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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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
  • 승인 2012.05.03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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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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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버원이 되고 싶은 나쁜 놈들의 한판 승부

 

감독 : 윤종빈
출연 : 최민식, 하정우, 조진웅, 김성균, 김혜은

화창한 봄 날씨와 함께 가정의 달인 5월이 시작되었다. 그동안 움츠렸던 몸과 마음을 쭉 펴고 가족들과 함께 겨우내 묵혀놓았던 먼지들을 털어내는 대청소를 하면 좋을 것 같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최근 TV 뉴스를 보면 누가 누구에게 돈을 받아 어떻게 썼다는 둥, 묻지마 폭력으로 인해 사람들이 고통 받고 있다는 둥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제대로 털어내지 못하는 답답한 사건들이 연이어 나오면서 얼굴을 찌푸리기 일쑤다. 과연 누가 착하고 나쁜 것인지 분간할 수 없는 세상, 바로 나쁜 놈들의 전성시대인 것이다.

‘용서 받지 못한 자’, ‘비스티 보이즈’를 통해 우리 사회의 이면을 보여주고자 했던 윤종빈 감독의 세 번째 작품인 ‘범죄와의 전쟁’은 이전 작품과 같은 맥락을 유지하면서 단순히 조폭영화가 아닌 그 이상의 것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용서 받지 못한 자’를 통해 함께 하면서 알려진 그의 페르소나라고 할 수 있는 하정우가 함께 출연하여 주목을 끌기도 했다.

1982년 부산. 해고될 위기에 처한 비리 세관원 최익현(최민식)은 순찰 중 필로폰을 적발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을 일본으로 밀수출하여 마지막으로 한 탕 잡기 위해 부산 최대 조직의 젊은 보스인 최형배(하정우)와 손을 잡는다. 익현은 탁월한 임기응변과 특유의 친화력으로 형배의 신뢰를 얻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1990년 범죄와의 전쟁이 선포되자 조직의 의리는 금이 가게 된다.

이 영화는 2001년에 개봉해 당시로는 최고의 흥행 성적을 기록했던 ‘친구’와 비슷한 부분들이 많이 있다. 현재가 아닌 1980~1990년대를 보여주는 복고적인 풍경과 조폭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부산을 배경으로 하면서 걸쭉한 사투리를 주된 언어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얼핏 보면 같은 부류의 영화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범죄와의 전쟁’은 ‘친구’보다 보고났을 때 느끼는 씁쓸한 여운이 훨씬 강한 편이다.

특히 자신의 가족과 족보 운운하면서 혈연관계는 매우 중시하지만 결국은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배신을 밥 먹듯 하는 최익현이라는 주인공을 보면서 시대가 지나도 나쁜 놈의 캐릭터는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다. 더욱이 혈연, 학연을 매우 중시하는 우리 사회의 지연 문화에 일침을 가하며 이 사회에서 진정으로 착한 사람들은 요새 유행어로 ‘어디 갔어?’라고 외치고 싶은 지경이다.

2012년 백상예술대상에서 영화부분 대상을 차지하기도 한 ‘범죄와의 전쟁 : 나쁜 놈들의 전성시대’는 최익현 역할을 맡은 최민식의 놀라운 리얼 연기와 하정우, 조진웅, 김혜은 등 배우들의 연기가 앙상블을 이루면서 극적인 재미를 더하고 있다. 특히 독특한 헤어스타일로 영화 개봉 전부터 이슈가 되었던 김성균이라는 배우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올 2월에 개봉하여 45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작품이며,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이지만 긴장감 백배의 엔딩까지 집중해서 볼만한 작품이다.  

황보성진 / 영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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