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아파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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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아파야 산다」
  • 승인 2012.06.21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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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

안세영

mjmedi@http://


인간의 질병과 진화와 건강에 대한 의문들

샤론 모알렘 지음, 김소영 옮김
김영사 刊
얼마 전 전남 영암의 한 고등학교에서 백일해(pertussis)가 발생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기억 속에서 거의 사라진 이 전염병의 40여 년만의 부활에 대해 질병관리본부장을 역임했던 한 양의사는 “우리가 못살 때는 적당히 세균에 노출돼 전염병에 살짝 걸린 뒤 면역이 생겨 넘어갔지만, 요즘은 환경이 좋아져 그렇게 될 기회가 줄었고 이 때문에 적은 균이 생겨도 쉽게 감염된다”고 말했습니다.

이른바 ‘전염병의 역설’이라는 것이지요. 모호한 설명에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웹서핑을 하던 중, “아파야 산다”라는 역설을 아예 제목으로 삼은 책을 접했습니다. “오우, 화끈한데…”라는 감탄의 일성이 채 터지기도 전에, 아니 거의 동시에 “Survival of the Sickest”라는 영문 제목이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이후에는? 그야말로 일사천리이지요. 곧장 구매하고, 배달되기 무섭게 책장을 넘기며, 완독 후 감동이 채 가시기 전에 이렇게 소개 글을 쓰는 것이니까요.

‘인간의 질병·진화·건강의 놀라운 삼각관계’라는 부제가 붙은 「아파야 산다」는 현재 뉴욕 마운트 시나이 의과대학에서 인체생리학·신경유전학·진화의학을 전공으로 연구하는 샤론 모알렘(Sharon Moalem) 박사의 글입니다.

아, 물론 원제목은 진화론의 창시자인 찰스 다윈(Charles Darwin)의 ‘적자생존(Survival of the Fittest)’을 패러디한 것이겠지요.
제목만 보고서도 제가 일말의 주저 없이 구입을 서두른 것은 이 정도 재치를 지닌 분의 글이라면 무조건 재미있으리라 확신했기 때문인데, 예상대로 저자는 저를 거의 ‘자뻑’ 상태로 몰아갔답니다. 내용이 쉽지만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곳곳에서 드러나는 뛰어난 유머 감각이 적어도 20∼30분 만에 한 번씩 꼭 웃게끔 만들었으니까요.

책은 모두 10부분으로 구성됩니다. 들어가는 글에서는 자신의 할아버지와 관련된 개인사를 잠깐 언급한 뒤 진화에 대한 개략을 설명하고, 이후 1장부터 8장까지는 혈색소증·당뇨병·비만·콜레스테롤·말라리아·바이러스 감염·노화 등 각종 질병과 진화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를 풀어내며, 마지막의 결론 부분에서는 자신의 의학관을, 가령 “생명은 창조자 끊임없이 진행되는 상태에 있다”, “이 세상에 고립되어 존재하는 것은 없다”, “우리와 질병의 관계는 종전에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한 경우가 많다”, “생명이란 결국 복잡하게 얽힌 선물이다.

생물학과 화학·전기·공학 등이 불가능에 가까우리만치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어 부분의 합보다 더 큰 전체가 기적적으로 탄생한 것이 생명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건강을 당연하게 여기지 말고 경외심을 품고 감사해야 한다” 등으로 간략히 요약해 놓은 것이지요(더 궁금해 하는 독자들을 위한 배려 차원에서 레퍼런스도 충실히 덧붙여져 있습니다).

흔히들 “위기는 또 다른 기회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이 또한 아리송한 역설 같지만, “세균과 인간의 싸움은 끊임없이 반복되는 군비경쟁이다”라는 저자의 통찰을 수긍한다면, 요즘에 운운되는 한의계 위기는 확실히 기회라고 여겨집니다. 언제나 음양의 조화, 즉 ‘중용’을 추구하는 우리 한의학의 장점이 모쪼록 현 시대에 걸맞게 더욱 진화하기를 기대합니다. (값 1만 3천 원)

안 세 영 / 경희대 한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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