을 출품하기도 했다. 논어에 나오는 ‘物有本末’은 ‘만물에는 본과 말이 있고 모든 일에는 앞과 뒤가 있으니 앞과 뒤를 알게 되면 도에 가깝게 된다’는 뜻으로 환자를 진료하면서 늘 마음에 새긴다고 한다. 

서예는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도구 
“그림은 그리다 틀리면 다시 덧칠하면 되지만, 서예는 다시 덧칠할 수 없습니다. 마음이 조금만 흐트러져도 내가 원하던 획이 써지지 않습니다. 그림과 달리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합니다.”
반 원장에게 서예는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도구이기도 하다. 그녀는 글씨를 쓰면 마음이 평온하고 겸허해지며 스스로 다스리는 능력이 키워진다고 말했다.
“또 수많은 환자를 진료할 때 정신집중을 많이 필요로 하는데, 침치료 등의 측면에서도 마음 정돈이 잘 되어 있으면 환자 치료가 더 잘 됩니다.”

한의학과 서예는 매치가 굉장히 잘 되는데 한문이나 고전뿐만 아니라, 환자를 치료할 때에도 서예가 많은 도움이 된다고 했다. 
“1년에 2차례 손수 쓴 글씨를 담은 연하장과 합죽선을 환자들에게 선물합니다. 선물받은 환자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환자가 아닌 특별한 인간관계로 맺어진 느낌을 받습니다.”

특히 지난 여름에는 부채에 호풍(好風)이라는 글씨를 쓰고 난초를 그려 선물했는데, 젊은 사람뿐 아니라 특히 노인분들에게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공간
한방부인과 전문의인 반 원장은 2006년 개원하기 이전부터 항상 갤러리가 있는 한의원을 구상하고 있었다. 
“앞으로 꿈은 개인전시회를 열고, 갤러리가 있는 한의원을 만드는 것입니다. 한의원 안에 문화공간으로서 갤러리를 함께 운영하며 작가들 후원도 하고 내원하는 환자들에게 볼거리, 느낄거리, 즐길거리를 제공해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한의원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것을 실행에 옮기기에는 좀 더 여유있는 공간이 필요하겠지요.(웃음^^)” 

이러한 뜻이 있어서인지 지난해에는 한의원에서 김수용 작가의 ‘수제도장 전시회’, 설레다의 ‘감성메모 전시회’, 송정은 작가의 ‘마음, 꽃 피우다 사진전’, 금헌서예교실의 ‘서예전’ 등 다양한 분야의 여러 전시를 갖기도 했다.
“의사는 한정된 공간에서 수많은 환자들과 만나며 치료하는 등 진료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합니다. 하지만 조금이나마 시간을 내어 운동이나 서예 같은 자기 계발할 수 있는 취미활동을 통해 마음의 여유를 갖고, 진료에 접목했으면 좋겠습니다.”  그가 인터뷰를 마치면서 한 말이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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