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누가 이 시대를 기만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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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누가 이 시대를 기만하는가
  • 승인 2012.08.02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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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효

김재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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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재 효

만성질환은 치료가 아닌 관리라는 인식이 세계적 흐름이 되고 있다. 이에 우리 정부도 만성질환 관리제도를 추진해 왔다. 그러나 의협을 비롯한 관련 의료단체는 “이 제도에 관련한 인프라와 인식이 부족하다는 점을 들어 시기상조”라고 주장하며, 올해 4월부터 시행된 만성질환관리제 참여를 전면 거부하면서 제도의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지난 7월 18일 국회에서 진행된 보건복지부의 ‘2012년도 세부추진 현황’ 보고 중 ‘한방건강보험 급여제도를 개선, 확대 방안’이 있었다.
아울러 만성질환관리제도에 한의약 적용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먼저 고혈압과 당뇨 등 만성질환관리를 위해 한방의료기관의 만성질환관리 서비스모형과 운영방식 등의 제도 마련을 검토할 예정임을 밝혔다.

그리고 현재 부산대 한의전을 통해 ‘한의약 만성질환 관리제 도입 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발주해 놓은 상황이며, 연구결과를 토대로 제도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 제도가 시기상조라며 참여를 거부한 의협이 만성질환 관리에 한의약이 참여하는 것조차 반대하고 있다. 의협의 반대 사유는 다음과 같다.
“한의사에게 만성질환 관리를 맡기는 것은 무자격자에게 국민건강을 맡기는 꼴”이며, “한의학의 특성상 과학적인 관리, 치료 및 검사와 평가기법, 이를 모니터링할 객관적인 방법 등이 전혀 없음에도 굳이 한의사들에게 고혈압과 당뇨 등 만성질환 관리를 맡기겠다는 것은 현 의료체계의 붕괴를 조장하는 것이며, 그에 따른 나쁜 결과가 발생할 경우 그에 대한 모든 책임은 복지부가 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천연물신약의 처방권에 대한 논쟁이 이상과 같은 맥락에 존재하고 있다. 의협은 “천연물신약은 의약품으로 분류되어 약사법에 근거해 의사와 치과의사만이 처방할 수 있는데, 정부가 한의사들의 천연물신약 처방을 방관한다”고 비난하고 있다.

천연물신약이 도대체 무엇인가? 천연물신약의 탄생에 답이 있다. 천연물의 단일성분의 추출과정이 어려운 데다 효능까지 약해서 결국 천연물의 복합성분 제제로 약물을 사용하고자 만들어진 개념인 것이다.
그럼에도 의사들은 약사법을 근거로 천연물신약의 사용을 독점하고자 하면서 한의사의 천연물신약 사용을 불법화하려고 한다. 한마디로 그들은 한의약을 불신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 자신의 한계와 역할은 숨기고, 의료영역을 독점하고자 하는 기만적 모습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2011년 정부가 주도한 ‘한의약 육성법’ 개정과 제2차 ‘한의약육성발전계획’을 통해 한의계는 더 이상 쥐구멍에 해 뜰 날을 기다려야 하는 처지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한의계는 의협이 저버리는 책임을 맡아 짊어 질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보이자.
만약 의협이 의료체계의 붕괴를 염려한다면, 한의계가 아틀라스가 되어 체계를 떠받치면 되고, 국민에게 나쁜 결과를 야기할 것을 염려한다면 한의계가 개선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주자. 타고난 한의약의 지식과 기술이 국민의 건강과 복지를 위해 꼭 필요하다는 점을 의심하지 말자.

현대사회에 범람하는 만성질환을 포함한 각종 질환에 적극 대응해 관리하고 치료해야 하는 필요성을 한의계가 느끼지 못한다면 우리에겐 존재 의미가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러기에 한의사는 의료인의 권리뿐만 아니라 사회의 보건과 복지에 대한 무한 책임을 느끼는 의료인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의협은 부정적인 선동을 일삼으면서 국민의 건강과 복지를 담보로 자신의 권리와 이익만 추구하는 자신들의 프레임을 벗어야 한다.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고 불안을 막아야할 사람들이 의료체계의 붕괴를 담보로 불안과 혼란을 조장한다면, 그들이야 말로 개혁의 대상이 될 것이다.

국민정서를 반영하지 않는 의협은 반대와 집단행동으로 이어가면서도, 그들은 오히려 “한의협이 의협-정부 갈등 상황을 이용해 실익을 취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는 식으로 한의계를 비난한다.
이때 「의학입문」 ‘습의규격(習醫規格)’의 마지막 구절에 있는 이천 선생의 말씀이 떠오른다. “사람을 기만하지 마라. … 인류에게 공익을 하지 않는 자도 기만이다. 기만하면 타고난 지혜는 점차 사라져 醫道를 잃을 것이나, 기만하지 않으면 지혜는 점차 커지고 醫道가 더욱 번창할 것이다.”

필자는 “천연물신약의 한의사 처방 반대”, “현대 과학의 산물인 진단기기, 한의사 사용 불가”, “부산 한의학전문대학원 폐지”, “국민이 원해도 포괄수가제 반대, 파업불사” 등의 선정적인 글들을 보면서 기만하는 쪽은 누구인지를 떠올려 본다. 지금이야 말로 우리는 의료인의 권리를 넘어 국민의 건강과 복지를 책임지겠다는 강한 의지와 자세를 가질 때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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